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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게 없다”...수입차로 마음 돌리는 소비자들

[수입차 테스트베드 한국]①
독일 3사 인기 브랜드 한국 시장 성장 견인
국산차 가격 상승 및 제품 부족도 원인

2023서울모빌리티쇼 수입차 전시 부스에 몰려든 관람객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모씨(36·남)는 생애 첫차로 수입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차량의 가격이 높아지면서, 국산차 가격에 조금만 더하면 수입차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3000만원 정도 목돈이 있는데, 수입차 연계 금융 서비스 등을 받으면 할인 조건도 나쁘지 않다”며 “조금만 더 무리를 하면 수입차를 선택할 수 있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10년 동안 국산차를 타다가 수입차를 알아보고 있다는 홍모씨(46·남)는 “아이가 둘이라 넓은 차를 알아보고 있는데, 세단은 국산차 중에 선택할 것이 마땅치 않다”며 “SUV보다 세단이 편해 어쩔 수 없이 수입차를 찾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수입 승용차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산차 대신 수입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다. 국내 점유율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의 평균 판매 가격 인상, 중견 3사(KG모빌리티, GM한국사업장, 르노코리아자동차)의 단출해진 제품 라인업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4년간 오름세 이어간 수입차 시장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 브랜드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19년 24만4780대 수준이었던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2020년 27만4859대, 2021년 27만6146대, 2022년 28만3435대로 꾸준히 늘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2022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8.5%까지 늘어났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앞둔 지난 1987년 국내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2019년(15.9%)과 비교하면 2.6%p 오른 것이다.

독일 3사로 불리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가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벤츠와 BMW는 각각 8만976대, 7만8545대를 판매했다. 국내 중견 3사의 연간 국내 판매 실적(3만~7만대)을 웃도는 수준이다. 독일의 또 다른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도 지난해 2만1402대가 팔리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 한해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로 쓰이는 1만대 클럽(연간 판매 실적 1만대 이상)에 이름을 올린 것도 대부분 독일차다. 2022년 1만대 클럽에 오른 수입차 브랜드는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 ▲미니 등이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수요 감소가 예상되면서 반도체 수급난이 발생했다”며 “국산차의 출고 대기 기간이 1년을 넘어가면서 조금 더 돈을 투자해 수입차를 타자는 심리가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독일차가 좋다고 인식하고 있어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며 “한해 반짝하고 주춤하는 타 브랜드와 달리 독일차는 수요가 꾸준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흔들리는 국산차...기회 잡은 수입차

업계에서 국내 수입 승용차 시장이 성장한 배경 중 하나는 국산차의 경쟁력 저하다. 무엇보다 수입차와 큰 차이가 없는 가격은 소비자가 수입차로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기아의 가격대가 매우 높아졌다. 현대차의 승용 모델 국내 평균 판매 가격은 2022년 기준 5031만원이다. 이는 2019년(3774만원)보다 33.3%(1257만원) 증가한 것이다.

기아는 레저용차(RV) 가격이 급증했다. 기아 RV의 국내 평균 판매 가격은 2022년 기준 4355만원이다. 2019년(3330만원) 대비 30.8%(1025만원) 인상된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수입차의 약 50%는 4000만~7000만원대 제품이다. 사실상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 격차가 크지 않은 셈이다.

중견 3사의 제품 라인업 재편으로 인한 다양성 저하도 수입차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르노코리아는 국내 승용 시장에서 꾸준히 사랑받던 SM 시리즈(SM3, 5, 6, 7)를 대부분 단종시켰다. 2018년 군산사태(군산공장 폐쇄 및 구조조정) 이후 글로벌 신차 2종(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크로스오버)을 배정받은 GM한국사업장은 신차 생산 전까지 수입차를 도입해 판매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쳤지만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 등으로 고전했다. KG모빌리티도 과거 쌍용차 시절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며 신차 출시 등에 차질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중견 3사의 제품 라인업이 단출해졌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34%(지난해 기준)의 구매 비중을 차지한 세단을 판매하는 곳은 르노코리아뿐이다. 대부분 RV 중심의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히려 수입차 브랜드가 더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상황이다. 브랜드마다 편차는 있지만 세단부터 해치백, 쿠페, 컨버터블, 왜건까지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은 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수입차의 경우 프리미엄 모델부터 대중화 모델까지 다양한 모델이 출시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면서 “여기에 파이낸셜 서비스 등으로 수입차의 문턱도 많이 낮아졌다.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 거부감이 낮아진 것도 수입차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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