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난무하는 민간 시터 소개소“...워킹맘 고충은 10년째 ‘여전’
관리, 감독 부재한 민간 육아 도우미 소개소에 ‘한숨’
여성가족부 개정안 마련했지만, 당장 기대는 어려워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경력 5년 이상에 영어책을 읽어주실 수 있는 이모님이라는 업체 말만 믿고 입금했어요. 그런데 막상 오셔서 이야기를 해보니 아이를 돌 본 경험은 전혀 없었고, 영어는 그저 간단한 인사만 하실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면접 때는 업체에서 그렇게 말하라고 해서 거짓말을 했다네요. 이미 일을 시작했고 서로에게 맞춰가는 단계여서 채용을 유지하지만, 사기 당한 기분이네요. 민간 시터 소개 업체 원래 다 이런가요?”
부풀리기식 이력부터 거짓 정보까지. 어린 자녀를 대신 돌봐주는 베이비 시터(육아 도우미)시장에서 아직까지도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를 둔 엄마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통하는 일명 맘카페에 관련 불만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거짓 정보에 불만을 제기한 글에는 현직 시터라는 사람들의 댓글도 올라왔다. 한 댓글 작성자는 “현직 시터인데 업체쪽에서 경력을 너무 부풀려, 스스로 그만둔적 있다”며 시터들의 불편함도 토로했다.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제를 함께 책임지는 워킹맘의 고충을 취재했다.
아이 돌보는 것을 도와주는 육아 도우미 업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서비스 아이돌보미 사업과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민간 육아 도우미 소개 업체 등이다. 정부 운영 아이돌보미는 시터의 자격부터 운영기준 등 법정화됐지만, 문제는 민간 운영 기업들. 이 같은 민간 업체들은 육아 도우미 인력을 마련하고, 의뢰가 들어오면 맞춤형 인력을 연결하고 채용이 성사되면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수익을 취득한다. 즉 의뢰인과 육아 도우미 인력이 많이 연결될 수록 수익이 늘기 때문에 의뢰인들이 선호하는 경력으로 ‘뻥튀기 이력’을 만드는 것이다.
‘업체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정부 지원 아이돌보미를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시선도 있지만, 당장 일터로 돌아가야 하기에 돌보미를 구할 수 없는 워킹맘 사정을 모르는 이야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공 아이돌보미는 3만여명에 불과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자녀를 두고 일하는 기혼여성은 266만8000명으로, 3만명의 돌보미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민간 소속 가사·육아도우미 종사자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11만명 수준으로, 당장 아이 돌봄이 필요한 워킹맘은 공공 서비스 매칭에 실패하면, 비교적 도우미가 많은 민간 업체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범죄경력, 정신질환 이력 확인마저 부재
경력 부풀리기 보다 더 큰 문제는 민간 업체에서는 아이돌봄에 있어서 기본시되는 범죄경력이나 정신질환 이력 확인마저도 필수사항이 아니라는 것. 기본적인 아이 돌봄 교육 역시 필수 조건이 아니다. 물론 사설 업체를 통해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이를 이력사항에 넣을 수는 있지만, 관련 교육을 이수하지 않아도 채용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정부 관할이 아닌, 민간 사업체이기 때문에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 지원법 적용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워킹맘 속은 타들어가기 일쑤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준비하는 직장인 김수정(37)씨는 “최근 아이와 관련한 끔찍한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육아 도우미는 정말 간절하다”며 “출산을 장려한다며 지원금을 정부에서 주지만, 아이 돌봄은 단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뒤늦게 개정안 꾸리는 여성가족부
물론 정부는 관련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6일 여성가족부는 아이돌봄 지원법 개정안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아이돌봄사 국가자격제가 생성되고, 민간 아이돌봄 서비스제공기관은 정부에 등록해 운영하게 된다.
특히 이 개정안을 통해 정부에 등록한 민간 아이돌봄 서비스제공기관은 돌봄인력에 대해 범죄경력조회를 여성가족부에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 받게 된다. 이외에도 개정안에는 지자체장의 아이돌봄서비스제공기관 지정·운영의무 신설, 타인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질병이 있는 사람은 아이돌봄사 또는 육아도우미로 활동할 수 없도록 하는 근거 마련, 민간 등록기관의 안전조치의무 신설, 아이돌봄서비스제공기관 종사자의 결격사유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현재 민간 소개업체는 방문학원 업종으로 등록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돼 관리가 쉽지 않았다”며 “이제는 공공과 민간 전반에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 체계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이 마무되면 민간 소개업체에 대한 정부적 관리와 감독이 시행될 예정이라 희망적인 소식이지만, 또 여기에는 느릿느릿 ‘거북이식’ 일처리에 비난의 소리도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은 지난 2013년 ‘베이비시터 관리체계 개선’으로 제기됐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2023년에는 ‘아이돌봄 서비스 고도화 방안’으로 또 이야기됐지만, 개정안은 2년이 지난 현재 여성가족위원회 회의를 통과했다.
여기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 개정안 공포의 과정 등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은 개정안 공포 기준으로 1년간 유예기간을 지난 후이기 때문에 아무리 빨리 진행해도 내년 이후에 진행된다.
업계 관계자는 “2023년도 21대 국회에서는 해당 개정안이 최종적으로 무마됐다”며 “같은 문제가 10년 전부터 제기됐는데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인데, 신뢰하고 맡길 도우미를 찾는 워킹맘 마음만 바쁜 게 현실”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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