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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 안 보이는 우리금융 ‘성장 시계’ 멈췄나

[4대 금융, 고금리에 웃는다]② 우리금융 3분기 실적 ‘나홀로’ 악화
우리은행 실적 악화 속 그룹 순익 전년비 8.3%↓
‘좋은 매물’ 인수 강조했지만…‘적자’ 저축銀 인수 검토 밝히기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금융그룹 본점. [사진 이용우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우리금융그룹의 성장 시계가 멈췄다. 고금리 상황에서 은행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식으로 이익을 확대하고 있지만, 핵심 계열사 우리은행의 성장 시계는 반대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우리금융도 뚜렷한 실적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최근 내놓은 적자 금융사 인수 방침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금융 3분기 당기순익 8.3% 추락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우리금융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한 2조4380억원을 기록했다. 

각 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을 보면 KB금융이 8.2% 증가한 4조3704억원, 신한금융이 11.3% 감소한 3조8183억원, 하나금융이 4.20% 늘어난 2조9779억원을 기록하며 우리금융과의 격차를 벌렸다. 

특히 NH농협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2조450억원을 기록했다. 농업지원비 부담 전 기준으로는 2조3023억원이다. 연말로 갈수록 농협금융의 실적이 상승세를 보이는 만큼 올해 전체 실적에서 농협금융이 우리금융을 앞설 가능성도 있다. 

또한 올 3분기 5대 금융 중 사실상 우리금융의 실적만 악화됐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3200억원이 넘는 증권사옥 매각 이익과 올해 3분기 1200억원의 펀드 사태 수습 비용 등의 일회성 요인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제하면 사실상 이익 방어에 성공했다. 

특히 신한금융의 주요 비은행 계열사의 당기순이익은 ▲신한카드 4691억원 ▲신한라이프 4276억원 ▲신한캐피탈 2929억원 ▲신한투자증권 2234억원 등이다. 업계 1위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들과 비교해 더 나은 실적을 달성한 상황이기 때문에 신한금융은 내년부터 다시 리딩금융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금융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퍼주기식 ‘상생금융’ 이자비용은 2배로

우리금융의 문제는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부진이다. 

우리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28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12.0% 증가한 2조8554억원, 신한은행은 0.3% 늘어난 2조5991억원, 하나은행은 23.3% 급증한 2조766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비 우리은행의 3분기 원화대출금 증가율은 2.7%로 리딩뱅크인 KB국민은행의 1.8%와 비교해 높았다. 하지만 순이자마진(NIM)이 KB국민은행보다 0.29%p 낮았다. 이에 이자수익에서 비용을 제한 순이자이익 증가율은 KB국민은행보다 3.1%p나 낮다. 이자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은 지난 7월 연체 중인 개인, 개인사업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상생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연체이자를 성실 납부한 고객에게 납부 금액만큼 원금을 자동 상환하는 정책을 1년 동안 실시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상생책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한 후 지난 3월 내놓은 우리상생금융 3·3 패키지의 일환이다. 이를 통해 최근까지 고객에게 실제 돌아간 혜택은 974억원으로 집계됐고, 우리금융은 연간 2050억원의 혜택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임 회장이 취임 후 내놓은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가 상생금융”이라며 “금리 인하, 이자 감면에 이어 원금 삭감까지 그 부담을 은행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올 3분기 우리은행의 이자비용이 크게 늘었는데 그 배경에는 상생금융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상인저축銀 인수 검토” 밝혔지만 재무부담 우려만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 3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으로 출근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우리금융의 실적 악화가 조만간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임 회장 취임 전에도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지만, 지금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좋은 매물이 나올 경우 인수에 뛰어들겠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만 반복하는 중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고가 매입’ 우려 속에서도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모습과, 최근 하나금융이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뛰어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우리금융이 지나치게 소극적 경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은 최근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0월 26일 김건호 우리금융 미래사업추진부문 상무는 3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는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우리금융이 밝혀온 ‘좋은 매물’ 기준에 맞지 않은 행보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상반기 24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부실채권으로 여겨지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67%에 달하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이 실제로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재무 부담을 키우는 인수합병이 되면서 그룹 실적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는 검토 수준”이라며 “앞으로 실적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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