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공룡 F&F, 빅텐츠 앞세워 넷플릭스 안방 노린다
빅텐츠 코넥스서 코스닥 이전 상장 추진
글로벌 OTT 콘텐츠 계약 위한 공신력 확보 차원
모기업 F&F, 사업다각화 현금창출력 ‘충분’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패션에서 엔터테인먼트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에프앤에프(F&F)가 인수한 빅토리콘텐츠(빅텐츠)가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한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운영업체인 넷플릭스, HBO 등과 콘텐츠 계약을 통한 채널 확장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빅텐츠는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지난달 11일 제출했다. 상장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빅텐츠는 지난달 10일 코스닥 시장으로의 이전상장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빅텐츠 이전 상장의 목적이 원활한 자금조달을 통한 유동성을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자금 보다는 '코스닥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갖는 게 더 주요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OTT 운영업체인 HBO, 넷플릭스 등이 제작사에 코스닥 상장 등 공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3년 설립된 빅텐츠는 ‘발리에서 생긴 일’ ‘쩐의 전쟁’ ‘대물’ 등 히트작을 내놓으며 드라마 제작사로서 유명세를 얻었다. 가장 최신 작품은 KBS에서 방영 중인 주말 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로 시청률 20%대를 달성 중이다.
2014년 12월 코넥스에 상장한 빅텐츠는 코스닥으로의 이전상장을 추진하려 했으나 실적 악화, 사업 안정화 작업 등으로 실패를 거듭했다. 이후 F&F의 인수로 자금 수혈을 받으면서 이전 상장을 위한 재도전이 가능하게 됐다. F&F는 지난해 3월 235억원을 투자해 구주 인수, 유상 증자 참여 등으로 빅텐츠 지분 50.77%를 확보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빅텐츠 상장 추진에 김창수 F&F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회장이 빅텐츠 임원진에 합류한 행보 때문이다. 빅텐츠는 지난 3월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김 대표와 노우람 F&F파트너스 대표를 기타 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을 의결했다. 기타 비상무이사는 상근하지 않으면서도 사내·사외이사와 동일하게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VC)인 F&F파트너스는 F&F의 자회사다.
F&F는 F&F홀딩스라는 투자 전문 기업을 지주회사 격으로 만들고 신사업 확장에 힘써왔다. 이어 신기술금융회사 F&F파트너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투자를 진행했다. 주로 콘텐츠 회사를 포트폴리오로 담아왔다. 이어 올해 초 F&F는 F&F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설립하며 영역을 넓혔다.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통해 SBS 걸그룹 프로젝트 ‘유니버스티켓’에 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F&F, 패션-엔터-콘테츠, 사업 다각화 시너지 기대 ↑
F&F가 패션사업, 엔터테인먼트사업에 이어 빅텐츠 인수로 콘텐츠사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패션-엔터-콘텐츠’ 사업의 시너지를 낼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테일러메이드는 전략적투자자(SI)로서 지위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F&F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2021년 세계 3대 골프용품 업체로 꼽히는 테일러메이드를 사들였다. 지난해에는 미국 프리미엄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를 인수했다.
이러한 사업다각화에 따른 운영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우선 빅텐츠를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시키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F&F그룹 측은 빅텐츠의 모기업인 F&F의 현금창출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F&F 관계자는 “사업을 새롭게 추진을 하는 데 있어서 한 가지 목적으로만 진행을 하지는 않고, 여러 가지 요소를 다각적으로 검토를 해서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F&F는 김봉규 삼성출판사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창수 회장이 1992년 창업한 회사다. 다른 의류업체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 F&F는 디스커버리, MLB 등의 브랜드를 통해 수익성을 높였다.
F&F 연결 기준 매출은 2020년 8376억원에서 2021년 1조892억원으로 ‘1조 클럽’을 달성했고, 지난해 1조8089억원으로 66%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2.7% 증가한 5249억원을 기록했다. 몸집이 증가한 F&F는 최근 운용사와 연합해 강남 마제스타 빌딩을 5000억원대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F&F는 마제스타 빌딩을 사들여 본사 사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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