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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거품 위기감’은 없다?

그래도 ‘거품 위기감’은 없다?

정부의 버블 세븐 지역으로 지목된 곳의 아파트값 동향이 주목받고 있다. 과연 어느 정도의 버블이 끼었는가가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 기자들이 직접 이 지역을 돌며 ‘버블의 정도’를 현장에서 알아봤다. 편집자
강남의 부동산 사무실 풍경 1
“전세 끼고 3억∼4억원을 들여서 30평대 아파트를 하나 사두려고요.” “여기는 전세가 한 3억5000(만원) 정도 됩니다. 그러면 3억∼4억원을 투자해서, 최소 총 8억(원) 정도 투자하는 셈인데요.” “괜찮습니다. 한 총 9억원까지도 생각을 하고 왔어요. 그런데 오늘 바로 물건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지금 외국에 살고 있는데, 집을 하나 사두려고 잠깐 서울로 들어왔어요.” “물건을 보러 가시지요.”
강남의 부동산 사무실 풍경 2
“집을 하나 팔려고요.” “얼마를 받기를 원하세요.” “시세대로요. 한 14억(원)을 받았으면 하는데, 시세에 따르겠습니다. 시세가 13억5000(만원)이면 한 5000(만원)은 융통성 있게 빼줄 용의가 있지만 그 이하는 절대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매수 대기 손님들에게 한번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이런 사무실 풍경이 지금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자가 5월 24, 25일 버블 세븐 지역을 돌면서 목격한 현상들이다. 정부는 버블 세븐 지역을 거론하지만, 정작 이 지역에 가면 주민들의 버블 얘기를 듣기 힘들다. 아이로니컬하다. 우선 강남 서초구를 돌아봤다. 서초구의 랜드마크 아파트로 떠오른 서초동 롯데캐슬클래식 주변 H부동산의 H사장. 그는“정부가 양도세와 보유세로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아파트 주인들을 꽉 묶어 놓았다”면서 “이 때문에 6월 8일 첫 입주하는 롯데캐슬클래식은 990가구 중에서 매물은 10개도 안 될 정도로 부동산 거래의 동맥경화에 걸려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동맥경화라고 하지만 실제 매매가는 호가와 별반 차이가 없다 <도표 참조> . 34평형의 경우 12억원을 호가하면서 지역 부동산 가격을 선도하고 있다.

거래 수반되면 버블 없어 롯데캐슬클래식 바로 옆에 있는 서초래미안. 이 양대 아파트 단지는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자웅을 겨루고 있다. 단지 내 상가의 래미안88부동산 박봉진 사장은“부동산 버블은 거래가 수반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거래가 수반된다면, 강남 아파트라고 해도 버블이라고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서초래미안은 3·30 대책 이전에 월 수십 건이 거래됐고, 그 이후에도 월 열댓 건씩 거래되었다는 전언이다. 버블이 없다는 얘기다. 버블 세븐 얘기로 가격이 출렁이면 3·30 대책 이전 가격으로, 지금보다 5000만∼1억원 정도 낮은 가격으로 이 아파트를 사려는 대기수요만 는다는 설명이다. 이어 근처 잠실로 가서 유동희 솔부동산 대표를 만났다. 그는 “버블 세븐론에도 불구하고 잠실 지역에서 매도 의사를 밝히는 이가 거의 없다”고 말하며 “잠실의 가치로 볼 때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오히려 경기도 의왕 같은 강남 이외의 지역이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아는 후배가 의왕에서 부동산을 하는데 주공 4층 25평(대지 지분 29평)이 9억원이란 얘기를 듣고, 그런 지역에서 도대체 어떻게 그런 시세가 나오느냐며 나도 모르게 버블이란 말을 했다”고 소개한다. 버블 세븐론 이후에 이코노미스트 기자들이 현장 조사를 해본 결과 호가와 매가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목동아파트 케이스(목동 3단지 45평형 16억5000만원)는 호가나 실제 매가나 똑같았다. 강남구 미도아파트의 경우 매가와 호가의 차이가 15%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차이를 바로 버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치동 금풍부동산의 서정권 이사는 “호가는 높여서 부를 수 있는 것인데, 호가와 매가의 차이가 과연 버블이냐”고 말한다. 강남을 떠날 수 없는 이유도 버블이 발붙일 여지를 없애고 있다. 서초동 H사장은 “10억원짜리 집을 팔아 1억∼2억원 양도세를 내고 나면 8억∼9억원인데, 문제는 그 돈으로 다시 이 지역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신도시에 가도 버블 얘기를 듣기 힘들다. 평촌 삼성부동산 관계자는 “버블론 이후에 매매가 잘 안 되고 있다”면서도 파는 사람은 없고, 사는 사람만 많아진 묘한 분위기를 전한다. 이 같은 가격동향 덕분에, 일례로 안양 동안구청에 신고된 귀인동 현대아파트 33평형 가격은 2005년 7월 4억5000만원, 2006년 1월 4억5000만원에서, 2006년 5월 6억2000만원으로 치솟았다는 설명이다. 분당도 비슷하다. 분당 정자동의 K부동산 관계자는 “정자동 파크뷰 52평형이 2억원이 싼 18억원에 매매됐지만 이는 급매물이라서 금세 나간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실제 5월에 거래된 정자동 아이파크 33평형은 매가나 호가나 똑같다. 7억원이다. 그는 “버블이라고 말을 하지만, 분당은 실제 신문에 나온 시세와 매가는 큰 차이가 없다”며 현지 분위기를 설명한다. 목동도 버블의 한가운데 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정작 그곳에 가보면 버블 얘기를 듣기 어렵다. 목동 10단지에 있는 B부동산 L컨설턴트는 “지난해까지 목동은 3, 9단지가 가격이 높았는데, 요즘은 1∼14단지 가격이 평준화됐다”면서 “정부의 버블 세븐 발표 후에도 가격이 내릴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한다. 그는 “오히려 버블 영향을 받는 곳은 목동 단지가 아닌, 그 주변부”라고 지적한다. 용인도 버블 세븐론에 끄떡없기는 마찬가지다. 신봉동의 L부동산 관계자는 “정부 발표 때문에 매수자들이 주춤하고 있지만, 2000만~3000만원 정도 싼 급매물은 금세 소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성복동 Y부동산 관계자는 “정부의 버블 세븐 발표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여기에선 버블이라는 사람은 찾기 힘들고, 그래서 매가나 호가나 별 차이가 없다”고 전한다.


