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건의 가치주 따라잡기①] ‘산업별 가치’서 ‘기업별 가치’로
[권영건의 가치주 따라잡기①] ‘산업별 가치’서 ‘기업별 가치’로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독자들을 위한 가치주 투자 안내 글을 새로 연재할 예정이다. 투자 전문가인 권영건 마이애셋자산운용 대표가 직접 투자자들을 위해 20년 넘게 갈고 닦은 가치주 투자기법을 자세하고도 쉽게 소개할 방침인데, 글 순서는 가치투자 입문, 가치주를 발굴하는 방법들, 10루타 수익을 내는 비법, 실전 투자전략들, 가치투자의 황금법칙의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편집자>편집자>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이코노미스트」 독자들은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질량(mass)과 무게(weight)에 대해 배운 바가 있을 것이다.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질량이고, 이것의 상대적인 개념이 무게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구에서는 질량과 무게가 같지만 달에 가면 질량에 비해 무게가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변하지 않는 것, 절대적인 것을 찾아왔고 이것이 존재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절대’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이 질문에 대해 나는 부정적이다. 우리가 영원히 변치 않고 절대적이라고 믿어왔던 진리도 변한다.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1000년 이상 당연시 여겨져 왔던 천동설이 무너졌다. 절대 진리라고 숭앙을 받았던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은 불과 200년이 지난 뒤 아인슈타인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아인슈타인 이론도 또 누구에 의해 진리가 아닌 한 학설로 전락할지 모른다.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 것도 이럴진대 다른 것들은 오죽하랴. 성공 스토리는 의외로 간단 자, 우리의 가치투자 이야기로 들어가자.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투자할 때도 절대적인 원칙이란 것은 없다. 이렇게 하면 돈을 벌고 저렇게 하면 그저 그렇고 요렇게 하면 손실을 본다고 알려주는 어떤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평생을 마음껏 쓰고도 남을 돈을 벌 것이고 남들로부터 존경과 부러움도 한 몸에 받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이를 시도했고 지금 이 시간에도 시도되고 있지만 연금술사와 같이 항상 꿈속에서만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 포트폴리오 이론, 효율적 시장 이론 등 수많은 투자 관련 책자 및 이론이 이 시간에도 쏟아지고 있지만 그 결과는 오십보백보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럴진대 아마추어 일반 투자자들은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주식투자를 아예 포기하고 쳐다보지도 말아야 하는가? 대답은 ‘그렇지 않다’다. 이 말은 내 말이기도 하지만 주식투자 대가인 피터 린치와 워런 버핏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국 자산운용 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은 그들은 수십 년간 탁월한 투자 성과를 올렸다. 어느 종목 투자에는 경이적으로 50~100배의 투자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실패한 종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평균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그들의 성공 스토리는 의외로 간단하며 일반인들도 그들을 따라하면 똑같이 성공할 수 있다고 나는 감히 주장한다. 그들은 한마디로 가치투자(value investment)의 신봉자인 동시에 기본을 중시하는 정석 투자가였던 것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잣대는 어느 기업이 얼마나 튼튼하며(배당을 얼마나 잘하느냐), 또 앞으로 얼마나 튼튼하게 잘 커 나갈 것인가(이른바 성장잠재력이 얼마나 되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들이 주로 몸담았던 시장은 모든 게 효율적이고 완전한 시장인 미국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가치투자나 정석투자하는 게 통할 것인가?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예스’다. 모든 게 그렇듯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잠시 돌이켜봐야 한다. 시대마다 시대 논리가 있듯이 증권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가치’라는 게 시대마다 있었다. 증권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1970년대 초반에서 80년대 후반까지 주가는 주로 ‘산업가치’에 의해 움직여 왔다. 수출 주도의 고도 성장, 자국 산업 보호, 시장 미개방이 특징인 이 시기에 주가는 그 회사가 어느 업종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움직였다. 이는 무척 중요한 투자 잣대였다. 중동 특수가 한창일 때는 재무구조가 좋건 나쁘건 건설사 주가가 동반 상승을 했다. 심지어 건설화학이라는 화학업체는 당시 단지 건설이라는 이름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건설주가 오를 때 같이 오른 적이 있었을 정도다. 5년 전에 샀다면 ‘5배’인데… 증권주 붐이 일 때에는 온 증권사 주가가 상한가 일색이었다. 증권사 간에 업무 차별화 및 경쟁력 차이가 크지 않던 시기였기에 이런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이 당시에는 개별 기업 분석보다는 업종 분석이 훨씬 더 중요했었다. 또 유동성을 중시한 대형주 위주의 장이었다. 이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이 별로 할 일이 없었다. 또 개인투자자들이 장을 주도하는 소위 “Big is Beautiful(큰 게 좋은 것)”이었다. 대마불사가 시장의 진리였고 정경유착이 기업 성장의 키워드였다. 가치의 개념이 가위 혁명적으로 바뀐 것은 두 가지 사건에 의해서였다. 자본자유화와 외환위기. 저 주가수익률(PER) 혁명을 몰고 온 자본시장 개방은 개별 기업의 내재가치와 성장 잠재력이 주가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SK텔레콤(옛 한국이동통신), 삼성화재의 폭발적 주가 상승을 국내 기관 및 일반 투자자들은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97년 외환위기는 주식시장에 많은 고통과 교훈을 동시에 가져다줬다.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엄청난 충격과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규모의 경쟁이 없어지고 내실 위주의 경영, 국제 경쟁력 확보, 부채비율 개선 등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을 기업으로의 변신이 시작됐다. 가치의 기준은 산업에서 개별기업으로 바뀌었다. 애널리스트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개인 투자자들은 장을 떠났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기관 및 외국인이 차지하는 소위 “Strong is Beautiful(강한 게 좋은 것)”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번에는 가치투자의 위력에 대해 먼저 공부해 보자. 가치투자의 위력은 이른바 가치주의 상승률만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약 28% 상승했고, 대형주의 대표인 한전은 11% 올랐다. 반면 가치주의 대표 선수인 농심은 무려 1728%나 올랐다. ‘신(辛)라면’으로 대표되는 농심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 회사의 매출이 매년 늘어나고 업계 1위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수익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2~3년 전에도 이런 사실을 알았고 지금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3년 전인 2003년 1월 초에 100만원을 들여 농심 주식을 샀다면 지금은 약 303만원이 됐을 것이다. 1년 전에 샀다면 지금은 약 106만원이 됐을 것이다. 만약 정말 앞을 보는 능력이 있어 5년 전에 이 주식을 매입했다면 100만원이 509만원으로 불어나 있는 것을 보며 아마 흐뭇해 할 것이다. 과거는 누구나 안다. 복기는 주식시장에서 금기사항 중 하나다. 그러면 지금 이 시점에서 농심 주식을 사도 되는가? 나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질문이지만 이에 대한 해답은 다음에 공부하면서 계속 알려드리고자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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