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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초대 거버넌스포럼 회장, 사모펀드 ‘단기투자’ 비판…“장기적 관점 투자 필요”

사모펀드 인수기업, 동종업계 대비 14.4% 일자리 감소
“기관투자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장려 필요”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간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합병(M&A)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초대 회장을 역임한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사모펀드 투자행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류 전 회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지막 남은 하나의 미션’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단기성과주의’의 미망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며 “사모펀드(PEF) 업계를 중심으로 여전히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류 전 회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와 그에 기댄 금융화가 더욱 촉진되면서 장기투자는 언감생심이고 단기성과주의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장기주의가 전제되지 않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석(경영)과 주주권 행사는 사상누각이거나 가짜, 워싱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류 전 회장은 사모펀드를 ‘주주자본주의 폐해를 극단적으로 노정하는 투자기법’으로 지칭했다. 또 기업경영의 정상화 이룩, 지속가능한 성장 안내 등 순기능도 있지만 실상은 역효과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실증 사례가 2019년 미국 하버드대와 시카고경영대 연구진의 조사 결과다. 연구 내용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의 경우 동종업계 평균 대비 14.4%의 일자리 감소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이저러스, 스포츠오소리티, 아트밴퍼니처 등 해외 소매기업들이 매장 폐쇄와 파산으로 수십만 명의 근로자가 실직했고 국내에서도 다수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에서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류 전 회장의 주장이다. 

류 전 회장은 “최근 국내에서도 사모펀드 영향력이 매우 커지고 있고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전문 펀드들도 등장해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금융자본주의 확산과 발전이 장기주의 투자 발전과 동행하지 못한다면 지난 반세기 이상 오너 자본주의가 노정해 왔던 터널링과 같은 허다한 문제들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점들을 노정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모펀드가 단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전 회장은 “투자 대상 기업의 자산, 인력, 점포, 사업부문 등을 잘라버리고 태워버리면 사모펀드들의 단기적 수익은 극대화될지 모르나 그 기업의 종업원, 지역사회, 협력업체들에게는 파멸적 결과가 올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류 전 회장은 국민연금의 ESG 투자와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장려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지침을 말한다. 

그는 “(국민연금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투자는 여의도 기관투자자들과 우리 자본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spillover effect)를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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