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장기화·환율 재상승, 중소형주 매력 높아져 [이종우 증시 맥짚기]
코스피 고점 돌파 시도 실패 전망
외국인 매수세도 장기화 힘들어
주가 오른 대형주보다 투자 메리트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코스피가 단기에 3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박스권 상단에 도달했다. 그리고 2월 내내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올라가자니 주가가 높고, 내려가자니 주가를 끌어내릴 만한 뚜렷한 동력이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수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변수들은 한결같이 주식시장에 부정적이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나 긴축 정책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가능성은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달가운 변화가 아니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고점 돌파 시도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주가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우리 시장은 박스권을 뚫고 나올 정도로 힘을 비축하지 못했다고 본다.이번 원화 약세는 주가에 부정적
1230원까지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바라보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미국의 고용 및 소비가 예상보다 좋은 반면 우리나라는 1월에 무역수지가 사상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아 환율의 흐름이 바뀐 것이다.
우리 무역수지는 작년에 478억달러 규모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12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는 대중국 수출 부진과 반도체 경기 침체가 원인이다. 작년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 배경이었던 원자재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는 동안 다른 요인의 힘이 커진 것이다.
최근 장중 한때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었지만 상승 추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리오프닝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으로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역시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감산과 투자 축소로 업황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1분기 북미 데이터센터 메모리 재고 추이를 보면 작년 4분기 11주에서 현재는 9주로 줄어들었다. 중국 스마트폰 메모리 재고 역시 2022년 4분기 9주에서 2023년 1분기 7주로 줄었다.
계절적인 요인도 감안해야 한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연초에 크게 적자가 났다가 이후 적자 폭이 줄면서 흑자로 전환되는 형태를 반복해왔다. 올해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나고 있는 건데, 시간이 지나면 무역수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무역수지 적자가 흑자로 전환되면 원화도 약세에서 벗어날 것이다.
2월 중순 이후 국내외 금리 상승
국내외 금리가 모두 1월과 다른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 한때 3.1%까지 떨어졌던 3년물 국채수익률이 3.6%를 넘었다. 미국의 대표 금리인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꾸준히 상승해 4%를 눈앞에 두고 있다.
1월에 국내 금리가 하락한 건 한국은행이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금리 인상을 끝낼 거란 기대감 탓이다. 미국도 비슷하다. 3월에 금리를 한번 더 올려 기준금리가 5.0%가 되면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날 걸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다 기류가 바뀌었다. 1월 국내소비자물가상승률이 5.2%로 지난 12월보다 높고, 미국의 해당 지표도 시장 예상보다 높은 6.4%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시기에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현재 미국은 경제는 예상보다 좋은 반면, 물가는 생각만큼 떨어지지 않는 상태로 정리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리가 바닥을 치고 다시 오른 것이다.
상황이 바뀌자 전망이 변했다. 미국 금리 선물 동향을 보면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에는 3월에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금리인상이 마무리될 거란 확률이 높았다. 지금은 기류가 바뀌어 기준금리가 5.5%가 되어야만 인상이 끝날 거란 전망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그 영향으로 여름까지 금리 인상이 이어질 확률도 40%로 높아졌다. 반면 기준금리 인상 확대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 기대치는 바뀌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약간 하락했는데,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 금리 인상을 조금 더 끌고 가더라도 그 금리가 오래 유지되지 않을 거라 판단한 탓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 폭이 줄었다고 해서 긴축정책이 끝나는 게 아니다. 연초 이후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긴축완화로 잘못 해석하고 주식 매수에 나섰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가 하락한다면 통화당국은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 당연히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이 같은 누수를 막으려 할 것이다. 당분간 연준은 지나치게 높아진 긴축 완화 기대를 어떻게 끌어내릴지 고심할 것이고, 그래서 듣기에 따라 지나치게 매파적으로 보이는 얘기들이 나올 수도 있다.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
연초 이후 코스피 반등의 주역은 대형주였다. 삼성전자의 상승이 다른 대형주로 확산되는 과정이 진행됐다. 대형주가 상승의 전면에 등장할 수 있었던 건 연초에 주가가 낮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 상황에서 대형주에 대한 투자는 기간을 길게 가져가기 힘들다. 시가총액이 커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코스피에 영향을 준다. 2020년처럼 코스피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대세상승국면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반등국면일 때에는 상승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외국인 수급이 바뀔 수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1월 이후 수급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주식은 반도체다. 하루 외국인 매수의 3분의 1정도가 삼성전자 한 종목으로 모이면서 수급에 의한 주가 상승이 이뤄졌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매수가 끊어질 경우 주가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2021년 11월 코스피가 하락하는 와중에 반도체 주가가 크게 상승한 적이 있다. 외국인 매수가 유입됐기 때문인데, 11월 22~23일 이틀간 삼성전자를 1000만주 넘게 순매수한 걸 시작으로 외국인이 한 달간 3조2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그 덕분에 7만원까지 내려갔던 삼성전자 주가가 15% 넘게 상승했고, 반도체 주식을 보는 투자자의 시각이 달라졌다. 반도체 경기가 좋아질 거란 전망으로 매수가 늘면서 주가가 올라간 게 아니라, 외국인 매수로 주가가 올라가자 업종 경기에 대한 전망이 바뀐 것이다. 이후는 외국인 매수가 줄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그림이 나타났다.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지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 이번 상승 역시 외국인 매수로 주가가 오르자 업황 개선 기대가 만들어졌고 그 힘으로 주가가 다시 오르는 형태로 진행됐다. 외국인 매수가 사라질 경우 이 과정이 거꾸로 진행되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5만원 대로 내려올 수 있다. 그리고 반도체 주가 하락이 대형주를 끌어내릴 수 있다.
이제는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눈을 돌릴 때다. 그 동안은 코스피가 오르는 상황이어서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다. 앞으로는 사정이 다르다. 코스피 상승이 한계에 부딪친 상황에서 이미 주가가 오른 대형주에 계속 집착할 수는 없다. 대안으로 오르지 않은 종목을 찾아야 하는데, 중소형주 말고는 적절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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