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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家의 반격’ 고려아연, 불붙은 지분 전쟁[지배구조 돋보기]

최윤범 회장, 9월 자사주 1만주 이상 사들여
현대차 유상증자 덕…최윤범 측 우호지분 앞서
이사회 임기 끝나는 내년 3월 주주총회 주목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70년 넘게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지내오던 영풍그룹 계열사 고려아연(010130)에 분열의 틈이 커질 기미가 보이고 있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일가(장가)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최가)는 고려아연 주식을 경쟁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참여한 현대자동차의 지분 5%가 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면서, 최가 지분의 힘이 더 세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연말까지 양 측의 지분 경쟁은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윤범 회장, 한달간 주식 1만주 매입

21일 투자은행(IB)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올해 9월5일부터 18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총 1만1915주를 사들였다. 기업 오너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부양 목적으로 풀이되나, 최 회장의 경우는 통상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해석하긴 어렵다. 고려아연의 지배구조와 큰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전신은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설립한 ‘영풍기업사’다. 이후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 등은 장씨 일가가 경영을 맡으며 그룹을 공동경영 해왔다. 70년 넘게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는 지난해 12월 최윤범이 회장직에 오르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최 회장은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다. 

최 회장은 승진 이후 한화를 상대로 유상증자에 나서며 우호지분 확보에 나섰고, 지분경쟁이 시작됐다. 당시 고려아연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장형진 고문은 유상증자에 반대하고 관련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는 등 불쾌감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장 고문은 장병희 영풍그룹 창업주의 차남이자 9월21일 기준 지분율 3.45%로 고려아연의 개인 최대주주다.

또한 최 회장 측은 지난해 11월 자사주 교환 방식으로 LG화학·트라피구라·모건스탠리·한국투자증권 등을 잇따라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그룹 북미 자회사 HMG글로벌을 상대로 유상증자도 진행했다. 현대자동차는 약 52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의 지분 5%를 인수했다. 현대차는 고려아연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니켈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지분 또한 최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보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와 최 회장 일가의 지분 매입 등으로 최가 우호지분은 기존 28.62%에서 32.5%가 됐다. 최가의 우호지분은 최 회장 및 특수관계자 지분과 한화계열·LG화학·트라피구라·모건스탠리·한국투자증권·현대차 등의 지분을 더해 계산한 결과다.

이에 반해 장 고문 측의 우호지분은 유상증자 단행으로 희석되면서 기존 33.22%에서 31.57%로 내려왔다. 그간 장가 또한 장형진 고문의 개인회사 ‘에이치씨’를 통해 주식을 매입했고, 장 고문의 자녀가 대표인 개인회사 ‘씨케이’를 통해서도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해왔다. 

내년 주총서 양 측 갈등 현실화 ‘주목’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최가와 장가의 갈등이 현실화 될 지 주목된다. 장 고문과 최 회장 모두 내년 초 열릴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이사직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주주총회에서 두 사람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이 다뤄지면, 양측의 표 대결이 예상된다.

이들이 이사회에 재선임되기 위해서는 주총 당일 표결을 거쳐야 한다. 표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의결권을 확보해야 한다. 보통 12월 말인 주주명부폐쇄일에 맞춰 양측은 남은 약 3개월 동안 지분율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9월21일 기준 최 회장 일가의 지분이 앞서 있다. 하지만 고려아연 주주구성에는 지분 8%를 가진 국민연금과 나머지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가·소액주주들도 있어 향후 이들이 경영권 분쟁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양 측의 지분 경쟁으로 최근 고려아연 주가는 오름세다. 9월21일 종가는 52만2000원으로 한 달 전인 8월21일 종가 46만8000원과 비교하면 11.5% 올랐다. 또한 신한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현대차와 협력, 이차전지 종합소재업체로의 변신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높이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도 지분 경쟁 이슈를 주목하고 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작년 하반기 크게 부각되었던 지분 경쟁 이슈가 이번 (현대차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인해 재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 수급 측면에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니켈 제련소 건설 주체가 고려아연이 아닌 자회사 켐코라는 점이 고려아연 주주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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