‘제멋대로 주장’… 도대체 버블은 뭘까?

청와대의 버블 청와대는 강남 부동산을 ‘폰지 게임’으로 본다. 찰스 폰지는 뒷사람의 돈을 받아 앞사람의 투자 원리금을 갚아 주다가 나중에 파산한 사기꾼이다. 따라서 폰지 게임의 성격상 강남 부동산을 최종적으로 산 사람의 경우 매매가 자체가 최악의 경우 0원으로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보는 게 청와대 시각이다. 따라서 강남의 10억원짜리 아파트가 0원으로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버블 세븐’의 매매가나 호가 자체가 모두 다 버블이라고 보는 게 청와대 시각이다. 정부 관계자들이 강남 부동산이 20∼30%까지, 혹은 반값으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하는 것도 이런 청와대 시각과 무관치 않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버블 부동산 전문가들은 통상 부동산 가격과 연소득의 연관 관계를 본다. 예를 들어 강남 부동산 가격은 샐러리맨 연소득 19년치를 모아서 살 수 있는 수준인데,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은 10년치 연소득으로 살 수 있기에, 강남 부동산 가격에 버블이 반 정도 끼어 있다는 식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이는 결정적인 모순을 하나 갖고 있다. 강남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득을 별도로 계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일 강남에 사는 사람들의 소득이 서울 지역 평균의 2배라고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강남 지역 아파트도 연소득 약 10년치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소득이 2배로 많은 이들이 강남 아파트를 샀다고 하면, 버블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현장 중개업자들의 버블 ‘버블 세븐’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매매가와 호가의 차이를 버블로 본다. 예를 들어 호가 12억원짜리 아파트가 11억8000만원에 팔렸다면, 이 부동산의 버블은 2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렇게 따지면 현장에서 보는 버블이라고 하는 수치가 너무 작다. 이 때문에 강남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강남 부동산 시장이나 버블 세븐에는 버블이 없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동산 가치 비교에 의한 버블 서울과 뉴욕의 부동산을 비교, 분석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 아파트 32평형은 10억 선, 뉴욕의 같은 평수 아파트는 15억원 선이다. 그런데 미국의 국민소득이 우리의 2.5배 수준이란 것을 감안하면 강남 아파트 가격은 6억원 선이 적당하다는 식이다. 따라서 강남 아파트 가격의 약 50% 정도가 버블이라고 계산하는 것이다.
튤립 파동에서의 버블 유명한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 파동에서는 호가와 매가 차이를 버블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튤립 구근 가격의 최고점(5만 달러)에서 튤립 호가가 매가보다 차츰 낮아지는 현상이 연이어 발생했다. 나중에는 튤립 최초 매매가보다 호가가 더 낮아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따라서 튤립 버블 파동에서의 버블을 따져보면, 올라간 가격의 높이 보다 내려간 가격의 깊이가 더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학 교과서의 버블 물건이나 부동산에 내재된 가치보다 시장 거래가가 높았을 때, 그 벌어진 가격 차이를 말한다. 하지만 이 같은 교과서적인 정의는 현실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내재된 가치의 가격을 수치로 정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현실 속에서는 다양하게 변형된 형태의 버블 정의가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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