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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발목 잡는 耕者有田 원칙

농민 발목 잡는 耕者有田 원칙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농지규제의 가장 큰 이유는 식량안보 논리에 있었다. 그러나 전시에 필요한 것은 농지가 아니라 식량 비축분이다. 농지가 많다고 식량안보가 튼튼해지지는 않는다. 농지규제 완화 논의가 다시 나오고 있다. 농림부에서는 한계농지에 관광위락시설 등을 허용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최근에는 최종찬 건교부 장관이 농지규제 완화의 가능성을 다시 내비쳤다. 농지규제 완화는 도시민들뿐만 아니라 농민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농지는 농민의 땅이다. 그런데도 농민은 자기 땅의 용도를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농업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우리의 농업정책은 농지 소유자의 희생 위에 서 있는 셈이다. 왜 농민들은 자기 땅을 농업 이외의 목적에 쓰면 안 되는가. 농지규제의 가장 큰 이유는 식량안보 논리에 있었다. 쌀을 자급해야 전쟁이 터지더라도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시에 필요한 것은 농지가 아니라 식량 비축분이다. 그래서 평시에 식량을 자급하는지 여부보다는 몇 달분의 식량을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지만, 평소에 충분히 비축만 해둔다면 전쟁이 나도 기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듯이. 농지가 많다고 식량안보가 튼튼해지지는 않는다. 설령 쌀의 자급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을 위해 지금의 농지가 모두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쌀이 남아 보관비용을 걱정해야 하고, 또 사료용으로 써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농지의 상당 부분을 줄이더라도 쌀 자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농지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우리 헌법에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들어온 것은 농민의 소작인화를 막기 위해서였다. 즉 농민을 위한 제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농지거래 기회를 제한하기 때문에 농민에게 오히려 손해다. 농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경자유전의 원칙을 풀어달라고, 또 농지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이제 농업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자. 농업이 우리에게 특별하다면 그것은 다른 일반적 산업과는 달리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석양에 시골집 굴뚝에서 피어나는 밥 짓는 연기. 맨발로 논에 들어가 방개며 우렁이를 잡던 일.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그런 기억을 떠올리고 싶을 것이고, 아이들에게 그런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을 것이다. 농촌정책도 그런 방향으로 바꾸자. 농촌은 식량 생산 기지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연을 배우고 목가적 생활의 의미를 깨닫는 장소로 만들자. 농약과 비료를 쏟아부어 소출을 늘리기보다 우렁이와 미꾸라지와 메뚜기가 자라도록 놔두는 것, 논밭을 비닐하우스로 덮어 소출을 늘리기보다 보기 좋은 시골 풍경을 만드는 것, 이런 것이 우리 시대에 더 맞는 것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특별한 시설이 없더라도 농촌은 그 자체로서 훌륭한 관광지가 될 것이다. 농업에 대한 보조가 필요하다면 바로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다. 농촌은 식량을 생산하는 곳에서 즐거움과 안락함을 생산하는 곳,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곳으로 변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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