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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주’ 에코프로, 순탄치 않았던 회사채 시장 데뷔

회사채도 2차전지 열풍 ②
에코프로 첫 수요예측 흥행…공모액 2배 자금 모여
최종 발행액 1000억원…주식담보대출 상환에 사용
공격적인 투자 확대로 순차입금 증가…차입 부담↑

에코프로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공장 전경. [사진 에코프로비엠]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코스닥 시장에서 ‘황제주’에 등극한 에코프로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채권 시장에 등판했다. 에코프로는 신용평가사들 간 등급 불일치(스플릿) 악재를 극복하고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에코프로의 수요예측이 흥행하면서 회사채 발행액을 2000억원까지 증액할지 관심이 모아졌지만 최종 발행액은 1000억원으로 결정됐다. 

에코프로 1000억원 회사채 발행

29일 IB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지난 25일 1000억원(1.5년물 500억원, 2년물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발행금리는 1년 6개월물 5.241%, 2년물 5.259%다. 에코프로가 속한 A- 신용등급의 등급민평금리보다 낮은 '언더 금리'에서 모집액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대표 주관사는 KB·NH·신한투자증권, 인수단은 미래에셋증권 등이 맡았다.

에코프로는 회사채 발행금액 1000억원을 주식담보대출 상환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에코프로는 한국증권금융,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에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총 1090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해당 자금은 오는 12월부터 내년 4월까지 차례로 만기를 앞두고 있다.

에코프로는 “이번 사채 발행으로 조달되는 자금은 실제 자금 사용일까지 은행 예금 등 안정성이 높은 금융상품을 통해 운용할 예정”이라며 “상환 예정 주식담보대출 약정금액 합계 1090억원 중 90억원은 회사가 보유한 자체자금을 활용해 상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에코프로는 1998년 설립 이후 환경사업과 2차전지 사업을 영위해왔다. 지난 2016년 이차전지용 하이니켈 양극재 제조 사업을 물적분할해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을 설립했고, 2021년 환경사업을 인적분할해 에코프로에이치엔을 설립했다. 

그 외 주요 자회사 및 종속회사로는 ▲에코프로이엠 ▲에코프로글로벌 ▲ECOPRO GLOBAL HUNGARY Zrt.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에코프로에이피 ▲에코프로씨엔지 등이 있다. 

지난 2021년 지주사로 전환한 에코프로는 그룹 내 사업포트폴리오 및 자회사 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자회사 및 종속회사에 대한 주식 투자 및 자금조달 지원 등의 사업도 영위 중이다. 에코프로의 최대주주는 이동채 회장으로 2023년 3월 말 기준 에코프로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다. 

순탄치 않았던 발행 과정

에코프로의 회사채 발행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앞서 에코프로는 한국기업평가에서 ‘A-’, 한국신용평가에서 ‘BBB+’ 신용등급을 부여받으면서 신용평가사 간 등급 불일치(스플릿)가 발생했다. ‘BBB+’와 ‘A-’등급은 한 노치(notch) 차이지만 금리가 많이 벌어져 조달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에코프로는 지난 6월 한 차례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잠정 연기했다. 

에코프로에 ‘BBB+’ 등급을 부여한 한신평은 “주력 제품의 우수한 시장지위, 계열 내 수직계열화에 기반한 사업경쟁력이 우수하다”며 “다만 제한적인 선순위성 현금흐름과 계열투자 등으로 자체 재무 부담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행히도 에코프로는 이후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A-’등급을 부여받아 스플릿에 따른 우려를 불식했다. 나신평은 “에코프로비엠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2차전지소재 자회사들이 높은 실적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다”며 “계열 전반의 외형 성장에 따라 지주사 이익창출 기반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에코프로는 7월 17일 진행한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공모액의 2배에 달하는 자금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IB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1년 6개월물 500억원, 2년물 500억원 등 1000억원에 대한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총 206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1년 6개월물에 890억원, 2년물에 1170억원의 주문이 각각 들어왔다.

“과중한 투자…차입부담 확대”

에코프로는 성공적으로 회사채 시장에 입성했지만 신용평가업계에선 에코프로가 중장기적으로 과중한 투자 부담이 지속되면서 차입 부담이 커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에코프로는 공격적인 투자 확대로 인해 순차입금이 증가하고 있다.

에코프로의 올해 3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 8172억원으로 2022년 말 1조 2349억원 대비 5823억원 가량 증가했다. 지난 2021년 말 순차입금은 7052억원 수준이었는데 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연도별 차입금의존도는 △2021년 30.0% △2022년 30.4% △2023년 1분기 말 33.1% 등의 순으로 집계됐고,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00.4% △112% △124.5% 등으로 늘었다.

한기평은 중장기적으로 과중한 투자 부담이 지속되면서 에코프로의 차입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기평은 “높아진 이익창출력에도 불구하고 양극재 생산량 확대에 따른 재고자산 부담 가중으로 운전자본투자가 늘고, 국내외 공장 증설에 따른 시설투자(캐펙스·CAPEX) 증가로 레버리지(차입 투자)도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 신·증설 투자부담이 지속되면서 중단기적으로 영업현금흐름을 상회하는 자금 소요와 이에 따른 계열 전반의 추가 차입금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다만 높은 양극재 수요 성장세 하에서 설비 완공 이후 투자성과가 조기에 가시화되는 상황이므로 연결기준으로 양호한 수준의 재무안정성 지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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