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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장, 알짜 비즈니스로 떠오른다 ②웬만한 대기업은 다 교육사업 진출

교육시장, 알짜 비즈니스로 떠오른다 ②웬만한 대기업은 다 교육사업 진출

한 금융사가 주최한 자녀교육 강연회. 최근 교육을 내세우는 금융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 대치동에 있는 ○학원 인수전에 KT가 뛰어들어 추진하다 최종 단계에서 무산된 적이 있다. 이유는 KT 내 다른 사업부에서 이미 한 학원과 업무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학원은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유웨이중앙교육에 인수되었다. 그 와중에 내용증명이 오가는 등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또 SK그룹사 중 미니홈피 싸이월드로 유명한 SK커뮤니케이션은 메가스터디에 이은 2위의 온-오프라인 수능강의 업체인 이투스그룹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교육사업에 뛰어들었다. 향후에는 아예 ‘SK커뮤니케이션의 교육사업부가 되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학원가에 떠돌고 있다. 이와 함께 최고의 재수생 종합반으로 시대를 풍미한 종로학원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교육’에 몰리는 ‘엄마’ 행렬 회사 측은 “현대캐피탈 대표인 정태영 사장이 종로학원의 2세이자 대주주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어쩔 수 없다. 교육사업 자체에 관심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현대카드의 주력이라고 볼 수 있는 ‘S’카드는 종로학원을 포함한 교육업체와의 제휴를 대폭 늘려 교육을 중요 콘텐츠의 한 축으로 삼았다. 또한 SK텔레콤이 사교육시장의 거물 메가스터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은 진위를 떠나 메가스터디 코스닥 등록 이후에 학원가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다. 일반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주요 언론사도 저마다 ‘열려라! 공부’ ‘맛있는 공부’ ‘공부야 놀자’ ‘생글생글’ 등 다양한 이름으로 ‘교육섹션’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어느 신문사의 교육섹션 정보가 알차냐에 따라 보는 신문까지도 결정할 지경이다.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 축소’를 주요 논조로 하는 주요 언론사마저도 저마다 교육 관련 자회사를 하나씩 가지고 있을 정도다. 교육계와 거리가 멀다고 여겨지는 금융계는 어떨까? 이곳도 갈수록 교육과 가까워지고 있다. 가장 최근 출시된 우리자산운용의 ‘주니어 네이버 적립식 주식형 펀드’는 ‘펀드 가입자의 자녀에게 경제 교육을 시켜주겠다’고 제시, 교육 관계자와 경쟁사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백화점·할인점 같은 유통업계에서도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기존 문화센터를 활용하거나 기능을 강화, 지금까지 해오던 부모 문화생활을 위한 강좌뿐 아니라 직접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입시교육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일례로 현대백화점은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를 위해 주니어클럽(j-club) 회원을 모집하는 등 중·고생 교육을 마케팅에 십분 활용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고가품을 다루는 백화점이 아닌 서민형 대형 할인점임에도 문화센터만은 백화점을 능가할 만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다양한 자녀 교육 프로그램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업종에 관계없는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들 이름이 거론되는 것일까. 이들이 눈독을 들이는 사교육시장은 그동안 ‘공교육의 적’이자 ‘타도의 대상’으로 인식된 곳이 아닌가. 이와 같은 변화는 ‘교육’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뜻한다.

미래를 창출하는 최적 연결고리 우선 교육은 최고의 콘텐츠 산업이다. 그동안 콘텐츠는 하드웨어에 딸려가는 부가적인 서비스라고 생각해 왔으나 콘텐츠 자체가 직접적으로 ‘큰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이동통신회사들은 오래전부터 “콘텐츠 중심의 사회가 온다”고 늘 외쳐왔다. 하지만 최첨단 휴대전화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라야 벨 소리 내려받기 같은 기기 자체를 꾸미기 위한 콘텐츠와 유명 여배우의 누드 사진첩 같은 ‘성인 서비스’ 콘텐츠가 고작이었다. 좋은 예가 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지난 6월 12일 음란물 유통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사건이다. 체면을 구긴 셈이다.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에서 ‘교육’이란 정부의 탄압을 받는 ‘공공의 적’이었다. 이 때문에 교육 콘텐츠의 개발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어 왔고, 전문가가 전무했다. 그러나 최근 이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기업처럼 경영 전문가나 MBA 출신자들이 즐비한 곳이 아닌, 학원강사들만 모여 있는 메가스터디가 온라인 교육 콘텐츠 비즈니스로 코스닥에 등록하고 올 매출 700억원대를 바라보는 업체로 성장한 게 대표적이다. 둘째는 교육이 세대를 잇는 마케팅 수단이라는 점이다. 교육은 세대를 연결시키는 주요 매개체다. 필자는 종종 증권사·은행의 초청으로 자녀 교육 강연을 나가곤 한다. ‘증권사나 은행에서 웬 자녀 교육?’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금융 신상품을 소개하려 할 때 고객에게 참석해 달라는 DM을 보내면 참석률이 저조하다. 하지만 ‘자녀 교육 강연회’라는 타이틀을 걸면 제발로 걸어오는 고객이 많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주요 고객의 자녀를 위한 교육 캠프를 개최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미 교육은 주고객인 학부모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인이자, 미래 잠재고객인 학생들에게 기업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중요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교육이 산업통합(Industry Convergence) 시대의 연결고리라는 점이다. 주요 콘텐츠 산업이라는 점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지만 금융과 통신이 융합하고, 통신과 방송이 융합하는 등의 산업통합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각 산업 간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가장 적당한 연결고리가 교육 콘텐츠라는 것이다. 휴대인터넷 단말기를 통해 학교 자율학습 시간에 수능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학생의 모습에서, 유비쿼터스 홈 네트워크 시스템이 구축된 집에서 냉장고에 붙은 모니터를 통해 요리법을 배우는 주부의 모습에서, ‘교육’을 제거하면 과연 무슨 매력이 남아 있겠는가. 교육 콘텐츠는 첨단기기와 소비자를 맺어주는 가장 적절한 연결고리다. 바로 이런 시장을 대기업들이 본 것이다. 교육 산업 자체가 ‘블루 오션’이 될 수도 있는 데다, 새로운 ‘블루 오션’을 창출하는 중요한 지렛대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꿩 먹고 알 먹는 비즈니스인 셈. 바야흐로 교육 콘텐츠의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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