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돈줄죄는 미국의 진짜 노림수
北 돈줄죄는 미국의 진짜 노림수
Pocketbook Policing 스위스 사업가이자 아시아 미술품 수집가인 야콥 슈타이거는 지난 3월 이전에는 언론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 재무부가 그의 회사 코하스를 제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의 신원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코하스사는 북한 군부의 ‘기술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대학 도시 프리부르크에 본사를 둔 그 회사는 한 북한 기업이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의 그 북한 기업은 예전에 미국이 “무기로 응용 가능한 제품의 확산”에 관여했다고 의심되는 단체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했을 때 올랐던 기업이라고 부시 정부는 주장했다. 코하스 제재는 김정일의 핵무기 개발계획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노력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이리라. 그러나 사실상 이번 조치는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집중적인 압박공세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리고 그런 공세가 마침내 북한 정권에 압박을 주기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평한다. FBI·재무부·국무부·CIA 등 다수의 미국 정부기관들은 지난 3년간 평양의 방대한 암시장 사업망을 삭감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의 세탁경로를 차단하려 애써 왔다. 북한 정부는 암시장을 통해 미사일 기술 판매, 헤로인 밀매, 복제 담배와 비아그라 모조품 제조 등 다양한 사업을 벌여 왔다. 부시 행정부의 정부기구 간 조정업무를 이끌었던 데이비드 애셔는 “아시아 조직범죄를 대상으로 한 10년래 최대 비밀 수사”의 일환으로 북한의 불법 거래 사업체들을 겨냥했다고 말한다. 미국 정부는 평양과 거래하는 금융회사들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시사했다. 그리고 특히 중국 삼합회와 아일랜드 공화군(IRA)에 연계된 인물 수십 명을 체포하거나 기소했다. 이런 압박에 김정일이 굴복해 핵무기를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런 ‘표적 제재’ 공세가 아주 효과적이라고 워싱턴 당국자들은 평가한다. “우리가 목격한 바로는 이번 조치로 특히 북한 권력층이 타격을 입었다”고 국제위기그룹(ICG)의 서울 현지 분석가 피터 벡은 말했다. 실제로 뉴스위크가 입수한 미국의 비(非)기밀 정부문서에 따르면 지난 1월 방중 때 김정일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과 대화하던 중 미국이 자신의 금융거래를 너무 심하게 탄압해 자신의 정부가 붕괴될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의 최근 조치들은 적어도 평양과의 6자회담에서 활용할 강력한 카드를 워싱턴에 안겨줬다. 최근 몇 년 사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던 6자회담에서 대부분의 영향력은 북한의 두 이웃 중국과 한국에 있었다. 그들은 평양 정부와의 대립보다는 그들을 포용해야 한다(기본적으로 정치적 혜택, 원조, 그리고 투자로 받쳐줘야 한다는 뜻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포용정책은 좋게 말해도 엇갈린 결과를 가져왔다. 북한의 불법 사업에 압박을 강화하기로 미국이 결정한 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처음 선출된 직후였다. 은행가와 국무부 관리를 지낸 애셔는 2001년 말 이른바 북한 불법 사업 이니셔티브라고 알려진 정책활동을 이끌기 시작했다. 그들은 즉시 북한 경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서 북한의 공식 수입으로는 5억 달러가량(북한 연간 수출의 절반에 해당)의 ‘블랙홀’을 메우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평양이 방대한 불법 사업거래망을 통해 자금 부족분을 메운다고 조사팀은 결론지었다. 특히 워싱턴은 곳곳에서 오랫동안 제기됐던 의혹을 확인했다. 평양이 ‘수퍼노트’라고 알려진 고품질의 100달러짜리 미화를 대량으로 발행해 유통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수퍼노트는 고급 장비 없이는 거의 감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위조 수퍼노트 유통량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다. 다수가 한국·중국·대만에서 발견됐다. 2005년 8월 대만 남부의 항구도시 가오슝((高雄)의 세관원들이 중국 본토에서 LA로 향하는 제품 화물 컨테이너를 수색했다. 서류가방 크기의 골판지 상자 일곱 개에 위조지폐 200만 달러가 숨겨져 있었다. 미 FBI의 귀띔으로 올린 성과였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런 단속 강화로 미국이 지난 4년간 전 세계에서 압수한 100달러짜리 위폐는 전부 약 4800만 달러어치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9월 15일 미 재무부는 부드러운 어투의 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중국의 도박 도시 마카오의 한 은행을 북한의 “1차 돈세탁 업체”로 지목했다. 엄밀히 말해 그 조치는 제재가 아니었다. 방코 델타 아시아 SARL(BDA)이라고 알려진 문제의 은행이 의심스럽다는 단순한 경고였다. BDA와 거래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거래 중단 명령을 받을지 모른다는 위험 때문에 미국의 은행들은 몸을 사렸다. 요즘처럼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금융계에서 미국이 어떤 외국은행을 블랙리스트에 공식적으로 올리면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달러로 거래하는 금융기관은 모두 미국의 거래 은행에 계좌를 유지해야 거래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불안해진 예금자들이 즉시 BDA로 몰려들어 한 주도 안 돼 수신액의 40% 가까이가 인출됐다. BDA는 평양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북한 기업이나 단체와 관련된 50개 가까운 계좌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그중에는 평양 정부 고위층 소유로 추정되는 아홉 개의 계좌도 포함됐다. 