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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10% 오른 코스피, 2200선서 바닥 다졌다 [이종우 증시 맥짚기]

반도체 중심 강세, 수요 불확실성은 여전
외인 매수에 반등…추세 상승으로 보긴 어려워


올해 1월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금리 인상 속도 둔화 기대감에 상승세를 거듭했다. 그러나 추세 상승보단 반등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한달 사이에 코스피가 10% 가까이 상승했다. 작년 말 썰렁했던 분위기를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작년에도 두 번의 주가 반등이 있었다. 첫 번째는 7월이었는데 코스피가 2300에서 시작해 2500까지 상승했다. 두 번째 반등은 10월에 시작해 한 달간 이어졌다. 코스피가 2150에서 2450까지 상승했다. 두 번의 반등 모두 삼성전자로부터 시작됐지만 정작 삼성전자 주가는 6만3000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이 선을 넘었다. 

1월 한 달간 주식시장은 삼성전자가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초 배당과 주주 제안의 영향으로 은행을 포함한 금융주가 상승했고, 한달 내내 로봇과 인공지능(AI)관련 주식이 맹위를 떨쳤지만 영향력 면에서 반도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은행주도 그렇고 로봇관련주도 한 개 업종의 상승일 뿐 시장이나 다른 업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왜 연초 강세를 보이고 있을까.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주가가 하락했다가 반등할 때 가장 좋은 주식이 첫 번째로 반응해서다. 주가가 하락할 때에는 불안이 커지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회사로 매수가 몰릴 수 밖에 없는데 우리나라에서 그 주식이 삼성전자라는 것이다. 작년 두 번의 반등 때에도 동일한 모습이 있었다. 시장 내부 요인이 삼성전자의 상승을 이끌었다고 보는 논리다. 

또 하나는 업종경기 개선 가능성이다. 작년 11월에 반도체 주가가 하락할 때 시장에서는 과잉재고를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조만간 재고를 줄이기 위한 감산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사정이 나아질 거라 기대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외국인 매수다. 연초부터 1월 27일까지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2조5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전체 외국인 매수의 37%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삼성전자 하루 거래량의 18%에 해당하는 돈이다. 이렇게 매수가 몰리면 업종 상황에 관계없이 주가가 오를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삼성전자 상승이 첫 번째와 세 번째 요인 때문이라면 주가가 계속 오르기 힘들다. 주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해당 종목의 매력이 떨어지게 되고 그러면 다른 종목으로 매수가 옮겨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월말에 이미 이런 모습이 나타났다. 반도체 상승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던 현대차와 2차전지 관련 대형주들이 상승을 시작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지자 매수가 움직인 것이다. 

반도체 주가 상승이 업황 개선 때문이라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지만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실제 업황 개선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감산을 통해 공급을 조절할 경우 재고를 줄일 수 있지만 이익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이익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공급 축소보다 수요 확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반도체가 그런 상태가 아니다. 어떤 경우가 됐든 반도체 주식 매수는 잠시 쉬는 게 맞다. 

금리의 추가 하락은 힘들어

코스피를 끌어올린 또 하나의 힘은 금리 하락이다. 우리나라 3년물 국채수익률이 3.2%까지 내려왔다. 해당 금리가 작년 10월에 4.5%였던 걸 감안하면 시장금리가 얼마나 빠르게 하락했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3.5%까지 떨어졌다. 작년 한 해 내내 금리가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했기 때문에 시장 금리의 하락은 곧 주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1월에 국내 금리 하락이 특히 심했던 건 한국은행이 1월을 마지막으로 금리 인상을 끝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한국은행은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의 일단을 내비쳤고, 시장도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장 금리는 통화정책이 바뀔 때 가장 크게 움직인다. 금리 인상이 시작되느냐 마느냐는 논의가 한창일 때 시장 금리가 크게 오르는 것처럼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전후해 금리가 크게 내려간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렇게 금리가 하락하고 난 후에는 다시 상승해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도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즈음에 기준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높았다. 지금이 그런 상황인데, 기준금리가 4.5%인 반면 10년물 국채수익률은 3.5%에 그치고 있다. 둘 사이의 차이가 1.0%p까지 벌어졌고 1분기에 추가로 금리를 두 번 더 인상하면 차이가 1.5%p로 벌어지게 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공언했다. 이 얘기대로라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시장 금리를 일정 수준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기준금리가 5%인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3%를 밑으로 내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3년물 금리 수준 3.2%,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 수준 3.5%는 당분간 금리가 더 이상 내려가지 못하도록 막는 지지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1월 같이 금리가 하락해 주가가 오르는 상황은 당분간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아직은 주가 반등 단계

1월 주가 상승이 추세적인 상승일까 아니면 반등일까?

시장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만약 추세적인 상승이라면 1월에 오른 종목을 계속 매수해야 한다. 대세 전환 후 시장에서 선택된 첫 번째 주도주가 상당기간 시장을 지배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반등이라면 1월에 상승한 종목에 대한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 반등이면 오르는 폭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반도체와 은행 등은 이미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에 적당한 매수 대상이 될 수 없다.

현재까지는 추세적인 상승으로 보기 힘들다. 금리 인상이 멈췄다고 하지만 인하가 시작되는 건 아니어서 당분간 높은 금리가 유지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보다 높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는 더더욱 힘들다. 

외국인이 1월 한달 내내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지만 얼마나 이어질지 그리고 추가 순매수가 1월만큼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똑 같은 돈이 들어와도 수급의 영향은 주가에 따라 달라진다. 코스피 2000일 때 외국인이 1조를 순매수할 때에 비해 2500일 때 1조를 순매수하는 게 영향이 덜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아직은 반등으로 보고 전략이 짜는 게 맞다.

설 연휴 이후 두 번째 주가 반등이 시작됐다. 새해가 시작되고 20일간 이어진 첫 번째 반등과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오르지 않은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가 진행될 걸로 보이는데 대형주가 중심이 되지만, 이들까지 상승하고 나면 중소형주로 매기가 넘어올 것이다. 1월 주가 상승이 반등에 그치더라도 하나는 분명해 졌다. 코스피가 2200부근에서 바닥을 만들었다는 사실인데, 그만큼 시장의 안정감이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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