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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는 일단 유보
주식은 ‘보증수표’ 삼성전자만

부동산 투자는 일단 유보
주식은 ‘보증수표’ 삼성전자만

연봉이 2억5,000만원인 W전무는 거액의 고정 수입에 비해 투자 수익률은 초라한 편이다. 무엇보다 증권사 직원의 말과 소문만 믿고 덜컥 주식을 사곤 해 낭패를 봐왔다. 포트폴리오 조정 뒤 삼성전자 주식에만 투자하기로 한 그는 부동산 투자는 현금을 쥐고 지켜본다는 전략이다.
외국계 합작기업인 J기업의 W(53)전무. 요즘 같은 시대에 아직도 현직에 있느냐며 고교 동창들의 부러움을 사는 사람이다. 현재 그의 연봉은 2억 5,000만원으로 세금과 각종 공제금을 빼면 2억원 남짓 된다. 국내 굴지의 종합상사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그는 뛰어난 외국어 실력과 업무 능력을 갖춰 외국계 기업으로 옮겨서도 ‘굵고 긴’ 무역 전문가로 남아 있다. 그의 자산은 교사인 아내 몫까지 더해 모두 20억원 가량 된다. 15년 전 연봉 1억원을 넘기면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그렇지만 그의 자산 상태는 벌이에 비해 그다지 신통치 않다는 평가다. W전무와 경력 등이 비슷했던 친구 C씨는 2년 전 구조조정 여파로 공기업의 간부를 끝으로 ‘백수’가 됐지만 현재 50억원대의 자산이 있다.
두 사람의 자산 차이는 대부분 보유 부동산의 가치에서 비롯됐다. 청담동에 사는 C씨는 내 집(아파트)도 서울 강남과 분당에 마련했다. 4억원을 주고 산 청담동의 50평대 아파트는 현재 12억원, 외환위기 때 2억5,000만원을 들여 산 분당의 60평대 아파트는 7억원에 이른다. 반면 W전무는 뒤늦게 일산 지역 등에 투자해 별 재미를 못 봤다.

주식 투자에서도 두 사람의 운과 실력은 갈렸다. C씨는 15년 전 3만원에 산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전신) 주식을 300만원에 처분해 15억원을 손에 쥐었다. 아울러 그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20만원대에 샀다. 현시세는 두 배가 넘는다. 평상시 벌이는 W전무가 훨씬 낫지만 투자상의 성과는 C씨의 상대가 안 된다. 이와 달리 W전무는 증권사 직원의 말만 믿고 덜컥 주식을 사곤 해 돈을 날리기 일쑤였다.

그의 실패기를 한 번 살펴보자. W전무는 주식을 생각하면 할수록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해 동안 이곳저곳의 증권사 직원과 상담하고 투자했지만 결과는 막대한 손실뿐이었다. 물타기를 포함해 5억7,000만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현재 평가 금액은 1억8,500만원뿐이다.
부동산 투자 결과도 아직까지는 신통치 않다. 그나마 부인의 잔소리를 듣고 투자해서 주식 투자보다는 한결 낫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사실을 감안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큰 편이다. 주로 일산 지역에 투자한 그는 가좌동 아파트 분양권을 사서 1억원 정도의 프리미엄을 챙긴 정도다.

그가 ‘친구 따라 강남 가지 않고’ 이 지역에 머무는 이유는 있다. 먼저 선산이 경기도 파주에 있고 자신과 부인이 잘 아는 지역이다. 또 김대중 정권 때부터 해빙 무드를 보이고 있는 남북관계나 파주의 LG필립스LCD 공장 그리고 강북 균형 개발의 파급 효과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했다.

물론 행정수도 이전 등으로 이러다간 또 낭패를 보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많다. 하지만 부동산에 대해서는 부인과 의견일치를 봤기 때문에 불만은 별로 없다.
이런 배경에서 W전무는 전철역에서 약 15분 거리이고, 파주 선산 가는 길에 있는 고양동 지역에 요즘 공급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D사의 33평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무엇보다도 평당 500만원이 안 될 정도로 가격이 싼 새 아파트이다. 교통도 그만하면 좋은 편이어서 미련없이 샀다.

금융상품의 포트폴리오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조정하기로 했다. 먼저 증권사 직원의 말과 소문만 믿고 아무 주식이나 덥석 사지 않기로 했다. 대신 워런 버핏이나 템플턴의 가치 투자 방식을 따르기로 했다. 10년 이상 묻어둘 주식을 찾던 그는 삼성전자만한 주식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올해 60조원 이상의 매출과 15조원 선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D램가격도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3분기에는 휴대전화 최신 모델도 내놓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40만원대에 머물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는 저평가됐다는 판단이었다. 휴대전화와 LCD ·플래시 반도체의 가격 하락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로 주가에 이미 반영됐고, 지금은 시장의 수급 불균형에 따라 하락세이므로 반등 소지는 충분하다고 봤다. 이런 결론을 내린 W전무는 이미 발생한 손실은 잊고 단순하고 명료하게 삼성전자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2000년 8월에 2억원을 덜컥 투자해 현재 평가액이 1억2,500만원에 머무르고 있는 LG카드 후순위채권은 팔지 않기로 했다.

내수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여 팔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일단 두고 보기로 했다. 당장 급하게 처분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다 만기까지 기다리면 원금도 건질 수 있다는 희망도 적잖이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드회사의 연체율이 조금씩 떨어진다는 보도도 있었고, 자기자본보다 우선 순위여서 감자의 위험이 없는 후순위채를 이 시점에서 정리할 필요는 없었다.

포트폴리오 조정 후 총자산 기대수익률은 연 10.8%로 올랐다. 이전의 연 -4.5%의 손실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또 주식 투자에서 마음 졸이며 불안해하지 않게 됐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투자법이라고 결코 결과까지 나쁜 건 아니다. 아울러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보기로 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주택가격이 사상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부동산 경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였다. 세계 유수의 언론이 부동산시장에 발생한 거품이 조만간 붕괴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실질주택가격은 미국에서 15~20%, 기타 다른 나라에선 30% 정도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영국에서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거품론이 심하게 대두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당분간 현금 비중을 늘리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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