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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0억 흑자’낸 배민, 왜 ‘묶음배달’을 내놨나 [‘알뜰배달’의 덫]①

배달앱 이용자 수 2년만에 3000만 아래…엔데믹·물가 인상 영향
한집 배달 내세운 배민1에 제기된 ‘고가 딱지’, 묶음 배달로 선회

최근 엔데믹, 물가 인상 등의 영향으로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비자 수가 감소하는 추세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배달 업계 선두주자인 ‘배달의민족’(배민)이 단건 배달보다 저렴한 ‘알뜰배달’ 서비스를 내놨다. 그동안 배달원 한 명이 주문 1건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2~3건을 묶어 배달하면서 배달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소비자가 내는 배달팁은 변동요인이 있지만 평균 2000원 수준대라는 게 배민 측 설명이다. 

소비자 배달 부담을 낮춘다고 하지만 일각에선 결국 배민의 수익 타개책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배민은 3년 연속 적자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4000억원대 흑자를 봤지만, 배달 시장 악화로 새 먹거리 창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엔데믹 전환 후 고객들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낸 배민이 새삼 알뜰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급감한 배달앱 이용자…‘배달료=비싸다’ 공식 탈피 시도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3월31일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9471억원, 영업이익 424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7% 올랐고, 영업이익은 2018년 이후 3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이 같은 실적을 내개 된 배경으론 코로나로 인한 배달 수요 급증과 지난해 4월 종료된 배민1 프로모션 등이 꼽힌다.  

문제는 성적표만 좋다는 것이다. 올해 시장 상황은 지난해와 정반대로 흘러가면서 실적 지속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이 많다. 배민 입장에선 기존 단건배달을 대체할 만한 최적의 카드가 필요했던 시점이다. 

이는 최근 급감한 배달앱 이용자 수와 연관이 있다. 엔데믹 전환으로 소비자들의 외출이 늘어난 데다 물가 인상 등의 영향으로 배달 수요가 감소한 탓에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비자 수가 감소하는 추세다. 향후 추가적인 고객 이탈이 우려됨에 따라, 꾸준한 문제 제기 대상이 돼왔던 배달료 개편에 나선 것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2922만753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이용자 수인 3586만4693명보다 18.5% 감소한 수치다.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각각 전년 대비 49%와 27% 감소했고, 배달의민족은 5%대 감소 폭을 보였다. 주요 배달앱 이용자 수가 3000만명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9월 2979만명 이후 처음이다. 

배달료가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실제로 배민1은 지난해 2월 정부가 배달료 완화를 목적으로 ‘배달공시제’를 도입한 이래 지난 2월까지 13개월 연속 최고 배달비가 가장 많은 서비스로 선정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배달앱 별 분식, 치킨, 한식(찜닭 중심) 업종에서 소비자가 지불하는 배달비를 조사한 결과 최고 배달비가 가장 많은 앱은 ‘배민1(배달의 민족 단건)’이었다. 배민1이 46.1%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쿠팡이츠(10.9%), 배달의민족(8.3%)이 뒤이었다.

배민은 상단에 업체를 배치해주는 ‘오픈리스트’와 CPC(Cost Per Click) 광고 ‘우리가게클릭’를 이중으로 선택해야 상단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다. 이에 배민1이 같은 단건 배달인 쿠팡이츠보다 배달비가 비싸게 책정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률제로 돈 벌어다줘...‘효자’ 배민1에 집중하는 이유

배달의 민족에서 운영하고 있는 광고 상품. 위쪽이 배민1에 적용되는 한집배달/ 알뜰 배달 서비스, 아래쪽이 일반 배달에 적용되는 울트라콜, 오픈리스트다. [사진 배민비즈니스 홈페이지 캡쳐]

결국 배민의 수익성 늘리기 라는 시각도 있다. 배민1의 사업구조가 일반 배달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배민이 알뜰배달을 배민1 카테고리에 넣은 이유이기도 하다. 

배민의 일반 배달은 업주가 매월 8만원을 지불하는 ‘울트라콜(정액제)’와 주문 건당 금액의 6.8%를 지불해 상단에 가게를 노출시키는 ‘오픈리스트(정률제)’로 구성돼 있다. 반면 배민1은 일괄적으로 6.8% 정률제를 적용하고 있다. 입점 업체의 매출에 비례해서 수수료를 받는 정률제가 확률적으로 수익을 더 거둬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점유율을 지키면서 안전한 수익성을 창출하는 게 배민의 최대 과제 였다”면서 “일반 배달에 적용되는 울트라콜이 사실상 별다른 효과가 없자 정률제인 오픈리스트로 넘어가기 위해 알뜰배달 카드를 쓴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알뜰배달을 바라보는 전문가와 업계 시각도 엇갈린다. 소비자에게 1차적 배달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라는 동시에 배민1 트래픽만을 강화에 오히려 업주에게 부담을 안기는 구조라는 우려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불경기에 높은 물가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배달비는 줄여야 할 지출 항목 1순위가 된 상태”라며 “묶음 배달을 시행할 시 배달료가 줄어 소비자의 장벽이 낮춰지고, 자연스럽게 배달비를 소비자와 함께 나눠 내는 업주 입장에서도 부담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알뜰 배달이 배민1에 적용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건 배달’로 출발한 배민1의 취지가 퇴색되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며 “사실상 일반 배달의 특성을 배민1에 녹여내는 것인데, 소비자 입장에서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자영업자들은 보다 현실적인 우려를 털어놨다. 한 음식점주는 “배민1 대비 수수료는 똑같이 내고, 점주가 부담해야 할 배달료는 비슷하거나 더 비싼 셈인데 이를 세집, 네집에 걸쳐 배달하자는 꼴”이라며 “소비자에게 (알뜰) 기분은 배민이 다 내고, 돈도 배민이 챙기는 기형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편 배민은 오는 19일 대구, 인천, 경기 일부 지역에서 알뜰배달을 시범 도입한 뒤 순차적으로 적용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알뜰배달은 동선이 비슷한 배달을 여러 건 묶어서 배달하면서 최적화된 노선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노선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여러 건을 배달하더라도 음식을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게 배민 측 설명이다. 배달비 역시 단건 배달에 비해 2000원 가량 줄어든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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