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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 속 신비한 맛 출렁출렁

동해바다 속 신비한 맛 출렁출렁

바다내음 물씬한 해조류로 만든 돌솥밥은 당뇨병·비만·고혈압 등에 효과가 있다.
잘 삶아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고구마를 먹을 때 신김치를 곁들이면 얼마나 황홀해 지는가. 그 맛의 궁합의 이면에는 우리 신체의 신비한 작용이 숨어 있다. 고구마는 칼륨이 많다. 김치는 사스(SARS)도 물리친다는 좋은 식품이지만 염분-나트륨이 과다하게 들어가 있다. 나트륨은 부족해도 탈이지만 적정량 이상일 때 모든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고구마의 칼륨은 김치의 나트륨을 무력하게 만든다. 그래서 삶은 고구마와 김치는 잘 어울리는 것이다. 혈압이 높으신 분, 변비로 고생하시는 분, 당뇨 때문에 일상이 고달프신 분. 이런 분들에게 고구마보다 더 좋은 천혜의 식품을 소개하는 뜻 깊은 기회가 왔다. 하느님은 흙 속에 고구마와 감자, 마늘 따위를 묻어놓으신 것처럼 바다 속에 는 온갖 신비한 풀들이 자라게 하셨으니 그것이 바로 해조류라고 일컫는 것들이다. 바다풀-. 그 중에서도 미역·다시마·파래·톳·김 등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 민족에게 옛부터 훌륭한 미각과 영양소의 중요한 재료였다. 산중에 사는 사람도 말린 미역만 있으면 임산부의 산후조리를 걱정하지 않았으니 천혜의 식품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고구마의 칼륨이 김치의 나트륨을 제압한다고 했는데, 다시마도 그 부분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칼륨 풍부하고 또 알긴산 역시 나트륨을 몸 밖으로 내쫓는 데 한몫 한다. 바다의 짠물 속에서 자란 다시마나 미역이 염분 제거에 앞장선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물에 잘 녹는 해조류의 식물섬유는 포도당이 혈액 속에 침투되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어 당뇨병에 매우 효과적이고, 해조류만 갖고 있다는 요오드는 혈액 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줌으로써 비만을 막아주고 혈압 안정에 도움이 된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빌딩 뒷골목에 이런 해조류만 사용해 음식을 내놓는 식당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가 봤다. 간판이 ‘해초세상’. 푸른 동해의 바다 속 풍경이 일렁거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집 바깥주인이 스쿠버 전문가라 한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미역귀를 잘 먹었거든요.” 스쿠버와 결혼한 에어로빅강사 출신의 송선화 사장은 ‘해초세상’ 개업을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남편은 허구헌 날 물속에서 해조류가 출렁거리는 모습을 봐 왔고, 자기는 미역귀뿐 아니라 파래와 김을 ‘억수로’ 좋아했으니 돈 버는 것은 다음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나 ‘해초세상’의 음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떤 맛을 내는지 안다면 단골이 적지 않게 늘어나리라는 확신이 든다. ‘매생이탕’은 통영에서 올라오는 매생이를 그대로 쓰니까 더 이상 언급이 필요 없고, 그 밖의 소바·우동·냉면· 해물죽·비빔밥·해물전골 등 모든 음식에 다시마·쇠미역·톳·파래가 들어간다. 물론 음식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데, 예를 들면 면음식에는 톳과 다시마가 들어가고, 해물튀김에는 파래·다시마·지누아리가 들어간다. 물론 가루로 빻아서 면 또는 튀김옷과 섞어준다. ‘해초세상’에서 제일 잘 나가는 메뉴는 ‘해조비빔밥’(5천원)이고, 날씨가 더워졌으니 ‘해조냉면’도 찾는 이가 많다. 조금 더 지출을 감수한다면 ‘해조해물영양돌솥밥’(8천원)이라는, 아주긴 이름의 별미를 맛볼 수 있는데, 해조류뿐 아니라 홍합·소라·새우 등이 여기저기 숨어서 미각의 향연을 벌인다. ‘해초세상’의 바닷풀 사랑은 아주 지극해서 고추장에도 해조분말을 집어넣고, 삼겹살이나 보쌈 또한 해조분말 먹여 순천농장에서 사육한 돼지고기를 사용한다. 그리고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 전화:해초세상 02-501-3316 추천해 준 분:박민정 방송작가 보쌈이란 삼겹살과 마찬가지로 깻잎이나 상추에 싸먹는 것이 제격일 것이다. 그런데 ‘해초세상’에서는 깻잎과 상추 말고도 쇠미역·다시마·톳 등에다 싸먹는다. 미역의 미끈미끈한 점액섬유가 비위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꼭꼭 씹어보면 바다의 짭짤한 향과 육지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뱃속이 더부룩할 때는 해물죽도 좋은 식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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