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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親특허’ 정책…바이오시밀러 기업 영향은

[바이오시밀러 특허 전쟁]③
트럼프 행정부, 미국 중심 특허 보호 정책 추진할 듯
미국 내 특허 소송 ‘난항’ 전망…정책 방향 주목해야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AFP/연합뉴스]
[박연수 특허법인 비엘티 파트너 변리사·변호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아메리카 퍼스트) 기조 아래 강력한 무역과 규제 정책을 신속하게 시행하고 있다. 특허 정책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는 분야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특허 정책과 관련한 변화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식재산’(IP) 정책은 특허 침해 금지 명령의 강화 ▲의료 제약 분야의 라이선스 규제 완화 ▲특허적격성의 확대를 비롯해 ‘미국 중심의 강력한 특허권 보호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경우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허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 또 미국 특허의 무효율은 낮아질 것이며 라이선스 비용이 커질 공산이 크다.

바이오시밀러 기업의 美 특허 소송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의약품의 ‘생물학적 복제약’을 뜻하는 단어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보호 기간이 만료되면 같은 성분의 복제약이 시장에 출시된다. 바이오의약품의 특허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바이오시밀러는 주로 ‘물질 특허’가 만료되면 시장에 나온다. 하지만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호하는 특허는 물질 특허뿐만이 아니다.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 기업은 물질 외 제형 기술 등 여러 특허로 의약품의 상품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선도자’(First Mover·퍼스트 무버)전략을 펼치려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물질 특허 외에 후속으로 만료되는 추가 특허(제형 특허, 별개 적응증 특허, 제조 공정 특허 등)에 대해 특허 무효를 진행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해야 한다. 선도자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하고 새로운 기회를 획득하는 사람이나 기업, 사업자를 말한다. 선도자의 지위를 추구하는 바이오시밀러 기업이라면 세계 최대의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의 특허 소송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바이오의약품 가격 경쟁 및 혁신법(Biologics Price Competition and Innovation Act·BPCIA) 절차에 따라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 기업과 특허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 소송을 통해 특정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거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받으면 해당 특허가 만료되지 않아도 제품을 출시할 기회를 얻는다.

특허 소송은 기업의 ‘합의’를 위한 수단으로도 쓰인다.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 기업과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이 소송을 진행하다 빠르게 합의하면, 특허권의 남은 기간 단독 판매(exclusivity) 권한을 확보할 수도 있다. 실제 미국의 바이오시밀러 소송에서는 최종 판결 없이 합의로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 합의를 통해 기업은 시장에서 독점권을 확보할 수 있고, 높은 점유율과 수익성도 담보할 수 있다.

‘親특허’ 정책 강화 시 기업 전략은

특허 소송은 국가와 시장 상황에 따라 진행되는 양상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특허 소송은 시장 진입 대상 국가별로 이뤄진다. 국가마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관련한 특허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또 국가마다 특허와 관련한 법안이 상이하고 법원의 해석과 소송의 절차도 다를 수 있어 소송의 결과에서 차이를 보인다.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특허 소송을 예로 들 수 있다. 최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리제네론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대로 제기한 아일리아의 특허 침해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의 특허 침해 결정을 유지했다. 리제네론은 아일리아의 특허를 여럿 보유하고 있는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현지 규제기관에 승인을 신청하자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해당 항소심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리제네론의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특허는 ‘865 특허’로 불리는 아일리아의 제형 특허(US 11084865)이며 미국에서 2027년 만료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 특허가 명백한 중복 특허(Obviousness-type Double Patenting)이며 발명의 상세한 설명이 기재불비(記載不備)하다는 이유로 ‘특허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865 특허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언급한 기존의 특허(US 9340594)와 구별되기 때문에 중복 특허가 아니라고 봤다. 또 기재불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아일리아와 관련한 특허 소송과 결과가 다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리제네론은 우리나라에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대로 아일리아의 제형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를 들며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원은 리제네론의 청구를 기각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국내 시장에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는 데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리제네론은 현재 이 판결과 관련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대로 항소심을 제기한 상황이다.

국가마다 소송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일리아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블록버스터 의약품 ‘엔브렐’도 국가마다 특허 상황이 다르다. 원천 특허가 2012년 만료된 엔브렐은 추가 특허(US 8063182, US 8163522)가 미국에서 2029년까지 유효하고, 이에 대응하는 유럽 특허는 2015년 만료됐다. 미국과 유럽의 특허 보호 기간 연장 제도의 차이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출시에도 영향을 미친다. 산도스가 개발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인 에렐지는 2016년 미국에서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산도스는 제품 승인 이후 바로 시장에 에렐지를 출시할 수 없었다. 엔브렐의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 기업이 산도스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판매를 저지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상황이 다르다. 산도스 외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수월히 유럽 전역에 자사의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국가마다 특허 여건 달라…각각 고려해야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친(親)특허’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미국에 출시하려는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외 유럽, 아시아 지역 내 국가에서는 특허 소송의 결과가 다를 수 있다. 국가마다 제도가 다르고, 특허 유무에서도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운 기업이라면 바이오시밀러 기업에 친화적인 국가를 찾아 이들에 우선 진입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다른 국가에서 진행한 특허 소송을 통해 소송의 증거와 결과를 미국 시장 진입 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바이오시밀러와 관련한 특허 정책과 법안을 분석해 주요 시장인 유럽 내 국가에서부터 특허 소송을 진행하거나 시장 진입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소송을 통해 확보한 증거와 결과를 미국에서 활용할 수 있으며, 다른 국가에서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한 실적과 그동안의 임상 및 처방 자료는 제품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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