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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권력 행사하지 않겠다”

“펀드 권력 행사하지 않겠다”

‘한국 증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1세기 한국 금융시장을 이끌어갈 뉴리더’ ‘여의도의 칭기즈칸’. 박현주(49)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는 불과 10년 만에 자본금 100억원의 미래에셋을 국내 자본시장의 최강 기업으로 만들었다. 발 빠른 해외 진출로 국내 금융회사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메이드 인 파이낸스 코리아’를 가능하게 만든 주인공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래에셋 창립 10주년’을 맞아 국경을 넘나들며 신화를 만들어가는 박현주 회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지난 미래에셋의 성공 스토리는 물론 한국 경제의 위기와 기회, 주식시장 전망, 자본시장의 미래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6월 26일 오전 10시30분 여의도 미래에셋 본사 5층 접견실. 박현주 회장은 땀을 흘리며 나타났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경제포럼 강의를 끝내고 인터뷰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두른 탓이다. 더위에 지칠 법도 하지만 박 회장이 좌중과 인사를 한 후 자리에 앉아 땀을 훔치고 자세를 바로잡는 데 걸린 시간은 약 30초. 그의 눈은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제 해 보시죠”라고 말하고 있었다. 인터뷰 중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질문에 말이 막히거나 상대방에게서 눈을 떼는 법도 없었다. 때론 길게 설명하고, 때론 짧게 요점만 말하면서 의사와 견해를 분명히 했다. 그렇게 박 회장은 변한 것이 없었다. 10년이 지났지만 그의 뛰어난 언변과 철저한 준비자세, 미래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은 그대로였다. 변한 것이 있다면 얼굴에 묻은 세월의 흔적과 자기자본이 200배 이상 커진 미래에셋뿐이었다.
“10년 만에 꿈을 이루고 남았죠”

7월 1일이 창립 10주년인데요. 축하드립니다.
“(웃으며) 감사합니다. 시간 참 빨리 지나가네요. 미래에셋의 지난 10년은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습니다. 이 같은 발전에는 미래에셋과 관계를 맺고 있는 많은 구성원, 즉 고객·주주·종업원 그리고 기타 이해관계자들의 성원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미래에셋과 관계를 맺은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미래에셋의 지난 10년 성과를 자평한다면….
“두 가지 면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펀드를 통해 투자자의 부를 증대시키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죠. 제가 볼 때 국내 전체 펀드에서 창출된 부가 약 30조원에 육박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중에서 미래에셋이 창출한 부는 12조~13조원에 달하죠. 이런 부의 창출이 국민들의 소비 증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기업이 활기를 되찾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시가총액이 1000조원에 육박한 것도 이 같은 선순환 때문이죠. 두 번째는 해외진출을 통해 미래에셋이 한국 금융산업의 가능성과 저력을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한국 금융산업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단초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10년의 성과에 얼마나 만족하시나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창업 당시 ‘10년 뒤에 이런 회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커졌습니다. 당시에는 3투신(한국·대한·현대투신운용)을 볼 때면 기가 죽었죠. 언제 저렇게 커지나 하면서요. 하지만 지금 미래에셋은 그 이상으로 커졌습니다. 꿈을 이루고도 남은 거죠.”
▶ 미래에셋 노블레스 오블리주 기업으로 만들 것 ▶ 미래에셋 10년 동안 12조~13조원대 富 창출 ▶ 30년 전 창업했다면 100% 실패했을 것 ▶ 우리나라 사람들 자산관리 DNA 잘 발달 ▶ 필요하면 해외 자산운용사 M&A도 고려 ▶ 가장으로서 가족 챙기지 못한 점 가장 아쉬워 ▶ 대국의 흥망성쇠 같은 유장한 책 주로 읽어 ▶ 기업에 과도한 배당 요구하는 일 없을 것 ▶ 금융 수출로 돈 벌 수 있다는 인식 가져야 ▶ 경영권까지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은 없어


