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 다섯 지붕’살이 언제까지…
| 등기상 국민은행의 본점인 명동 옛 국민은행 본점. | ‘한 가족 다섯 지붕’살이를 언제 면할까-. 지난해 11월 출범한 통합 국민은행이 마땅한 ‘집(본점)’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미 ‘살림’은 합쳐 한 가족이 됐지만 공간이 부족해 뿔뿔이 흩어져 사는 ‘이산가족’으로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등기상 통합 국민은행의 본점은 명동에 있는 옛 국민은행 본점이다(지난해 국민은행 노조가 합병 반대운동을 철회하는 조건 가운데 하나로 제시해 서류상 본점이 됐다). 그러나 속을 뜯어보면 다르다. 국민은행의 본점은 사실상 3개다. 국민은행은 현재 여의도 옛 주택은행 본점과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 옛 장기신용은행 본점, 서울 남대문로의 옛 국민은행 본점에서 본점 업무를 나눠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김정태 국민은행장도 1주일에 1∼3일씩 세 곳을 돌며 일을 보고 있다. 더욱이 일로 따지자면 본점이 5개나 마찬가지다. 경영지원본부·재무기획본부 등은 여의도 옛 주택은행 본점에, 기업고객본부·국제금융본부 등은 명동에, 개인고객본부 등은 옛 장기신용은행 자리에, 검사팀은 굿모닝증권 빌딩에 있다. 여기에 지난 7월1일자로 업무지원본부가 서울 남대문 대우빌딩에 입주했다. 한군데 뭉쳐 있어도 시너지 효과가 날까 말까인데 이렇게 흩어져 있다 보니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국민·주택 두 조직을 하나로 묶는 일은 꾸준히 벌여오고 있고, 올 가을까지는 전산통합 작업을 마칠 계획이지만 정작 같이 일할 건물이 없는 것. 국민은행측은 통합 은행 출범 전부터 새 본점을 물색해 왔다. 다만 2천명이 넘는 사람이 들어가려면 연면적 3만평 정도의 건물이 필요한데 서울에서 입맛에 맞는 매물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서울에서 이런 조건에 맞는 건물은 아이타워·63빌딩·LG 트윈타워·교보생명 빌딩 등 10개 안팎이다. 지난해 아더앤더슨은 여의도 옛 주택은행 본점과 명동 옛 국민은행 본점을 팔고 통합 은행의 본점을 새로 사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당시 합병추진위원회는 강남 아이타워를 사들일 계획을 세우고 실사까지 마쳤지만 가격 등이 맞지 않아 결국 손에 넣지 못했다. 그 뒤 합추위는 서울 4대문안 건물을 대상으로 물색했지만 3만평은커녕 2만평짜리 건물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당시 합추위는 서울은행 본점·옛 한일은행 본점·현대 계동사옥 등을 리스트에 올렸다. 서울은행 본점과 옛 한일은행 본점은 명동 옛 국민은행 본점과 가깝기 때문에 두 건물 가운데 하나를 사들여 쓰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지만 불발로 끝났다. 또 지난해 말에는 서울 세종로 서울파이낸스센터(SFC)에 눈독을 들였지만 여의치 않았다. 게다가 올 들어서는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면서 빌딩 값도 많이 올라 더욱 곤혹스런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 건물을 짓는 방안도 검토됐다. 그러나 마땅한 땅 찾기도 쉽지 않았다. 국민은행측은 지난해 서울 종로4가의 담배인삼공사 서울지점 부지를 낙점하기도 했지만 용적률 등 제한이 많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로 재개발 부지나 통일교 부지 등도 후보로 올려놓곤 있지만 땅값이 너무 비싸 엄두를 못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여의도 중소기업 전시장 부지가 새 본점 자리로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전시장 자리는 1만평으로 좁은데다 서울시가 매물로 내놓은 땅은 5천평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올 말까지는 매각 계획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이어서 이 또한 그다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국민은행 점포기획부 관계자는 “금융 중심지인 강남·여의도·명동 쪽에 본점을 두면 좋은데 마땅한 물건이 없다”며 “어디 괜찮은 건물이나 부지가 없냐”고 하소연했다. 백운 삼성증권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네트워크가 아무리 잘 돼 있어도 층만 달라도 애를 먹을 때가 있다”며 “그래서 건물을 같이 쓰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재로선 국민은행이 찾는 건물이나 땅은 한국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통합 은행의 상징인 새 본점 자리가 마땅치 않아 국민은행의 ‘한 가족 다섯 지붕 살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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