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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확인…실적 개선돼야 탄력받아”

“바닥 확인…실적 개선돼야 탄력받아”

금융 장세 기대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경기는 좋지 않지만, 여러 가지 악재가 소멸됐고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다. 많은 증권사들이 하반기 증시를 상반기보다 좋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증시 관계자들은 주가가 단시일 내에 급등하기는 어렵다며 성급함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큰손’들의 뭉칫돈은 언제쯤 주식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 하반기 증시의 흥망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외국인과 반대로 개인은 5, 6월 두 달에 걸쳐 2조4000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개인은 아직까지 주가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차익실현에 치중하고 있다. 큰손들이 몰려 있다는 서울 강남지역의 증권사 지점장들은 이에 대해 종합주가지수가 700선은 넘어가야 자금이 증시로 몰려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직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뢰할 만한 근거가 부족한 데다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점장들은 우리 시장이 이라크전쟁, 사스 문제, 그리고 북핵 문제가 중첩된 상반기 중 바닥을 확인한 만큼 하반기에 급락할 가능성은 작다며 하반기 기대감을 감추지는 않았다. 미국 증시가 랠리를 보이는 것도 미국 경제뿐 아니라 국내 경기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이 앞장서 닦은 터에, 개인이 바통을 이어받아 매수에 나서 하반기 증시를 탄탄대로로 이끌 것인가.

박용욱 한화증권 대치동 지점장은 “외국인이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어 하반기 주가가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객들이 주식을 보는 관점도 ‘암흑’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지점장은 그러나 “이른바 큰손들의 경우 그렇다고 당장 주식을 사겠다고 덤비지는 않은 채 주가 향방을 좀더 지켜볼 의향”이라고 전했다.

장득수 신영증권 압구정 지점장은 “정부 정책이 분배와 노동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적인 큰손들의 자금이 증시에 공격적으로 유입되기는 어렵다”며 “부동산 투기근절 대책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지점장은 “외국인만 매수하고 있고 개인은 철저히 파는 국면”이라며 “객장이 고객들의 매매로 북적이기 위해서는 좀더 시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지점장은 이와 함께 부동산 투기만 잡겠다고 공격적으로 나설 게 아니라 이 자금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주식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기업들의 배당 제고 지원 등을 그 예로 제시했다. 이상훈 LG투자증권 천호동 지점장은 “돈많은 사람들의 뭉칫돈은 주가가 700을 넘고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확신이 어느 정도 형성된 이후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이라며 “현재는 입질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제한적인 금융 장세로 그칠 수도

2003년 하반기 초입인 6월, 주식시장에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종합주가지수가 650대에서 강하게 버티면서 지난 3월의 ‘500 붕괴 위기’는 어느덧 까마득히 잊혀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700을 넘어 800마저 돌파하리라는 장밋빛 전망이 들린다. 종합지수 900을 예견하는 목소리도 그리 낯설지 않다. 주식시장이 이토록 달아오른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가의 매수 행진을 꼽을 수 있다. 이른바 ‘바이 코리아’ 열풍이 다시 불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2조5,529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은 올해 들어서도 6월 12일 현재까지 1,515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그러나 이 기간을 잘라서 보면 외국인은 5월 28일부터 11일 연속 매수우위를 이어왔다. 외국인은 이 기간에 1조4,566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우리 시장의 대표주인 삼성전자를 14일 내리 200만주나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의 전망을 좋게 보고 ‘바이 코리아’를 시작했다면, 최근 증시 강세는 대세상승의 ‘전주곡’으로 여겨질 것이다.

외국인이 나서면서 ‘주가가 설마 더 오를까’ 하는 경계심리가 완화됐다. 이와 함께 ‘이제 올 때까지 왔으니 팔아야겠다’는 차익실현도 미뤄지고 있다. 반면 주가가 빠지면 살 것이라는 저가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6월 탄탄하게 다져진 토대를 바탕으로 하반기 주식시장이 정말 화려하게 꽃피울 수 있을 것인가. 정부의 부동산 투기 대책이 잇따라 발표되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과연 하반기 증시로 본격 유입될 것인가.증시 일각에서는 현재 주식시장이 돈의 힘으로 상승세를 타는 ‘금융 장세’(유동성 장세)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금융 장세의 조건은 풍부한 유동성 ·정부정책 지원 ·경기침체 등 3가지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4.00%로 낮췄고, 정부는 재정확대와 조기집행 등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금융 장세의 조건을 추가했다. 국고채 금리는 최근 3%대에 진입하며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갈 곳 몰라 하는 돈이 시중에 넘쳐 흘러다니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400조원에 이른다는 풍부한 유동성의 힘을 배경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반기 우리 시장이 이같은 금융 장세를 관통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도 금융 장세가 화려한 꽃을 피우며 실적 장세로 넘어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하반기 경기지표가 개선되지 않고 기업실적이 악화된다면 실적 장세는 결코 오지 않는다. 그럴 경우 금융 장세의 실망감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폭락할 수도 있다. 최근 오름세는 제한적인 금융 장세(Bear Market Rally)에 그치는 것이다.



“환율 등 걸림돌…800 넘으면 과열 우려”

주요 증권사는 하반기 종합지수를 아래로는 600, 위로는 800을 전망하고 있다. 상반기보다는 나아질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1000에 다가서는 실적 장세는 어디서도 섣불리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장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증권사는 교보증권으로 최고 900을 전망하고 있다. 이 회사의 리서치센터장인 임송학 이사는 “후반 들어 경기지표 개선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재 우리의 주가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임 이사는 “외국인의 매수라는 해외유동성 보강, 그리고 반도체 D램가격의 상승이라는 펀더멘털 호전이 맞물리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하반기 중 900 돌파 시도도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은 800선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 하반기 증시 기대감을 피력했다. 2분기 중 경기가 바닥을 찍을 것이며 3분기부터 주식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스(SARS ·중증호홉기 증후군)와 화물연대 파업, 전쟁으로 인한 유가 변동, 카드채 문제 등 온갖 악재들이 정리되어 가고 있는 만큼 반등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 삼성증권의 오현석 투자전략가는 “주가를 짓누를 만한 악재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면서 “자신의 투자기간과 목표수익률 등을 명확히 정하고 우량주를 저점매수하는 전략은 큰 무리가 없다”고 제시했다.

실적장과 금융장을 가르는 요소는 경기. 따라서 하반기 경기 전망을 점검하는 것은 필수적인 작업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소비와 국제유가, 그리고 환율 등 변수를 주시해야 한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팀장)는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예상치 4.2%보다 낮은 3.7%에 그쳤지만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 팀장은 먼저 하반기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 팀장은 하반기 중 국제유가가 하락해 교역조건이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주식시장 흐름을 가장 잘 맞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증권사는 LG투자증권. LG증권은 하반기 500~800이라는 꽤나 넓은 변동폭을 제시했다. 이 증권사의 박윤수 상무는 “시중 자금이 풍부하고 주가가 싸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문제는 여전히 기업실적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상무는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1,200원이 안 되는 환율 여건에서 국내 기업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라며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그래서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 상무는 그러나 “미국에서 수주 모멘텀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때 주가는 800을 넘어서는 과열권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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