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골프장이요? 저 때문에 와인이 더 유명해졌죠”[이코노 인터뷰]
윤효정 잭니클라우스 헤드 소믈리에
상위 0.1% 골프장서 경험하는 와인 추천 서비스
“전 세계 와인, 한국에 더 알리고파”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국내 골프장 중에서 소믈리에가 상주하면서 와인 페어링을 해주는 곳은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이 최초다. 잭니클라우스는 ‘상위 0.1% 명문 골프클럽’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전문 소믈리에의 와인 페어링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고객 만족도가 높고 매출 측면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며 골프장 대표 서비스 중 하나로 자리했다.
윤효정 포스코 잭니클라우스 헤드 소믈리에(과장)는 2011년 10월 포스코 잭니클라우스에 입사한 뒤 13년 째 골프클럽 소믈리에로 근무하고 있다. 7월 2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츠 클럽에서 ‘이코노미스트’를 만난 윤 소믈리에는 잭니클라우스 골프장만의 특별한 식음료(F&B·Food and Beverage) 서비스를 소개했다.
회원 맞춤형 와인 페어링...“최상의 맛 제공”
윤 소믈리에는 전 세계 와인 280개 리스트를 보유하고 골프 회원별 맞춤형 페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음식의 색상뿐 아니라 구움 요리, 찜 요리, 볶음 요리 등 조리 타입과 소스에도 신경을 써서 와인을 추천하고 페어링한다. 그는 특히 한국음식의 경우 참기름과 깨가 많이 들어가 와인 페어링 시 심사숙고한다고 강조했다.
윤 소믈리에가 꼽은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만의 장점은 라운딩을 나가기 전 예약 주문을 미리 받아 와인을 준비해 최상의 맛을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윤 소믈리에는 “예약이 들어오면 라운딩 4~5시간 전부터 브리딩(와인을 공기와 접촉해 부드럽게 만듦)과 디켄팅(불순물 제거를 위해 와인을 다른 병에 옮겨 담음)에 들어간다”며 “무조건 값비싼 와인을 추천하기보다 주문한 음식과 맛을 중심으로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해외유학을 준비하면서다. 윤 소믈리에는 “대학 휴학 후 유학을 가려고 자금 마련을 위해 와인 프로모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며 “그러면서 와인을 마시는 역사와 문화에 흥미가 생겼고 아예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윤 소믈리에는 프랑스에서 관련 학교에 입학했고 ‘MC 소믈리에’ 자격증을 획득했다. MC 소믈리에는 프랑스 국가 공인 소믈리에 자격증이다. 그는 “2008년 학교 졸업 당시 한국에서 이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10명이 안 될 정도로 희귀했다”고 강조했다.
윤 소믈리에가 와인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9년 12월 국내 브랜드 호텔에서 소믈리에로 근무하면서다. 2년 정도 호텔 소믈리에로 일하면서 자기 계발도 꾸준히 진행한 결과, 한국 소믈리에 대회 5위에 입상하면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됐다.
그는 골프클럽에서 소믈리에로 일하며 보람찬 일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바이어와의 계약 과정에서 그의 기지가 빛을 발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윤 소믈리에는 “제약회사 전무, 사장과 함께 중요한 바이어와의 미팅자리에 동석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직원이 테이블 모서리에 놓여있던 레드와인 잔을 치우다가 바이어 화이트 셔츠에 레드와인을 쏟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골프클럽 인근 숍에서 화이트셔츠를 구입해 바이어 분이 식사를 마치기 전 새 옷으로 갈아입게 해드렸다”고 말했다.
모두가 어쩔줄 몰라하는 순간 발빠른 행동으로 대처한 셈이다. 이후 당시 제약회사 전무는 윤 소믈리에에게 손수 편지를 보냈다. ‘윤 소믈리에 덕분에 바이어와 논의하던 중요한 계약이 성사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또 모 그룹사에 계신 한 임원분은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을 찾을 때마다 ‘골프를 치러 오는 것보다 와인을 마시러 온다’고 칭찬해 주신다”고 말했다. 단순 소믈리에 업무를 넘어선 역할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 숨은 와인, 한국에 소개할 것”
윤 소믈리에는 앞으로 프랑스의 숨은 보석같은 와인들을 국내 와인 애호가들에게 추천하는 것이 꿈이다. 그가 유학을 다녀온 프랑스에는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와인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프랑스 북부 론에 위치한 도멘 후시에(Domaine Rouchier) 레드·화이트와인을 국내로 수입했는데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며 “생산지 농장은 포도밭 규모가 작고 이번이 첫 거래라서 총 150병밖에 들여오지 못했는데 국내로 수입한 지 한 달 만에 모두 팔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1월 다시 한번 프랑스를 방문해 한국에 소개할 퀄리티 좋은 와인들을 찾아 나설 예정이다. 좋은 와인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직접 포도밭 생산자를 찾아 안면을 트고 거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윤 소믈리에는 최근 한국 소믈리에 대회 예선을 통과하며 꿈을 향해 순항 중이다. 그는 한국 대회에서 우승한 뒤 세계 대회에 나가는 것이 목표다. 윤 소믈리에는 국내 대회 예선 참가자 110명 중에 무려 2등으로 결선에 올랐다.
