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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두값 3배 폭등...한국인 '아메리카노 사랑' 식을라

[치솟는 생두값, 커피공화국의 시름]①
국제 커피지수 치솟으며 커피값도 꿈틀
경기 불황에 인건비·임대료·환율 부담까지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에서 직원이 머그컵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한집 걸러 한집이 커피전문점인 대한민국은 여전히 커피공화국이다. 지금도 창업시장에서 커피전문점은 인기 창업 아이템으로 많은 예비 자영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생두값이 치솟으면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업체들은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마지막 카드로 결국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생두값이 안정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커피 업체들이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400센트 바라보는 커피지수…왜?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커피나 커피 관련 가격 인상을 단행 및 예고한 커피 프랜차이즈는 ▲스타벅스 ▲폴바셋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더벤티 등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대부분 가격을 올린 셈이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8월 가격을 올렸고 올 1월에도 아메리카노를 포함해 톨 사이즈 음료 22종의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다. 이밖에 할리스와 투썸플레이스 등도 주요 커피 가격을 200~300원 올렸다. 이에 스타벅스와 할리스, 투썸플레이스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4700원이 됐다. 4000원대 초반대였던 아메리카노 가격이 이제 4000원대 후반이 된 셈이다.

저가 커피 브랜드인 메가MGC커피는 4월 21일부터 기존 아메리카노 가격(1500원)을 200원 인상한다. 컴포즈커피와 더벤티 역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200원씩 올렸다.

이처럼 업체들이 대거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최근 생두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커피값은 국제 커피지수(ICO)를 기준으로 가격이 산출된다. 여기에 수입통관 비용 등이 포함돼 생두의 원가가 결정된다. 

문제는 이 커피지수가 지난 10년간 평균 110센트 수준이었지만 최근 3배가량 뛰었다는 점이다. 2023년 9월 이전 150센트 수준이던 국제 커피지수는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11월 300센트를 돌파했다.

2025년 4월 1일 종가 기준 국제 커피지수는 353센트다. 과거 커피지수가 200센트까지 치솟았던 적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100센트 초반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커피지수가 안정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커피업계에서는 커피지수가 100센트에서 200센트가 되면 이는 코스피가 1000에서 2000이 된 정도의 충격이라고 말한다. 

앞으로의 전망도 좋지 않다.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커피값은 미국 스타벅스가 선물거래 방식으로 생두를 계약해 전 세계 82개국에 공급하며 결정되는 방식”이라며 “과거에는 가격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됐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가 잦고 경기 불황과 함께 투자자들의 심리 변화도 커서 커피값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반기에도 주요 업체들이 커피값을 또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판매하는 커피 한잔값은 얼마나 오르게 되는 것일까. 최근 생두 수입 단가는 1kg당 5000원대에서 1만5000원대로 3배가량 상승했다. 프랜차이즈냐 개인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프랜차이즈의 경우 1kg 생두로 커피 35잔 정도를 만들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러면 1kg당 5000원일 때 한잔당 들어가는 생두 원가는 142원이지만 1만5000원일 때는 428원으로 뛴다. 

다만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생두를 선물거래로 미리 대량 구입한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커피는 가격이 폭등한 생두가 아닌 과거 구입해둔 생두일 가능성이 높다. 심재범 커피칼럼니스트는 “생두를 장기계약 방식으로 미리 대량 구매해 리스크 헤지(Hedge)를 하는 것”이라며 “다만 모든 업체가 그런 것은 아니고 회사마다 구입 방식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과거 사들인 생두로 커피를 제조해 커피 원가를 과거 수준으로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쌓아놓은 생두 재고가 소진되면 꼼짝없이 가격이 폭등한 생두를 사들일 수밖에 없다. 
브라질 산토스 지역의 한 커피농장에서 수출용 커피콩들이 운반되고 있다.[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인건비-임대료 부담에 ‘환율 폭등’까지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대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내의 경우 생두값보다는 인건비와 임대료, 물류비, 인테리어 비용 등이 급격히 오르고 있어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국내 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가게 내부 인테리어 비용도 예전보다 2배가량 상승했다”며 “또 요즘처럼 환율이 오르면 생두 수입 시 폭탄 가격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최근 관세 이슈가 있지만 생두는 원두와 달리 로스팅되지 않은 상태로 수입되는 것이어서 할당 관세가 없거나 기본 관세율도 낮다”며 “결국 커피값은 환율이 결정적인데 정부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환율 상승에 제대로 대처를 못한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가격 인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워서다. 결국 논커피(NonCoffee) 메뉴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려 하지만 다른 메뉴의 원재료 비용도 상승하고 있어 고심이 깊다. 

특히 저가커피 업체들의 경우 커피 메뉴만으로는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미 저가커피업계 1위 메가MGC커피를 비롯해 컴포즈커피, 빽다방 등은 여러 디저트 메뉴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다만 생두값이 계속 오르면 메인 커피 가격도 결국 올릴 수밖에 없다. ‘저가’라는 강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커피지수는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실상 제로섬 게임이 시작된 저가커피업계에서 업체들이 이 기간을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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