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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월세 살 걸” 이자 ‘두 배’ 된 차주…코픽스 하락에 숨통 트일까

주택 대출 금리 상단 6~7%…부담 여전
당국 압박에 은행은 기준금리 역행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 1. 20대 사회초년생인 A씨는 2021년 12월에 전세자금 1억원을 대출 받았다. 당시 2.4%던 금리는 6개월 뒤 2.9%로 오르더니, 올해 1월부턴 5.2%로 두 배 가량 뛰었다. A씨는 “받을 때는 이렇게 금리가 치솟을 줄 몰랐다”면서 “매달 나가는 이자가 너무 부담이 되고 이럴거면 차라리 보증금 부담이라도 적은 월세를 갈 걸 후회된다”고 토로했다. 

#2. 20대 신혼부부 B씨는 3개월 변동금리 전세대출을 받았다. 최초 3.3%던 금리는 현재 5.67%로 올랐다. 이자 또한 처음에는 80만원 정도로 맞벌이 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40만원까지 치솟았다. B씨는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가 최고점 대비 하락 중이어서 다음번 변동시점에는 이자금액이 소폭 하락하기만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진보당 서울시당 관계자들이 ‘대출금리 인하 및 횡재세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 높은 금리에 차주들은 ‘덜덜’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71~7.41%, 전세대출 금리는 4.45~6.41%다. 주택 관련 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서는 등 여전히 높아 차주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에 더해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는 기존 3.25%에서 3.50%로 상향 조정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종금리 수준이 3.50%에서 끝나지 않고 3.7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등 긴축 사이클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감단회에서 “금통위원 3명은 최종금리를 3.5%로 보고, 당분간 그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나머지 3명은 상황에 따라 최종금리가 3.75%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대출자들의 푸념도 계속되고 있다. 한 대출자는 “예상 외의 급격한 금리인상을 보면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가 맞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면서 “‘금리가 올라봤자 변동금리가 더 이득’이라는 은행원 배우자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지만, 이제는 고정금리로 할 걸 후회된다”고도 토로했다. 

대출금리 인상 부담이 차주들에게 가중되자, 일각에서는 ‘대출금리 인하’와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는 움직임도 일어났다. 지난 12일 진보당 서울시당은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이들이 주장하는 ‘횡재세’는 금리인상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얻게 되는 초과 이익에 대한 특별 과세를 뜻한다.

진보당 대변인실은 논평을 통해 “급격한 금리인상 탓에 대출자들이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며 “은행들은 눈가리고 아웅 식이 아니라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출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당국 불호령에 금리 역행…차주에겐 희망의 불씨?

다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는 이례적으로 역행하고 있다. 추후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져 차주들이 숨통을 트일 수 있을지 지켜볼 요인이다. 

16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4.29%로 전월보다 0.05%포인트 하락했다. 코픽스 금리는 주택자금대출이나 전세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다음 날부터 신규 주담대 금리는 하락할 예정이다.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또한 하락세가 감지된다. 올해 초인 지난 2일 기준 4대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5.27~8.12%, 전세대출 금리는 5.01~6.41%다. 최근 2주 사이 상단과 하단이 0.56~0.71%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은행권의 대출금리 방향이 하락세로 돌아선 데는 금융당국이 은행권 금리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인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음에도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릴 요인은 여전히 적다며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유도하고 나섰다. 현재 은행의 대출 금리가 기준 금리 인상 등을 선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은행은 가산금리 부문에서 어느 정도 재량이 있다”며 “은행의 지난해 순이자이익 등 규모를 보면 (가산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했다. 이어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와 기업 부담이 큰 점을 개별 은행에 살펴봐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매주 고시 및 적용되는 시장금리 기반 대출은 최근 몇주째 계속 하향 조정 되고 있다”면서 “변동형 주담대 및 전세대출 등 매월 단위로 적용되는 코픽스 기반 대출은 반영이 늦다보니 아직 최근의 하향 움직임이 전부 반영되지 않았지만, 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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