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본색 드러낸 파월…‘3월 금리 인하설’ 폐기 수순[부채도사]
골드만삭스도 ‘조기 인하’ 예상했지만, 연준은 부정적 입장
실망감 커지자 美 국채 10년물 금리 4% 돌파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금리 인하설’이 사실상 시장에서 증발돼 사라졌다.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은 근거 없는 바람이 됐다. 국내에서도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현실적으로 여겨진다. 연말까지도 상환 능력을 꼼꼼하게 살펴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미 연준 통화정책 기조, 생각만큼 긴축적이지 않을 수도”
3월이 다가오자 미국 채권 시장에서부터 3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진 모습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월 13일 기준 장중 4.195%까지 올라 전달과 비교해 0.285%p 상승했다. 지난해 말 3.25%까지 내렸던 10년물 국채 금리가 3월이 다가올수록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미 연준의 금리 동결 이후 ‘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며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미 연준은 당시에도 ‘금리 인상이 끝났다’라는 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고, 심지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2월 추가 인상 여지까지 남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아무도 연준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더니 급기야 미 연준이 3월 중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3월 금리 인하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파월 의장이 지난해 12월 13일(현지시간)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했다”라고 언급한 발언이 파장을 일으켰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12월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올해 3분기에서 3월로 앞당겨 전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도 같은 시기 연준의 올 3월 금리 인하 확률이 70%로 높게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올해 3월이 다가오자 금리 인하 기대감은 모래성처럼 완전히 허물어지는 모양새다. 비둘기처럼 보였던 파월은 매파 본색을 드러냈고, 물가도 쉽게 잡히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면서다.
파월 의장은 2월 4일(현지사시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몇 달 내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면서 “신중해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2%로 내려가고 있다는 점을 데이터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준 인사들도 이 발언에 동참하고 나섰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같은 날 “최근 일련의 경제 데이터들은 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만큼 긴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우리가 원하는 곳에 도달하기 위해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매우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연준이 긴축적이지 않다’라는 표현은 물가가 쉽게 잡히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온 말로 여겨진다. 미 노동부가 2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1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전월보다 0.3%p 떨어졌지만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2.9%)를 웃돌았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3.9% 올라 지난해 12월 상승률과 같았다. 근원 CPI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주시하는 지표 중 하나다.
한은도 섣불리 금리 인하 어려워
미 연준만 아니라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계속 전달해 왔다. 섣불리 금리를 내릴 경우 물가와 부동산 안정을 해칠 수 있어 긴축 유지가 계속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월 1일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국최고경영자포럼 기조강연’에서 “섣부르게 금리를 인하할 경우 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파월 의장의 ‘금리 인하 논의’ 발언과 관련해서도 “제가 BIS에서 파월 의장을 자주 봐서 그런지 시장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크게 금리 전망이 변했다고 생각을 안 한다”며 “얼마나 오래 이걸 금리를 가져가는지에 따라 물가안정이 달려 있다고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금통위원들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가운데서도 “물가가 2%에 안착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한미 금리차가 2%p로 확대된 상황이라 미 연준이 상반기 이후에야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한은이 곧바로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하반기에도 현 기준금리가 유지되는 가운데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은 기준금리가 인하된다고 코로나 팬데믹 이전처럼 저금리 시대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만 아니라 내년에도 대출자들이 상환 능력을 제대로 따져야 연체 발생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 연준 통화정책 기조, 생각만큼 긴축적이지 않을 수도”
3월이 다가오자 미국 채권 시장에서부터 3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진 모습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월 13일 기준 장중 4.195%까지 올라 전달과 비교해 0.285%p 상승했다. 지난해 말 3.25%까지 내렸던 10년물 국채 금리가 3월이 다가올수록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미 연준의 금리 동결 이후 ‘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며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미 연준은 당시에도 ‘금리 인상이 끝났다’라는 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고, 심지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2월 추가 인상 여지까지 남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아무도 연준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더니 급기야 미 연준이 3월 중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3월 금리 인하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파월 의장이 지난해 12월 13일(현지시간)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했다”라고 언급한 발언이 파장을 일으켰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12월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올해 3분기에서 3월로 앞당겨 전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도 같은 시기 연준의 올 3월 금리 인하 확률이 70%로 높게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올해 3월이 다가오자 금리 인하 기대감은 모래성처럼 완전히 허물어지는 모양새다. 비둘기처럼 보였던 파월은 매파 본색을 드러냈고, 물가도 쉽게 잡히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면서다.
파월 의장은 2월 4일(현지사시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몇 달 내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면서 “신중해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2%로 내려가고 있다는 점을 데이터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준 인사들도 이 발언에 동참하고 나섰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같은 날 “최근 일련의 경제 데이터들은 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만큼 긴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우리가 원하는 곳에 도달하기 위해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매우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연준이 긴축적이지 않다’라는 표현은 물가가 쉽게 잡히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온 말로 여겨진다. 미 노동부가 2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1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전월보다 0.3%p 떨어졌지만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2.9%)를 웃돌았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3.9% 올라 지난해 12월 상승률과 같았다. 근원 CPI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주시하는 지표 중 하나다.
한은도 섣불리 금리 인하 어려워
미 연준만 아니라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계속 전달해 왔다. 섣불리 금리를 내릴 경우 물가와 부동산 안정을 해칠 수 있어 긴축 유지가 계속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월 1일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국최고경영자포럼 기조강연’에서 “섣부르게 금리를 인하할 경우 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파월 의장의 ‘금리 인하 논의’ 발언과 관련해서도 “제가 BIS에서 파월 의장을 자주 봐서 그런지 시장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크게 금리 전망이 변했다고 생각을 안 한다”며 “얼마나 오래 이걸 금리를 가져가는지에 따라 물가안정이 달려 있다고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금통위원들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가운데서도 “물가가 2%에 안착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한미 금리차가 2%p로 확대된 상황이라 미 연준이 상반기 이후에야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한은이 곧바로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하반기에도 현 기준금리가 유지되는 가운데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은 기준금리가 인하된다고 코로나 팬데믹 이전처럼 저금리 시대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만 아니라 내년에도 대출자들이 상환 능력을 제대로 따져야 연체 발생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인 가구 월평균 소득 315만원…생활비로 40% 쓴다
2‘원화 약세’에 거주자 외화예금 5개월 만에 줄어
3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9개월 만에 하락
4국제 금값 3년 만에 최대 하락…트럼프 복귀에 골드랠리 끝?
5봉화군,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 "청년 농업인 유입 기대"
6영주시, 고향사랑기부 1+1 이벤트..."연말정산 혜택까지 잡으세요"
7영천시 "스마트팜으로 농업 패러다임 전환한다"
8달라진 20대 결혼·출산관…5명 중 2명 ‘비혼 출산 가능’
9김승연 회장 “미래 방위사업, AI·무인화 기술이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