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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카지노 낙원’에서 ‘외식 낙원’으로

[COMPANY] ‘카지노 낙원’에서 ‘외식 낙원’으로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전경

국내 카지노의 대명사인 파라다이스가 최근 외식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서울 시내 대형 레스토랑 네 곳에 대해 인수를 전제로 실사 중이다. 여행업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종합레저 기업으로서의 변신을 시도하는 파라다이스를 엿봤다.
서울 압구정동 한복판에 자리 잡은 어느 이탈리아 레스토랑. 외식업계 골든 프라임 시간이라 불리는 저녁 7시였지만 내부는 다소 한산했다. 파라다이스의 신규사업을 총괄지휘하는 박병룡 전무가 들어서서 심각하게 내부를 살폈다. 테이블에서 식사를 주문한 후 박 전무가 넌지시 말했다. “분위기나 위치, 음식에 비해 손님이 다소 없는 편이죠.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데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파라다이스 그룹이 외식사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입질’을 하고 있는 레스토랑은 한두 곳이 아니다. 현재 실사가 진행 중인 레스토랑은 최근 젊은층에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식 대형 레스토랑 N체인점을 비롯해 서울 시내에만 네 곳에 달한다. 삼성동에 있는 이탈리아 전문 P레스토랑, 압구정동의 I레스토랑도 포함돼 있다. 박 전무는 “조만간 긍정적인 결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라다이스는 특급호텔을 운영하며 축적한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외식사업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파라다이스가 신규 사업 확대와 함께 직원을 확충하고 있어 관련 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파라다이스의 외식사업 진출이 수면 위로 오른 것은 2005년 말. 당시 파라다이스는 삼청각의 위탁운영자로 선정되면서 외식 사업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북한산 기슭에 있는 삼청각은 1972년 문을 연 후 정 · 재계에 이름을 떨쳤던 고급 요정. 하지만 요정 문화가 쇠퇴하면서 2001년 초 서울시가 인수해 전통예술 공연장으로 문을 열었다.

▶(위)삼청각 (아래)지난해 일본에 오픈한 ‘오미’.

하지만 매년 10억원 안팎의 적자가 나는 등 운영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새롭게 위탁경영을 맡은 파라다이스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삼청각을 바꿔 놓았다. 격조 있는 전통 건축물과 아름다운 녹지공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시민들에겐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외국 관광객들에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서울의 관광 명소로 각광받았다. 파라다이스는 지난 11월엔 해외 외식사업 진출의 일환으로 일본 도쿄(東京)에 ‘오미(五味 ·Omi)’ 1호점을 개설했다. 도쿄 롯본기(六本木) 중심가에 문을 연 오미는 한국 전통 궁중요리를 비롯해 다양한 ‘퓨전 한식’으로 까다로운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레스토랑의 이름 ‘오미’는 청(淸) ·적(赤) ·황(黃) · 백(白) ·묵(黑) 등 다섯 빛깔의 식재료를 통해 맵고(辛) ·달고(甘) ·시고(酸) · 짜고(鹹) · 쓴(苦) 맛을 조화롭게 요리해 낸다는 뜻. 오미는 도쿄의 핵심 상권에 자리 잡은 데다 <대장금> 의 성공에 힘입어 소리소문없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오미’의 사업 성과를 더 지켜본 후 일본 내 다른 지역은 물론 중국 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실제 파라다이스는 지난 1월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 오피스 상가에 175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대상 부동산은 지상 23층, 지하 3층 규모의 신안(xinan) 타워. 현지 부동산 개발회사에 대한 지분 참여(50%) 방식으로 투자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향후 호텔 및 외식사업 진출에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파라다이스의 신규사업 진출은 비단 외식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파라다이스는 지난해 말 ‘파라다이스 트래블&레저’를 설립하며 여행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그동안 외주를 맡겼던 VIP 고객 대상 여행을 자체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사업부를 신설한 것. 파라다이스는 카지노를 자주 찾는 해외 VIP들에겐 무료 항공권과 숙박권을 제공해 왔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VIP들에게 제공되는 항공권 발권 수요만 해도 상당히 많다”며 “VIP 대상 여행업만으로는 매출이 미미하겠지만 향후 규모를 키워 일반 여행업에까지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카지노 고객의 항공권 발권부터 호텔 · 카지노 · 면세점 · 외식사업을 연계한 여행상품을 개발해 기존 여행사와 차별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디자인 경영’을 선언한 전필립 회장

지난해 말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투자했다. 싸이더스FNH-베넥스가 만든 150억원 규모의 영상투자조합에 90억원을 쏟아 부었다. 파라다이스 측은 “한류를 이끌어온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투자하게 됐다”며 “연 8%대의 투자수익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봇물처럼 터지는 파라다이스의 신규 사업들은 그룹 매출의 50%가량을 차지하는 카지노의 매출 하락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강남과 강북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개장하며 카지노 업계의 경쟁 구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72년 이후 지속된 파라다이스의 서울 지역 ‘독주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린 상황. 설상가상으로 인터넷 · 오락실 같은 카지노의 대체재들이 증가했다. 파라다이스는 이로 인해 지난해 4분기 3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줄었다. 신규사업을 통해 파라다이스가 노리는 또 다른 카드는 ‘이미지 개선’이다. 그동안 ‘카지노’ 하면 떠오르는 것이 ‘도박’이나 ‘검은돈’의 이미지였다. 파라다이스는 여행 · 레저 ·외식 등 ‘미래 성장동력’ 등을 통해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말끔히 씻고 종합레저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어한다. 현재 증권가에선 파라다이스의 변신에 대해 일단 긍정적이다. 삼성증권 구창근 연구원은 “실적 악화는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세븐럭이 영업을 시작한 이후 방문자의 감소가 지속되고 공격적 마케팅으로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실적 부진 폭이 크긴 했지만 경쟁구도가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고 파라다이스의 기업가치도 저평가된 상태란 점에서 향후 주가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익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파라다이스의 사업 다각화는 일단 긍정적”이라며 “신규사업이 초기에 자리 잡는 과정에서 비용은 증가하겠지만 수익성 창출이란 점에선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파라다이스를 이끄는 전필립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서비스를 디자인하라”며 올해를 ‘디자인 경영’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디자인 경영의 핵심은 바로 ‘서비스 표준화’. 파라다이스가 운영하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서비스가 한결같아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최초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열었던 고(故) 전낙원 선대 회장에 이어 그의 아들인 전 회장이 레저업계에서 어떤 ‘꿈’을 펼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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