고스톱 판에서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죠. 미래에셋의 성공에 본인 능력과 운이 어느 정도나 작용했다고 보십니까?
“100% 운이었죠.(웃음) 미래에셋의 성장 역사를 보면 아시아 시장의 성장과 그 궤를 같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또 국내에서는 부동산 중심의 가계자산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시기였죠. 자산운용 중심의 미래에셋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저는 이처럼 시장이 변할 것이라 믿고 투자했을 뿐이죠. 아마도 30년 전에 창업했다면 100% 실패했을 겁니다.” 박 회장이 미래에셋을 창업한 1997년 당시에는 한국·대한·현대투신운용을 자산운용시장의 ‘빅브러더스’라는 의미로 3투신이라고 불렀다. 당시 펀드시장 규모는 77조원 정도. 이 중 3투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었다. 사실상 이들 3투신이 시장을 지배한 셈이다. 그만큼 시장은 물론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다. 갓 창업한 박 회장으로선 거대한 벽과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박 회장은 “3투신 건물만 봐도 주눅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10년 만에 상황은 역전됐다. 2007년 6월 25일 현재 미래에셋의 펀드 규모는 약 29조원(미래에셋자산운용+맵스자산운용). 업계 1위다. 대한·한국· 현대투신운용(현 푸르덴셜투신운용)의 펀드 규모는 각각 18조원, 15조원, 8조5000억원으로 미래에셋에 한참 뒤처져 있다. 박 회장은 이 같은 성과를 전적으로 운으로 돌렸다. 시기를 잘 타고났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박 회장이 창업한 후 국내 자산운용시장은 저금리와 고령화, 부동산시장의 침체 등으로 엄청난 도약을 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같은 조건에 있었던 자산운용사들이 미래에셋만큼 성장하지 못했던 것은 왜일까. 운을 기로 승화시키는 CEO의 능력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미래에셋의 성공적인 해외진출에 큰 의미를 둡니다. 남들보다 빨리 해외시장에 진출하게 된 배경은 뭡니까.
“1998년 박현주 펀드 시리즈를 만들 때였습니다. 처음 펀드는 성공했는데 두 번째 펀드는 실패했죠.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투자자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수익률이 나쁘긴 했어도 업계 2위를 기록했던 펀드인데도 말이죠. 당시에는 전 세계 주식시장 중 한국시장이 가장 나빴기 때문에 수익률 관리가 힘들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투자자들을 위해서라도 한 시장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때부터 시간 날 때마다 미국 등 해외시장을 돌아다녔습니다. 이후 회사 차원에서 5년 이상 준비했고, 2004년부터 해외에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자산운용 글로벌 경쟁력 충분”

해외진출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미래에셋의 펀드 운용능력이 한층 배가됐다는 것입니다. 국내 주식시장이 미국·중국 등과 동조화 현상을 보이듯 국내 펀드 운용에서도 해외시장의 움직임은 중요한 변수죠. 미래에셋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시장의 생생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이를 펀드 운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미래에셋만의 독점적인 경쟁력이죠.”

나가 보니 어떻던가요. 국내 금융기관들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한국 자산운용업은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관리 DNA는 상당하죠. 부동산 투자를 보세요. 이렇게 열정적으로 투자하는 민족은 드물죠. 펀드매니저 개개인의 역량도 뛰어납니다. 우리나라 펀드매니저들은 실제 기업을 찾아가서 CEO나 CFO(재무관리책임자)를 만나 리포트를 작성하죠. 외국 펀드매니저들은 서류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더 정확한 셈이죠.”

최근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진출을 보면 너무 앞서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더 많이 나가서 경쟁하고 학습하고 또 노하우를 쌓아야 합니다. 물론 성공하는 기업도 있고 실패하는 기업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산업이 발전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글로벌 시장은 국내에서 상상도 못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철저한 준비와 명확한 목표 없이 단순히 시류를 타듯이 나가서는 안 되죠.”