그는 “회사 근무 일정을 소화하고 육아까지 동시에 하고 있어서 공부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며 “이번 대회를 위해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저녁까지 거르면서 공부를 했는데 2등이라는 결과를 얻어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현재 ‘코트 오브 마스터 소믈리에 서티파이드 소믈리에’라는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윤 소믈리에는 향후 세계에서 단 250명만 갖고 있는 ‘마스터 소믈리에’ 자격증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 무대뿐 아니라 세계 무대를 누비면서 소믈리에로서 역량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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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정 포스코 잭니클라우스 헤드 소믈리에(과장)는 2011년 10월 포스코 잭니클라우스에 입사한 뒤 13년 째 골프클럽 소믈리에로 근무하고 있다. 7월 2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츠 클럽에서 ‘이코노미스트’를 만난 윤 소믈리에는 잭니클라우스 골프장만의 특별한 식음료(F&B·Food and Beverage) 서비스를 소개했다.
회원 맞춤형 와인 페어링...“최상의 맛 제공”
윤 소믈리에는 전 세계 와인 280개 리스트를 보유하고 골프 회원별 맞춤형 페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음식의 색상뿐 아니라 구움 요리, 찜 요리, 볶음 요리 등 조리 타입과 소스에도 신경을 써서 와인을 추천하고 페어링한다. 그는 특히 한국음식의 경우 참기름과 깨가 많이 들어가 와인 페어링 시 심사숙고한다고 강조했다.
윤 소믈리에가 꼽은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만의 장점은 라운딩을 나가기 전 예약 주문을 미리 받아 와인을 준비해 최상의 맛을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윤 소믈리에는 “예약이 들어오면 라운딩 4~5시간 전부터 브리딩(와인을 공기와 접촉해 부드럽게 만듦)과 디켄팅(불순물 제거를 위해 와인을 다른 병에 옮겨 담음)에 들어간다”며 “무조건 값비싼 와인을 추천하기보다 주문한 음식과 맛을 중심으로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해외유학을 준비하면서다. 윤 소믈리에는 “대학 휴학 후 유학을 가려고 자금 마련을 위해 와인 프로모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며 “그러면서 와인을 마시는 역사와 문화에 흥미가 생겼고 아예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윤 소믈리에는 프랑스에서 관련 학교에 입학했고 ‘MC 소믈리에’ 자격증을 획득했다. MC 소믈리에는 프랑스 국가 공인 소믈리에 자격증이다. 그는 “2008년 학교 졸업 당시 한국에서 이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10명이 안 될 정도로 희귀했다”고 강조했다.
윤 소믈리에가 와인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9년 12월 국내 브랜드 호텔에서 소믈리에로 근무하면서다. 2년 정도 호텔 소믈리에로 일하면서 자기 계발도 꾸준히 진행한 결과, 한국 소믈리에 대회 5위에 입상하면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됐다.
그는 골프클럽에서 소믈리에로 일하며 보람찬 일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바이어와의 계약 과정에서 그의 기지가 빛을 발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윤 소믈리에는 “제약회사 전무, 사장과 함께 중요한 바이어와의 미팅자리에 동석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직원이 테이블 모서리에 놓여있던 레드와인 잔을 치우다가 바이어 화이트 셔츠에 레드와인을 쏟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골프클럽 인근 숍에서 화이트셔츠를 구입해 바이어 분이 식사를 마치기 전 새 옷으로 갈아입게 해드렸다”고 말했다.
모두가 어쩔줄 몰라하는 순간 발빠른 행동으로 대처한 셈이다. 이후 당시 제약회사 전무는 윤 소믈리에에게 손수 편지를 보냈다. ‘윤 소믈리에 덕분에 바이어와 논의하던 중요한 계약이 성사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또 모 그룹사에 계신 한 임원분은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을 찾을 때마다 ‘골프를 치러 오는 것보다 와인을 마시러 온다’고 칭찬해 주신다”고 말했다. 단순 소믈리에 업무를 넘어선 역할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 숨은 와인, 한국에 소개할 것”
윤 소믈리에는 앞으로 프랑스의 숨은 보석같은 와인들을 국내 와인 애호가들에게 추천하는 것이 꿈이다. 그가 유학을 다녀온 프랑스에는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와인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프랑스 북부 론에 위치한 도멘 후시에(Domaine Rouchier) 레드·화이트와인을 국내로 수입했는데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며 “생산지 농장은 포도밭 규모가 작고 이번이 첫 거래라서 총 150병밖에 들여오지 못했는데 국내로 수입한 지 한 달 만에 모두 팔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1월 다시 한번 프랑스를 방문해 한국에 소개할 퀄리티 좋은 와인들을 찾아 나설 예정이다. 좋은 와인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직접 포도밭 생산자를 찾아 안면을 트고 거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윤 소믈리에는 최근 한국 소믈리에 대회 예선을 통과하며 꿈을 향해 순항 중이다. 그는 한국 대회에서 우승한 뒤 세계 대회에 나가는 것이 목표다. 윤 소믈리에는 국내 대회 예선 참가자 110명 중에 무려 2등으로 결선에 올랐다.
그는 “회사 근무 일정을 소화하고 육아까지 동시에 하고 있어서 공부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며 “이번 대회를 위해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저녁까지 거르면서 공부를 했는데 2등이라는 결과를 얻어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현재 ‘코트 오브 마스터 소믈리에 서티파이드 소믈리에’라는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윤 소믈리에는 향후 세계에서 단 250명만 갖고 있는 ‘마스터 소믈리에’ 자격증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 무대뿐 아니라 세계 무대를 누비면서 소믈리에로서 역량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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