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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의 힘 “한국 경제 우리가 이끈다”

아줌마의 힘 “한국 경제 우리가 이끈다”

수원 YMCA 여성인력개발센터 체험학습교사 과정을 이수 중인 아줌마들이 힘찬 포즈로 <아줌마 파워> 를 표현하고 있다.
조영순 설계사의 하루일과..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식구들 출근 준비를 도와주고 오전 7시 50분께 사무실로 나온다.
출근 직후 옷매무새를 고치고 화장을 한다.(위) 오전 9시에 시작하는 아침조회를 통해 새로운 보험상품 정보를 듣고 영업전략도 준비한다.
오전 10시 반이면 서울 장한평 자동차부품상가에 도착해 고객상담을 시작한다.(위) 오후 6시 자가용 오피러스를 타고 퇴근한다. 퇴근시간은 보험설계사 생활 시작 뒤 16년 동안 지켜왔다.
-기혼 여성, ‘아줌마’ 사원들이 곳곳에서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70, 80년대에 시작된 야쿠르트 아줌마, 화장품 외판원, 보험 설계사 뿐만 아니다. 학습지 교사, 제조업체 생산 현장, 백화점 판매사원 등 경제 현장에는 어김없이 주부사원들이 있다. 현장 근무를 꺼리는 미혼 여성과 달리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아줌마 사원을 반기는 기업도 많다. 기혼 여성 경제활동이 국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나 된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기혼 여성들의 활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일하는 아줌마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기혼 여성을 현장에 더 많이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편집자> - 안녕하세요. 조영순입니다.” 조영순 설계사는 프로급 커리어우먼답게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일단 인사부터 건넨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 1월28일 이른 아침에도 마찬가지. 인사부터 시원시원하다. 서울 강북구 마아동 신일고 근처 동부화재 종암영업소에서 근무하는 그는 이 회사가 자랑하는 영업 인재 중 하나다. 그는 발군의 실적을 자랑한다. 그가 관리하는 1천2백명의 고객을 상대로 거둬들이는 손해보험 수입료는 연간 18억원이 넘는다. 사내 8천여명의 여성 설계사들 중에서 단연 톱이다. ‘일하는 아줌마’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실적이 톱인 만큼 그의 시간은 곧 돈이다. 하루를 분(分) 단위로 쪼개 사용한다. 하루 일과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매일 새벽 4시 반이면 일어나 아이들과 남편(㈜대명특수벨트 김희수 상무)의 출근 준비를 도와줍니다. 집(서울 도봉구 쌍문동 소재)을 나와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매일 아침 7시 50분께지요.” 전담 여자 운전기사가 이른 아침이면 조영순 설계사를 출근시키기 위해 차를 몰고 쌍문동 집으로 찾아간다. 출근 뒤 곧바로 영업 준비를 한다. “수첩에 기재된 스케줄대로 오늘의 방문 거래처를 꼼꼼히 시간별로 체크한 다음 9시 반이면 실질적인 일터인 서울 장안동 장한평 중고차매매센터 일대로 향합니다.” 도착하면 대개 오전 10시 반. 장한평 자동차부품상가가 그의 진짜 일터다. 그의 고객들은 대부분 이 상가에 밀집해 있다. 기자와 동행한 이날도 그는 어김없이 고객관리 차원에서 상가 내 ㈜협성부품상사부터 들렀다. 이곳 이기영 사장이 “최근 중국여행을 다녀왔다”고 운을 떼자 조영순 설계사는 “미리 알았으면 위안화라도 조금 챙겨드리는 건데”라며 친근감 있게 대화를 풀어나갔다. 이때부터 오후 4시까지 고객상담이 정신없이 이어진다. “하루에 보통 20∼30명의 고객을 만납니다. 잠깐 동안 고객들이 근무하는 점포를 찾아가지요. 이 중 40%는 잠재고객이고요. 일이 있든 없든 일단 들러 보험정보도 드리고, 만기 재계약이나 사고처리도 제가 직접 해드립니다.” 오후 4시까지는 모든 업무 처리를 끝낸다. 고객은 수없이 많지만 고객들과 같이 점심이나 저녁을 들면서 보험영업을 하는 일은 없다. 16년간 이 영업을 하면서 지켜온 철칙이다. 경조사를 챙기는 일도 반드시 낮에 한다. 그는 “오늘도 고객들 경조사에 가봐야 한다”며 발길을 서두른다. 고객 경조사에 내는 부조금도 만만치 않다. 보통 한번에 30만원이다. 고객이 점포를 이전할 때는 1백만원도 척척 낸다. 수입의 60%는 이같은 고객마케팅 비용으로 나간다. 억대가 넘는다. 40%가 진짜 그의 수입이다. 물론 이 40%만 해도 연간 억대가 넘긴 하지만…. 참고로 동부화재 설계사들 수입은 평균 월 3백만∼4백만원선이다. 그는 서른살로 접어들던 88년 손해보험설계사가 됐다. “장래에 풍요롭게 살고 아이들을 잘 키우려면 아무래도 돈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지요. 그렇지만 돈보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살고 싶었습니다. 그것도 전문직업을 갖고서 말입니다.” 요즘도 이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지금은 자리를 잡았지만 초창기에는 마음 고생도 많이 했다. 교장선생님 출신인 시아버지와 남편이 “애들도 아직 어린데 왜 일부러 힘들게 나가서 고생하느냐”고 적극적으로 말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굽히지 않았다. 식구들도 결국 그를 도와줬다. 시계바늘이 저녁을 향해 달려가자, 그는 퇴근정리를 서두른다. 퇴근시간은 ‘칼’이다. 오후 4시면 차를 돌려 사무실로 향한다. 귀사 시간은 대개 오후 5시께. 사무실에서는 고용한 여직원 2명과 함께 매일 들어오는 신규 장기보험계약 2∼3건을 처리하고, 기존계약에 대한 중간점검도 잊지 않는다. 오후 6시께 퇴근 준비를 하며 차에 오른다. 귀가하면 1시간 정도 도인체조를 하며 몸을 풀고 내일을 준비한다. 조용순 설계사는 초창기 때에 비하면 기혼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이 늘었지만 주위 기혼 여성들을 돌아보면 아직도 60%는 직업 없이 사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한다. 실제 90년대 이후 아줌마, 즉 기혼 여성들의 취업은 급격히 늘었다. 90년대 들어 판매·유통·중소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기혼 여성들이 엄청나게 많이 진출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90년대를 ‘아줌마들의 전성시대’로 부르기도 한다. 기혼 여성의 사회 진출을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육아 문제다. 90년대 이후 탁아시설이 대폭 늘어나는 등 사회적인 해결책도 모색되고 있지만, 기업과 가족 등의 협조가 아직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혼 여성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조영순 설계사는 “어떤 일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실되고 성실하고 신용을 지키면서 일을 해 나가면, 나이든 기혼 여성들도 어떤 분야에서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순 설계사는 동네 주부들을 자신의 ‘직장 후배 설계사’로 많이 키웠다. 수십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는 현재 8명의 ‘직장 후배 동네 주부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그는 “보험사업이 남들에게 권할 만한 보람찬 직업인데도 사회적으로 인식이 낮다”며 “우리나라 전체 보험설계사들이 힘을 합쳐 이같은 편견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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