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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國,'1천억 달러 해외도피'로 골머리

中國,'1천억 달러 해외도피'로 골머리

중국의 외환거래은행들은 요즘 꽃놀이패를 즐기고 있다. 반면에 암달러상들은 죽을상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현재 세계 2위. 얼마 전 따이샹룽(戴相龍) 중국인민은행장이 한 말에 따르면, 10월 현재 1천9백억 달러를 넘었고 지금도 계속 늘고 있어 연말께는 2천억 달러에 달할 것 같다. 지난 상반기에 1천8백8억 달러였으니 몇 달 만에 2백억 달러가 느는 셈이다. 직접적 이유는 중국의 무역흑자에다 WTO 가입을 앞두고 전세계에서 투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일부 한국인들이 중국에 가서 1백 달러짜리 지폐로 부채를 부치며 호기를 부렸다지만, 중국은 요즘 달러화에 목말라 하지 않는다. 9월11일 미국 테러피습 이후 오히려 구미선진국에서 돈이 더 몰려온다는 징후도 있다. 한국인 유학생이 많이 사는 우다우커우(五道口)의 암달러상에 가면 1백 달러를 주고받는 돈이 1년 전에는 8백50위안쯤 됐지만 지금은 8백20위안이 안 된다. 중국정부의 공시환율보다도 싸다.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이다. 암거래시세가 더 쌀 수가 있다니…? 암거래 시세가 공식 시세보다 낮은 이런 기현상은 지난 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일반 장사꾼들도 달러로 돈을 치르려 하면 고개를 흔든다. 인민폐로 달라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 베이징의 유명한 외국인 쇼핑거리인 왕푸징(王府井)에서 달러로 돈을 내는 외국인을 성가시게 보는 기색이 역력할 정도로 중국사람들의 태도가 예전같지 않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달러로 값을 치르면 몇 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수 있었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 이렇게 달러가 넘치다 보니 요즘 중국에선 소위 ‘있는 자’들의 재산해외 도피문제에 대해 말들이 많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유명한 경제신문인 경제일보(經濟日報)가 최근 중국의 자본해외도피문제를 들고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적인 추계로는 도피액이 5백억 달러 내외지만 최고 1천억 달러까지 된다고 쓰고 있어 파장이 만만찮다. 경제일보는 중국의 자본도피 방법을 대개 5개로 보고 있다. 첫째는 수출입금액을 거짓으로 쓰는 고전적인 수법. 둘째는 외국투자기업과 공모해 중국기업이 대신 현물투자를 하고 뒷구멍으로 외환을 따로 받아 해외에 심어두는 것. 세째는 금융기관과 외환관리당국이 조직적으로 펴는 ‘작전성 해외도피’. 넷째는 환치기. 다섯째는 일반인들이 직접 들고 나가는 ‘보따리 수법’이다. 그동안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효과 있던(?) 수법은 말할 것도 없이 첫째와 둘째다. 요즘 환치기와 일반인들의 보따리 유출도 늘고 있지만 규모면에서 아직 미미하다. 그럼 정확한 도피 규모는 얼마나 될까? 공식 국제수지통계에 기록이 안된 자본유출 규모는 97년부터 99년까지 각각 1백28억·2백33억·1백22억 달러로 3년 동안 4백83억 달러였다. 세계은행의 간접추정방식으로는 각각 1백41억·3백17억·1백30억 달러로 3년 누계가 5백88억 달러. 그러나 일부 학자는 중국 통계의 불확실성에 따른 오차와 누락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최소 1천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런 외화 빼돌리기가 98년 절정을 이뤘다가 99년부터 줄고 있다는 것이다. 90년대 중반 당시 중국 금리는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해외자금이 물밀듯 몰려와 막대한 금리차익을 챙겼다. 심지어 내국인만 투자할 수 있는 A주식 시장에도 변칙적으로 투자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뒀다. 그러다가 97년 말 아시아 금융위기가 일어나면서 외국의 핫머니가 98년 대량으로 빠져나갈 때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파묻혀 나갔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 경제가 그후 호조를 보이고 정부의 단속도 강화되자 최근 몇 년 새 불법 자금도피 규모는 계속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금리는 이미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지난 9월22일 중국인민은행은 또다시 외화예금금리를 인하했다. 1년 정기예금 금리를 기준으로 달러는 2%, 파운드 3.25%, 홍콩달러 2.125%, 캐나다 달러 2.375%, 스위스 프랑 1.25%로 각각 내렸다. 이렇게 해도 외국돈은 몰려오게 돼 있다는 뜻이다. 90년대 초와 비교하면 정말 상전벽해(桑田碧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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