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를 보려면 ‘카지노’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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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Me the Monet
그곳의 엘비스 프레슬리는 진짜가 아니다. 베네치아 호텔도 베네치아를 흉내낸 것에 불과하다. 룰렛 돌아가는 소리와 블랙잭 카드 내려놓는 소리로 가득한 화려한 가짜들의 공간, 이것이 바로 라스베이거스라는 곳이다. 반면 미술 전시회는 작품들의 진위 여부에 의해 성패가 갈린다.
그렇다면 벨라지오 갤러리에서 1월 30일부터 (9월 13일까지) 시작된 고풍적인 제목의 전시회 ‘클로드 모네: 보스턴 순수미술 박물관으로부터 빌린 걸작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다. 아내와 딸의 초상화로부터 말년에 그린 수련까지 40년에 걸쳐 제작된 21점의 모네 작품들은 진품들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 막후에서 이루어진 거래는 너무나도 라스베이거스적이다.
1998년 도박계 거물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스티브 윈은 자신의 벨라지오 카지노 안에 벨라지오 순수미술 갤러리를 열었다. 그는 갤러리 내부를 자신이 소장한 르누아르·마티스·피카소 등의 작품으로 채웠고 관람객들에게 12달러의 입장료를 받았다. 첫해에는 무려 1백만명이 돈을 내고 이곳을 다녀갔다. 그것은 보스턴 박물관 같은 소수의 주요 박물관들에서나 가능한 방문객 수였다. 그러나 2000년의 합병으로 윈의 벨라지오 갤러리가 현재의 MGM 미라주로 넘어가자 그는 자신의 소장품들을 회수해갔다.
한편 유명한 미술품 상인인 아르네 글림체르의 아들이자 페이스 윌덴스타인 갤러리 간부인 안드레아 부도니스의 남편인 마크 글림체르는 2001년 벨라지오 갤러리를 인수한 뒤 개인 소장가들로부터 빌려온 앤디 워홀의 작품들과 러시아 정부로부터 돈을 주고 빌려온 파베르제의 알공예 작품 등을 전시해 왔다. 그 전시회는 지금까지 15만명 이상의 입장객으로부터 1인당 15달러를 받아 챙겼다. 그런데 뉴스위크는 글림체르가 모네 작품 대여료로 보스턴 순수미술 박물관측에 최소 1백만달러를 약속했음을 밝혀냈다.
바로 이 점이 박물관 윤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보통 비영리 박물관은 개인의 기부, 입장료, 관내 상점 수입, 정부 지원 등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지금은 자금 지원이 줄고 문화를 즐기기 위한 여행이 감소하는 등의 어려운 상황이다. 전에는 보통 (예를 들어 ‘피카소 작품을 빌려줄 테니 그 대신 마티스 작품을 빌려주시오’처럼) 돈을 받지 않고 작품을 다른 박물관에 빌려주곤 했었지만 이제는 작품 대여료를 받는 일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돈 거래는 지금도 비영리 박물관끼리에 국한돼 있다.
보스턴 박물관이 글림체르에게 라스베이거스에서 돈을 벌 수 있도록 모네의 작품들을 빌려준 것은 박물관계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일부에선 벨라지오 갤러리가 ‘영리 박물관’이기 때문에 곧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박물관협회의 에드 에이블 회장은 “미국에는 영리 박물관이 하나도 없다. 영리 박물관에 승산이 있다면 왜 우리가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사실 박물관을 박물관답게 만드는 것은 영구 소장 작품들이다. 벨라지오에는 영구 소장품이 하나도 없다). LA 타임스의 비평가 크리스토퍼 나이트 같은 사람들은 보스턴 박물관이 “사리사욕을 채운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리적 논란뿐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도 있다. 벨라지오 갤러리의 모네 작품전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글림체르는 하루 4백명의 관람객만 입장하면(워홀 전시회와 파베르제 알공예 전시회 때는 하루 평균 그 두배의 관람객이 들었다) 손익 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전시회 광고판을 바라보면서 ‘저거 보고 싶다’고 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전시회 관람객들이 ‘믿을 수 없는 전시회였다’고 말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그렇게 되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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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엘비스 프레슬리는 진짜가 아니다. 베네치아 호텔도 베네치아를 흉내낸 것에 불과하다. 룰렛 돌아가는 소리와 블랙잭 카드 내려놓는 소리로 가득한 화려한 가짜들의 공간, 이것이 바로 라스베이거스라는 곳이다. 반면 미술 전시회는 작품들의 진위 여부에 의해 성패가 갈린다.
