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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수출로 금융 강국 알릴 것”

“펀드 수출로 금융 강국 알릴 것”

▶약력 1964년 전남 화순 출생 1988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동원증권 입사 1997년 한남투자신탁 증권부 이사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 2000년 미래에셋투신운용 대표이사 2002년~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한국 금융도 이제 수출 역군 반열에 오를 때가 됐죠.”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이 해외 진출 4년 만에 칼을 빼들었다. 그는 올 하반기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상으로 펀드 수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 해외 자산운용사를 통해 국내 투자자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미래에셋의 펀드를 팔겠다는 것. 펀드 수출로 제조업의 전유물이었던 한국의 수출 역사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3년 국내 자산운용사 중 가장 먼저 해외 시장에 진출했지만 지금까지는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내수용 제품(펀드)만 선보였다. “해외 진출 초기부터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펀드를 판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인지도가 낮은 데다 신뢰할 만한 기록들도 없기 때문이죠. 해외 시장에서 국내 펀드가 팔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레코드(펀드 수익률)가 중요합니다. 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자산운용 부문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야죠. 이 같은 현상은 선진국일수록 특히 심합니다.”

우선 주식형 상품 2종 수출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는 49개, 출시된 펀드는 8030개에 달한다. 하지만 해외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팔리는 국내 펀드는 단 한 개도 없는 실정이다. 반대로 국내에 진출한 해외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팔고 있는 해외펀드(역내+역외펀드)는 수백 개가 넘는다. 국내 펀드들이 내수용으로만 전락한 이유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해외 진출이 뜸했기도 하지만 해외시장에 내놓을 만큼 인정받는 펀드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 해외시장에서 펀드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3년 이상의 레코드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평균 이상의 수익률과 펀드 규모를 갖춰야만 한다는 것이 펀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펀드들은 대부분 3년 이하의 만기구조에 수익률은 변동성이 크고, 펀드 규모도 작아 수출용 상품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펀드 수출에 나서겠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과 겨룰 만큼 국내 자산운용사가 성장했다는 방증이기 때문. 구 사장은 미래에셋 펀드가 해외시장에서도 성공할 것으로 자신했다. “지난 4년간 조바심내지 않고 내수용 펀드만 선보인 것은 외국인들도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지도와 레코드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는 준비가 됐다고 봅니다. 미래에셋의 국내외 펀드들 모두 장기간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발 빠른 해외 진출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미래에셋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졌죠.” 현재 구 사장이 수출용 펀드로 구상 중인 것은 한국 대표 주식형 펀드인 ‘미래에셋 인디펜더스’와 ‘미래에셋 디스커버리’다. 미래에셋을 대표하는 이 두 상품은 6년간의 레코드와 함께 500%가 넘는 누적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에셋 해외 자산운용사들이 선보인 아시아퍼시픽컨슈머펀드·차이나솔로몬주식펀드 등도 수출용 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구 사장은 펀드 수출과 함께 글로벌 전략도 가속화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올 하반기 인도·중국·영국에 차례로 자산운용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홍콩·싱가포르의 성공적 정착을 발판으로 인도·중국 등 이머징마켓 진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또 영국·미국 등 선진국 시장 진출도 진행 중이죠. 이미 인도·중국·영국의 경우 자산운용사 설립 및 인수합병(M&A) 작업이 많이 진척돼 올 하반기에는 가동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우리 국민들 금융IQ 높여야죠” 구 사장은 최근 국내 증시의 폭발적 성장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단기 급등에 따른 우려는 있지만 상승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은 IT·반도체 중심이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이머징마켓의 성장과 무역 증대로 그 비중은 줄어들고 철강·조선·금융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즉 한국 경제와 증시의 체질이 바뀌고, 성장동력도 달라지고 있는 셈이죠. 이것이 키워드입니다. 경제 구도가 다원화될수록 성장의 양과 질은 더욱 좋아지는 법이죠.” 그는 국내 주식시장이 대세상승 국면에 접어든 만큼 개인투자자들도 단기보다는 장기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 시행될 경우 단기투자 방식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수많은 상품이 쏟아지고, 재테크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하면서 마켓 타이밍을 노리는 투자는 그만큼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5월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펀드 투자자들이 대거 환매에 나섰는데 이를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국내 증시의 변화를 보지 못하고 더 좋은 기회와 더 많은 수익을 발로 찬 격이니까요. 이제는 투자도 보다 길고 넓게 봐야 할 때입니다.” 구 사장은 한국 경제가 저금리·고령화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민의 금융IQ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 금융자산 증식은 소비를 지탱하는 힘이 될 뿐만 아니라 기업 설비투자, 일자리 창출 등 선순환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를 단단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데는 증시 활황의 영향이 크죠. 일종의 부의 효과인 것입니다. 선진국처럼 개인들의 금융자산 증식을 유도하고, 이를 경제 선순환 구조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금융 교육이 절실합니다. 미래에셋이 매년 어린이 금융교육 캠프와 글로벌 투자전문가 장학생 선발 등을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구재상 사장은… 구재상 사장은 ‘옹골지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CEO다. 그를 처음 본 사람들은 동안에다 작은 키 때문에 나이조차 가늠하기 힘들어 하는 것이 보통. 게다가 항상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어 냉철한 승부사보다는 ‘동자승’을 연상시킨다. 아마도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이 사람이 23조원을 움직이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큰손 중 큰손”이라고 소개한다면 대다수가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하지만 주식 초보자라도 구 사장과 증시 관련 이야기를 해 본 사람이라면 왜 그가 국내 1위 자산운용사 CEO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주식시장과 개별종목에 대한 그의 예리한 분석력과 전망은 여의도에서 잘나간다는 펀드매니저들조차 ‘받아쓰기’할 정도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조차 그를 가리켜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주식 천재”라고 말한다. 1988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구 사장은 첫 직장인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한다. 이때부터 그의 주식 운용 능력은 두각을 나타냈다. 1996년에는 전국 최고 약정액을 기록하면서 국내 최연소 지점장(32세, 압구정 지점)이란 타이틀까지 달았다. 당시 동원증권에서 박현주 회장과 인연을 맺은 그는 1997년 박 회장이 미래에셋을 설립하자, 잘나가던 회사에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지고 합류했다. 미래에셋에서 구 사장의 주식 운용 능력은 날개를 단다. 그는 2001년 국내 최초의 개방형 뮤추얼펀드인 ‘인디펜던스펀드’와 환매수수료가 없는 선취형 뮤추얼펀드인 ‘디스커버리펀드’를 잇따라 선보여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국내 최장수 펀드인 ‘인디펜던스 주식형 펀드’(2001년 2월14일 설정)는 지금까지 설정액 1조280억원, 수익률 615%를 기록하고 있다. ‘디스커버리펀드’(2001년 7월 6일 설정) 역시 수익률이 650%에 달한다. 한국 대표 주식형 펀드로 인정받고 있는 이 상품들은 단타 위주인 국내 증시에 장기 간접투자 시대를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2006년 11월 합병(미래에셋투신운용+자산운용)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1년도 채 안 돼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자산운용사로 탈바꿈 시키면서 최고투자책임자(CIO: Chief Investment Officer)뿐만 아니라 경영자로서의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7조원이 넘는다. 이는 국내 전체 주식형 펀드 잔고의 30%에 달하는 수치다.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없다. 구 사장이 자본시장통합법 시대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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