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바꾸고 전동화 하면 경차 시장 괜찮을까요?”
[경차의 종말]②
기아, 더 뉴 모닝 출시에도 판매 목표 보수적으로
약 5년 만에 레이 전기차 부활…성공 여부 ‘물음표’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국내 경형승용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수익성이 낮고, 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업체들도 관련 연구개발 등에 소극적이다. 국내 경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아가 꾸준히 신차를 선보이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회사 내부에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 산업의 패러다임인 전동화 전환도 숙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는 지속가능한 모델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경제적인 차는 ‘옛말’...‘고급화’로 승부수
국내 경차 시장을 이끄는 완성차 업체는 기아다. 현재 국내 판매되고 있는 경차(모닝, 레이, 캐스퍼) 중 두 대가 기아 로고를 달고 나온다. 다만 경차는 수익성이 워낙 낮기 때문에 기아가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모닝, 레이는 지난 2004년부터 동희오토가 모든 물량을 위탁받아 생산하고 있다. 동희오토는 동희산업과 기아의 합작법인이다. 이런 이유로 캐스퍼 역시 현대자동차가 아닌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이 생산한다.
기아는 지난 5일 모닝의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을 선보였다. 2017년 3세대 모델 출시 후 단행한 두 번째 부분 변경이다. 2020년 첫 번째 부분 변경 이후로는 3년 만의 변신이다. 기아는 이를 ‘더 뉴 모닝’이라 부르기로 했다.
특징은 ‘프리미엄 경차’다. 경차 최초로 FULL LED를 적용해 고급감을 강조했다. 여기에 100% 디지털화된 슈퍼비전 클러스터까지 더했다. 이를 통해 하이테크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했다는 게 기아 측 설명이다.
경차는 ‘서민의 차’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럼에도 기아가 이 같은 파격적인 변화를 단행한 이유가 있다. 저렴한 차, 경제적인 차라는 이미지로는 시장에서 생존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경차 시장은 6만299대로 전년 동기 6만5170대와 비교해 7.5% 감소했다.
이번 모닝의 변신은 기존 경차의 틀을 완전히 깼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기아는 큰 폭의 판매 성장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기아에 따르면 더 뉴 모닝의 월 판매 목표는 2000대, 연간 목표치는 2만대 수준이다. 이전 모델이 2021년 3만여 대, 2022년 2만9000여 대 팔린 것을 감안하면 매우 보수적인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경차는 수익성이 다른 차급에 비해 매우 낮다. 위탁생산을 맡기는 것도 수익성, 인건비 등을 고려한 선택”이라며 “경차 구매를 통한 이점이 많지 않고, 소비자들은 큰 차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차 시장의 한계는 명확하다. 신차가 나와도 획기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면 생존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빨라지는 전동화 전환...경차는 생존할까
최근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은 전동화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도 100년 넘는 역사의 내연기관차를 뒤로 하고 전동화 전환에 서두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전동화 전환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누적 기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충전기 인프라도 120만기 이상 확충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경차가 미래차 시대에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전동화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고 본다. 경차의 전동화 전환이 기술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 일부 모델의 전동화가 실현되기도 했다.
앞서 기아는 지난 2011년 1회 충전으로 130km 내외를 달릴 수 있는 레이 기반 전기차를 선보였다. 다만 짧은 주행거리, 불편한 충전방식 등을 지적받으며 2017년 판매를 끝으로 단종됐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단종됐지만, 쉐보레 스파크의 전동화 모델이 국내 판매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기아가 단종된 레이 전기차의 부활을 선언했다. 회사는 지난 6일 레이 전기차에 대한 환경부 배출·소음 인증을 마무리한 상태다. 국내 출시된다면 단종 5년 만에 재출시되는 것이다. 기아 측은 레이 전기차의 출시 시점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출시가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새로운 레이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이 약 36kWh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종 모델의 배터리 용량(16.4kWh)과 비교하면 약 두 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신모델의 배터리 용량을 고려하면 1회 충전 시 180km 정도를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품성으로는 시장에서 경쟁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기차 제조원가에서 배터리는 30~4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배터리가 늘어나면 가격이 동반 상승하게 된다. 부활하는 레이 전기차 가격은 이전 모델(가격 4000만원대)보다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가격에 180km 내외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경차의 전동화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지만 생각해 볼 것들이 많다”면서도 “가격도 문제지만 수요가 충분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은 큰 차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제조사는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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