그렇다면 벨라지오 갤러리에서 1월 30일부터 (9월 13일까지) 시작된 고풍적인 제목의 전시회 ‘클로드 모네: 보스턴 순수미술 박물관으로부터 빌린 걸작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다. 아내와 딸의 초상화로부터 말년에 그린 수련까지 40년에 걸쳐 제작된 21점의 모네 작품들은 진품들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 막후에서 이루어진 거래는 너무나도 라스베이거스적이다.
1998년 도박계 거물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스티브 윈은 자신의 벨라지오 카지노 안에 벨라지오 순수미술 갤러리를 열었다. 그는 갤러리 내부를 자신이 소장한 르누아르·마티스·피카소 등의 작품으로 채웠고 관람객들에게 12달러의 입장료를 받았다. 첫해에는 무려 1백만명이 돈을 내고 이곳을 다녀갔다. 그것은 보스턴 박물관 같은 소수의 주요 박물관들에서나 가능한 방문객 수였다. 그러나 2000년의 합병으로 윈의 벨라지오 갤러리가 현재의 MGM 미라주로 넘어가자 그는 자신의 소장품들을 회수해갔다.
한편 유명한 미술품 상인인 아르네 글림체르의 아들이자 페이스 윌덴스타인 갤러리 간부인 안드레아 부도니스의 남편인 마크 글림체르는 2001년 벨라지오 갤러리를 인수한 뒤 개인 소장가들로부터 빌려온 앤디 워홀의 작품들과 러시아 정부로부터 돈을 주고 빌려온 파베르제의 알공예 작품 등을 전시해 왔다. 그 전시회는 지금까지 15만명 이상의 입장객으로부터 1인당 15달러를 받아 챙겼다. 그런데 뉴스위크는 글림체르가 모네 작품 대여료로 보스턴 순수미술 박물관측에 최소 1백만달러를 약속했음을 밝혀냈다.
바로 이 점이 박물관 윤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보통 비영리 박물관은 개인의 기부, 입장료, 관내 상점 수입, 정부 지원 등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지금은 자금 지원이 줄고 문화를 즐기기 위한 여행이 감소하는 등의 어려운 상황이다. 전에는 보통 (예를 들어 ‘피카소 작품을 빌려줄 테니 그 대신 마티스 작품을 빌려주시오’처럼) 돈을 받지 않고 작품을 다른 박물관에 빌려주곤 했었지만 이제는 작품 대여료를 받는 일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돈 거래는 지금도 비영리 박물관끼리에 국한돼 있다.
보스턴 박물관이 글림체르에게 라스베이거스에서 돈을 벌 수 있도록 모네의 작품들을 빌려준 것은 박물관계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일부에선 벨라지오 갤러리가 ‘영리 박물관’이기 때문에 곧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박물관협회의 에드 에이블 회장은 “미국에는 영리 박물관이 하나도 없다. 영리 박물관에 승산이 있다면 왜 우리가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사실 박물관을 박물관답게 만드는 것은 영구 소장 작품들이다. 벨라지오에는 영구 소장품이 하나도 없다). LA 타임스의 비평가 크리스토퍼 나이트 같은 사람들은 보스턴 박물관이 “사리사욕을 채운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리적 논란뿐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도 있다. 벨라지오 갤러리의 모네 작품전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글림체르는 하루 4백명의 관람객만 입장하면(워홀 전시회와 파베르제 알공예 전시회 때는 하루 평균 그 두배의 관람객이 들었다) 손익 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전시회 광고판을 바라보면서 ‘저거 보고 싶다’고 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전시회 관람객들이 ‘믿을 수 없는 전시회였다’고 말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그렇게 되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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