향후 미래에셋의 해외진출 계획은 어떤 건가요.
“미래에셋의 1단계 해외진출 목표는 국내 투자자에게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해외펀드를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급성장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 과실을 국내 투자자들도 누리게 하자는 취지였죠. 올해 말부터는 2단계 전략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1단계 전략을 바탕으로 미래에셋의 주력 펀드를 해외 투자자에게 판매할 예정이죠. 미래에셋의 국내 대표펀드인 인디펜던스, 디스커버리 등 국내 펀드뿐만 아니라 차이나펀드, 아시아퍼시픽펀드, 컨슈머펀드 등 우수한 운용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해외펀드들도 해외 투자자에게 수출할 계획입니다. 우선적으로 홍콩·싱가포르·중국·인도 등 아시아 지역부터 펀드 수출을 시작할 예정이며, 이후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해외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필요하다면 해외 자산운용사 등의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CEO는 전략적 사고가 중요” 박 회장은 미래에셋이 짧은 시간에 크게 성장했지만 그만큼 난관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지난 10년간 비즈니스를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 개인적인 삶을 포기하고, 가족을 챙기지 못한 점을 가장 아쉬워했다. 미래에셋의 해외진출 이후 박 회장은 1년에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형편이다. 이달에도 이미 미국 출장에 이어 싱가포르 출장이 예정된 상태였다. 사업이 확대되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물론 개인적인 여가를 즐길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탄탄대로만 걸은 것은 아닐 텐데요. 가장 어려웠던 결단이나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아마도 해외진출을 결정할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주위에서 만류가 심했죠. 경험이 없는 해외에서 실패할 경우 어렵게 쌓아올린 국내 기반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현재 국내외적으로 성공했지만 경영을 하면서 가장 많은 고뇌를 했던 시기였고 중요한 의사결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 해외로 비즈니스를 확대하면서 가장으로서 가족을 챙기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워요. 항상 미안할 뿐이죠. 근데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어쩔 수가 없네요.”

CEO에게는 매순간이 고뇌와 결단의 연속일 텐데요. CEO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항상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게 마련이죠.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뜻밖의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허다하죠. 이런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모든 부문에서 전략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해요. 또 하나는 결단력이죠. 결단력이 없다면 아무것도 못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인간미가 있었으면 합니다. 비즈니스에서도 결국 마지막은 사람이니까요.”

CEO의 전략적 사고는 천부적인건가요. 아니면 후천적으로 개발되는 겁니까.
“(웃음) 저는 공부를 못했던 사람입니다. 천부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주식 관련 서적은 안 읽습니다. 또 현재에 관한 책들도 거의 읽지 않아요. 미래학이나 전략에 관한 서적을 많이 읽는 편이죠. 또 중국·몽골·로마 등 과거 대국의 흥망성쇠를 다룬 역사책을 주로 읽습니다. 대국의 흥망성쇠에는 기업의 부침, 개인의 성공과 실패가 다 녹아 있는 것 같아 흥미 있게 읽고 있습니다.” 질문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펀드자본주의’로 돌렸다. 펀드자본주의란 펀드가 기업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권력기구로 등장한 20세기 후반의 자본주의를 뜻한다. 국내에서도 ‘장하성 펀드’ 등 기업지배구조펀드와 사모주식펀드(PEF)가 잇따라 등장, 기업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논쟁의 중심에는 미래에셋도 포함돼 있다. 국내 전체 주식형펀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도 20여 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펀드자본주의에서 펀드가 권력이라면 행사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또 “미래에셋 펀드가 권력으로 비칠 경우 펀드(자산운용)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했다.

항간에는 미래에셋의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개별 기업의 주가를 움직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미래에셋 펀드가 매수한 종목 중 고수익이 나는 종목이 눈에 띄면서 그런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주식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주가 움직임만 보고 하는 말들입니다. 국내 주식시장은 시장참가자 혼자 주가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시장도, 비효율적인 시장도 아닙니다.”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 사옥에서 대담 중인 윤길주 편집장(왼쪽)과 박현주 회장.



