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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CJ ‘두 공룡’ 맞손…연대 시너지 낼까

신세계·CJ, 유통·물류 협업 나서
G마켓·SSG닷컴 물류 CJ대한통운에 맡기기로
쿠팡·중국 이커머스 공습에 맞불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손을 잡았다. [사진 신세계그룹, CJ그룹]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범삼성가’인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맞손을 잡았다.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고 혜택을 늘리기 위해 온·오프라인 유통 및 물류·상품·미디어 콘텐츠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전방위 협업에 나선다.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시너지를 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마트와 CJ제일제당 등이 계열사 차원에서 협업한 적은 있지만 그룹끼리 힘을 모으기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두 그룹이 ‘반(反) 쿠팡 동맹’을 맺어 쿠팡에 맞서는 동시에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에 대응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CJ ‘윈윈’ 승부수 뭐길래

 
두 그룹 수뇌부는 지난 5일 오전 CJ인재원에서 ‘CJ-신세계 사업제휴 합의서’(MOU)를 체결했다. 체결식에는 신세계그룹에선 임영록 경영전략실장·한채양 이마트 대표·위수연 신세계프라퍼티 콘텐츠본부장이, CJ그룹에서는 김홍기 지주사 대표·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허민회 CJ CGV 대표가 각각 참석했다.

두 그룹은 협업에 대해 “격변하는 시장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맞아떨어져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5일 진행된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의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에 (좌부터)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와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이 참석했다. [사진 신세계그룹]

이번 협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물류 협업’이다. 신세계의 SSG닷컴과 G마켓 등 이커머스 부문부터 CJ대한통운과 물류 협업을 강화한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G마켓의 물류를 CJ대한통운이 전담한다. 그동안 G마켓의 익일 배송 서비스인 ‘스마일배송’은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여러 택배사들이 나눠 맡고 있었다. 스마일배송에 CJ대한통운의 ‘내일 도착’ 보장 서비스인 ‘오네’(O-NE)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다음 날 도착이 보장되는 주문 마감 시간이 오후 8시에서 밤 12시로 늘어나게 된다. SSG닷컴의 물류도 CJ대한통운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지역의 ‘새벽배송’과 ‘쓱배송’을 위해 경기 광주 오포읍과 김포에 지은 SSG닷컴의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이관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두 그룹의 협업이 ‘윈윈’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양사는 보고 있다. SSG닷컴과 G마켓은 적자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데 CJ대한통운의 배송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물류비용을 절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또 기존 물류센터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물류센터 구축 비용도 따로 들지 않는 이점이 있다. 

두 그룹은 향후 미디어 사업과 콘텐츠 분야에서도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멤버십 혜택도 공유한다. 신세계는 신세계포인트와 신세계 유니버스클럽을, CJ는 CJ ONE 포인트 멤버십을 각각 갖고 있다. 회사 측은 상품 기획부터 양사가 공동 개발하게 되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 내부에서도 이번 협약에 대해 기대감이 높은 분위기다. 그룹 관계자는 “신세계와 CJ는 소비자와 접점이 높은 기업으로 서로 간의 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판단했다”라며 “신세계의 유통과 CJ의 물류, 업의 본질에 충실해 국내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반(反) 쿠팡 동맹’ 시너지는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시장이 급변하면서 쿠팡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통사는 경영난에 시달리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첫 희망퇴직을 받았고,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부문인 롯데온도 최근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11번가는 지난 4월 두 번째 인력 감축에 나선 바 있다.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트럭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국내 유통업 1위로 올라선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영향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신세계와 CJ가 전방위 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특히 CJ올리브영, CJ제일제당 등 일부 핵심 계열사가 쿠팡과 대립각을 세우는 CJ그룹이 신세계와 손잡으며 ‘반(反) 쿠팡 동맹’을 강화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유통업계는 두 그룹사의 협업이 어떤 시너지를 내고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세계와 CJ의 협업이 성장을 위한 투자가 아닌, 재무 안전성을 위한 전략적인 시도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는 비용 절감을 위해 물류센터 거점을 축소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며 “씨제이 입장에선 물류를 투자하기 위해서는 기관과 공간 등 법적인 제약이 있을 텐데, 신세계와의 협업으로 이를 해소하는 측면이 있어 양사 간의 니즈는 맞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세계 측에선 재무적인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서비스에 대한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는 이점이 있겠지만 이커머스든 물류든 양사의 확장 개념으로 볼 수 없으며, 업계 판도를 흔들 정도의 시너지가 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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