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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망하면 어쩌나”...머릿속 복잡한 홈플러스 고객들 [가봤어요]

[홈플러스 사태 2막]②
회생절차 돌입에도 고객들로 북적
사용처 제한된 '홈플 상품권' 우려 커져

3월 8일 홈플러스 강서점 내 가전매장. 고객들의 발길이 끊긴 모습. [사진 이지완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물건을 안 판다고 하니까 기분이 이상하긴 하다. 그래도 평소에 홈플러스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일이)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지난 8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본점 내 삼성전자 매장을 둘러보던 40대 부부는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현 사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날 홈플러스 내 입점한 삼성전자 매장에서 어떤 물건도 구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매장 오픈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에서 만난 삼성전자 매장 직원에게 특정 제품의 가격을 묻자 “오늘은 전산상의 문제 등으로 영업이 멈춘 상태”라며 난감해했다. 이에 언제쯤 해결되냐고 되묻자 직원은 “오늘은 구매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충성 고객들은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홈플러스에 대해 대체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회생절차 돌입과 협력사 납품 중단 등으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였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정반대였다. 현장에서 만난 몇몇 고객의 말로 전체 소비자의 마음을 알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홈플러스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가진 고객들이 꽤 존재했다는 것이다.

오전 10시 30분께 편안한 옷차림으로 홈플러스에 방문한 30대 부부는 “동네에서 가장 큰 마트인데 혹시나 문을 닫는다고 하면 지역주민 입장에서 매우 아쉬울 것”이라며 “우리 부부는 주말에 한 번씩 꼭 마트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양역 인근에 거주 중이라는 30대 여성 한모씨는 “아이가 과일을 좋아해서 딸기를 구매하려고 왔다”며 “학생 때부터 홈플러스를 자주 다녀서 익숙하다. 그래서 그런지 뭔가 하나라도 더 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오픈 초반에는 썰렁했던 홈플러스 매장이 정오께 밀려드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푸드코트와 가전매장 등은 한산했지만 식료품 매대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이는 먹거리에 대규모 할인 혜택이 적용된 홈플러스의 연중 최대 할인 행사 ‘홈플런’ 영향이다. 이날 현장에서 본 과일류와 채소류 가격표에는 ‘40~50% 할인 혜택 적용’ 등의 문구가 표기돼 있었다.

고객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현장에 있던 홈플러스 직원은 “선착순 추가 할인을 잠시 후 시작한다”며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를 했다. 회생절차 돌입 이후에도 홈플러스 매장 안은 여전히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다만 텅 빈 일부 매대가 현재 홈플러스의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엿볼 수 있게 했다. 현장에서 근무 중이던 한 직원은 텅 빈 매대의 상품이 더 없느냐는 질문에 “어떻게 된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3월 8일 홈플러스 강서점의 채소 코너 모습. [사진 이지완 기자]
3월 8일 오전 홈플러스 강서점 매대에 상품이 없는 모습. [사진 이지완 기자]
아직은 괜찮다지만...불안감 점점 커진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영향으로 당장 매출 등에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회생절차에 돌입했지만 홈플러스는 현재 정상영업 중이기 때문이다. 동서식품과 삼양식품 등 주요 협력사가 한때 제품 공급을 중단했지만, 홈플러스는 최근까지 대부분의 업체와 관계를 회복한 상태다. 홈플러스 브랜드에 대한 충성 고객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 회생절차로 인해 홈플러스의 실적이 당장 급락하거나 고객 수가 줄어들지는 않은 상황이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홈플런’은 역대급 매출을 기록했던 지난해 행사 기간과 비교해 유사한 실적을 보였다. 특히 방문 고객 수는 지난해 행사 대비 5%가량 신장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홈플런 종료 후 곧바로 추가 할인 행사까지 진행 중이다.

문제는 홈플러스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가 홈플러스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회생절차 돌입 후 CJ푸드빌·CGV·에버랜드 등 제휴사들은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 중단 조치를 내렸다. 홈플러스는 제휴사들과 협의 중이지만, 아직까지 관계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회사는 홈플러스 상품권의 신규 발행을 지속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제휴사 상품권 사용 비중이 높지 않아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회사에 따르면 홈플러스 상품권의 96%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온라인몰 등에서 사용된다. 홈플러스 외 제휴처에서의 상품권 사용 비중은 4% 수준에 불과하다.

고객들의 생각은 다르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홈플러스 상품권을 정상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장에서도 홈플러스 상품권을 소진하려는 소비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60대 여성 김모씨도 “딸이 상품권을 빨리 쓰는 게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상품권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휴사와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카드사까지 홈플러스 상품권 손절에 나선 탓이다. 지난 12일부터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를 비롯한 8개 전업 카드사가 홈플러스 상품권에 대한 구매 및 충전 관련 결제 승인을 중단했다. 카카오 역시 이번 주말부터 홈플러스 상품권 판매를 중단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카드사와 협의해 빠른 시일 내로 서비스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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