땅에 떨어진 신뢰를 되찾으려는 BDA의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한 미국 관리에 따르면 기업과 개인이 모두 포함된 동결 계좌의 최소한 몇몇 이름은 계좌 소유자의 실명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 아홉 개의 계좌가 김정일 또는 직계의 개인 자산을 다뤘다고 볼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그 관리는 말했다(계좌에 돈이 얼마나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BDA는 최근 성명을 발표하고 “앞으로 북한이나 관련 단체와 관계를 재개하지 않겠다. 당행은 새로이 강화된 돈세탁 방지 절차를 실시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BDA의 조치는 분명 북한 정부에 따끔한 아픔을 줬다. BDA의 계좌 동결 조치 이후 몇 주도 안 돼 북한의 밀사들이 마카오로 찾아가 동결조치의 해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마카오 당국은 그들을 추방했다. 그 후 지난 2월 한 북한 대변인이 항의서를 발표했다. “달러의 송금과 신용카드 결제 같은 북한의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미국이 사실상 금지했다는 내용이었다(말하나 마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북한 일반인은 많지 않다). 전 세계의 다른 은행들도 BDA의 뒤를 따라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표적 제재 또는 제재 위협이 평양정권에 ‘상당한 압박’을 줬다고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차관은 말했다. 대북 거래의 위험성을 알게된 사업가와 정부가 많아지면 미국의 공세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산사태 효과를 나타낸다”고 그는 예상한다. 평양은 곧 중단된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그 제재 조치의 해제를 내세웠다. 미국의 압박강화 효과를 말해 주는 또 다른 지표다. 첫 제재조치가 가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평양을 방문한 ICG의 벡은 즉시 변화를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우리 안내원은 무엇보다 금융 제재에 관해 많이 불평했다. 그는 여러 날에 걸쳐 그 문제를 여러 번 언급했다.” 한국은행의 북한 전문가 안예홍씨는 “보통 북한 사람들은 굶어 죽더라도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평양은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다한다. 최근 몇 주 동안 북한 정부는 자신들도 지폐 위조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관련자를 모두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익명의 정부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일이 위조지폐를 만드는 자는 누구든 처형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북한이 불법 수퍼노트 인쇄공장의 동판을 넘겨준다면 미국 정부가 대화하려 할지 모른다고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최근 금융 탄압의 진짜 표적은 평양이 아니라, 김정일의 가장 중요한 후견인인 베이징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제재 공세는 중국을 “아주 미묘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다고 한국 정보 관리 출신으로 현재 북한민주화포럼이라는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동복씨는 말했다. 지난 2월 미국은 중국은행의 어느 소규모 홍콩 지사를 겨냥했다. 출처가 북한으로 추정되는 최대 270만 달러에 달하는 미국 위조지폐를 보관했다는 혐의였다(홍콩의 한 중국은행 대변인은 “우리는 어떤 조사도 아는 바 없다. 우리는 항상 돈세탁 방지 정책에 중점을 둬 왔다”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의 수사 당국은 마카오의 카지노들이 돈세탁 전반, 특히 북한의 돈세탁에 이용돼 왔다는 의혹을 품는다. 중국의 대미 무역 호황은 미국 금융체제와 관계가 좋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불안정한 금융부문의 신뢰를 구축하려 안간힘을 다한다. 따라서 평양과 불법적인 거래를 한다는 오점을 피하고 싶어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행은 4월 말에 기업공개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먼 삭스가 인수업체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진짜 표적은 중국은행”이라고 도쿄의 한 서방 금융전문가는 말한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고삐를 늦출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범죄와 협상해서는 안 된다”며 재무부의 레비는 덧붙인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평양이 일본에서 불법 거래로 거둬들이는 수입은 1년에 3억 달러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제 일본 정부도 자체적인 단속에 나섰다. 일본의 북한 관련 단체들은 한때 면세혜택을 받았지만 최근 법원에서 폐지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일본의 금융 당국은 북한으로 향하는 송금을 면밀히 감시해 왔다. 그러나 너무 세차게 밀어붙이면 북한의 붕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데는 일본도 중국과 생각을 같이한다. 그렇게 되면 주변 국가들에 온갖 부작용이 연쇄적으로 미치게 된다. 미국인들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 노력할 뿐이라고 말한다. 제재조치는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하나의 수단이며 정권 교체를 조장하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말한다.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는 쉽지 않으리라. 그때까지 북한 정부를 향한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 With MARK HOSENBALL in Washington, GEORGE WEHRFRITZ in Taipei, B. J. LEE in Seoul and AKIKO KASHIWAGI in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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