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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자들의 밑천은 부동산과 고리사채

한국 부자들의 밑천은 부동산과 고리사채

세계의 부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지난 6월18일 메릴린치와 캡 제미니언언스트 앤 영(Cap Gemini & Ernst & Young)이 발표한 ‘World Wealth Report’에 따르면 1백만 달러(약 12억원) 이상의 금융자산(부동산 제외)을 가진 부자들은 북미인은 55∼57세, 유럽인 59∼62세의 연령대로 나타났다. 북미지역의 부자들 중에는 IT혁명의 수혜를 입은 젊은 부자들과 여성 부자들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서는 밝혔다. 이들 부자 중 상속을 통해 축적한 재산 비중은 적게는 5%, 많게는 25%에 불과해 스스로 부를 일군 사람들이 많았다. 즉, 세계의 부자들은 대부분 스스로 자산을 형성한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부자들의 태도는 지역마다 상이하다. 수백년 동안 극도의 인플레이션과 높은 세금, 전쟁을 경험한 유럽의 부자들은 자산 유지를 위한 비밀 보장과 자산운용의 안정성 그리고 해외투자에 관심이 많은 반면, 미국 등 북미지역의 부자들은 보다 적극적인 투자패턴을 보인다. 북미지역 부자들은 자산배분과 투자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금융정보를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이용한다. 때문에 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기관의 영업 패턴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유럽의 백만장자들은 금융기관의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 등을 선호하지만, 북미 부자들은 금융 공급자들과 서비스의 질을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다. 자산 구성에 있어도 영 딴판이다. 북미 백만장자들은 주로 주식에 투자를 많이 하지만, 유럽인들은 채권이나 예금상품 등 보수적인 투자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해외투자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북미 부자들은 국내 투자에 집중하지만, 세금을 극도로 싫어하는 유럽인들은 해외를 선호한다. 이 보고서는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전세계 부자들의 해외 자산 8조5천억 달러 중 2조5천억 달러가 유럽 부자들의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이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국의 부자들 규모와 아시아 지역의 부자들의 증가세다. 메릴린치의 최형호 본부장은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소유한 한국의 부자들은 약 5만명 정도”라고 말한다. 한국의 부자들도 재산 형성은 유럽인이나 미국인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본부장은 “한국의 부자들은 주로 부동산과 고금리 사채를 통해 재산을 형성한 사람들이 많다”며 “은행은 잠시 거쳐가는 정거장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일본 제외)의 백만장자들은 7%로 증가한 1백73만명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부자들이 이렇게 재산이 증가한 것은 주식시장의 활황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주식시장은 달러화 기준으로 31%나 성장해 많은 부자들이 부를 축적했다. 또한 세계의 부자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주식·예금·채권 등 여러 투자에 분산투자를 하는 경향이 높고 자산 관리에도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최본부장은 “한때 기술주에 많이 투자했던 부자들은 기술주가 쇠퇴의 기미를 보이자, 가치주와 우량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등 적극적인 자산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국내 부자들과 마찬가지로 ‘원금 보전형 펀드’를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즉, 부자들은 자산관리는 적극적으로 하지만 보수적인 투자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유대인의 지혜가 담겨 있는 탈무드는 부자가 되려면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고 말한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메릴린치가 분석한 세계의 부자들을 보면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한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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