펀드가 기업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요.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주식시장이나 개별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펀드자본주의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펀드의 의결권을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권력으로 행사할 생각도 없고, 권력으로 비칠 경우 펀드(자산운용)를 포기할 생각입니다.”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말인가요.
“권리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투자자·펀드·기업·주식시장 등 모든 이해당사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하겠는 것이죠. 펀드가 이익에만 집착해 기업 성장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미래에셋 펀드는 단기 이익을 위해 기업에 과도한 배당을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투자를 조언할 생각이고 지금도 그런 정도는 하고 있습니다. 과거 경험상 투자를 많이 하는 회사가 더 높은 수익을 올렸죠.”

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 등과는 상반된 이야기인데요.
“투자자의 니즈에 따라 여러 종류의 펀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래에셋까지 나서서 그런 펀드를 만들 필요는 없겠죠. 펀드를 통해 여러 이해관계자가 상생하는 것이 미래에셋 펀드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바이코리아’ 때와 너무 달라요”

요즘 증시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과열 논쟁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2000년 바이코리아 때와 어떻게 다른가요.
“저는 종합주가지수는 잘 모릅니다. 지수를 잘 안 보는 편이라 현재 지수가 정확히 얼마인지도 모르죠. 또 지수를 보고 투자결정을 내리지도 않아요. 지수에는 착시현상이 있기 때문이죠. 우량기업, 비우량기업 가리지 않고 모두 포함돼 있는 지수는 정확한 평가 잣대가 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증시 전망은 좀 그렇고요. 다만 채권금리가 5% 정도인 데 반해 상장기업의 주가수익비율(ROE)이 13%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메리트가 높지 않나 하는 판단입니다. 또 최근 증시를 과거(2000년 바이코리아)와 비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그동안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2000년 들어 중국·인도 등 30억 인구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등장했고, 이머징마켓의 경제개발로 글로벌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있죠. 이런 것들이 과거와는 다른 점들이죠.”

한국 경제는 어떨까요. 최근 샌드위치론 등 경제위기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아직까지 한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후유증을 모두 치료하지 못한 것 같아요. 정치권이나 기업의 노사 등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경제가 미래지향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져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중국·인도 등 급부상하는 나라들과 경쟁하기 어려워질 겁니다. 이해당사자 모두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할 때죠.”

정부의 인식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맞습니다. (정부도) ‘한국 경제가 처한 위치’와 ‘누구와 경쟁하고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란 나라는 중국의 23개 성 중 하나보다 더 작은 나라죠. 금융산업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처럼 금융업을 후방산업이라고 생각하기보다 금융 수출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국내 금융기관이 덩치를 키우고 세계로 나가 싸울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더 풀어줘야 해요.”

“내 자식이 후계자일 필요 없죠” 최근 가치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회장은 자신의 후계자를 공모를 통해 뽑을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후계자 공모에는 전 세계 600여 명의 인재가 모였다고 한다. 기업의 연속성과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한 워런 버핏만의 재치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박현주 회장은 후계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해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밝히셨는데요. 언제, 어떤 방식의 지주회사를 검토하고 있나요.
“시기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지주회사를 생각하고 있어요. 자산운용과 증권, 보험을 따로 묶는 지주회사 방식을 고려 중이죠. 제 생각에는 자산운용사 특성상 은행이나 증권 중심의 일반 금융지주회사에 속해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선진 금융기관을 봐도 씨티은행이나 스탠더드차터드 등은 지주회사 내 자산운용사가 없죠.”

아직 먼 이야기일 수 있는데요. 혹시 후계자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웃음) 재산은 물려줘도 경영권까지 자식(박현주 회장은 현재 1남 2녀를 두고 있다)에게 줄 생각은 없습니다. 또 그게(경영권 승계) 맘대로 되는 건가요. 애들도 자신만의 인생이 있는 건데요. 억지로 하면 기업도 개인도 불행해질 뿐이라고 생각해요.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해야죠. 또 모르죠. 자식들 중에 진짜 인재가 나오면요. 둘째딸이 조금 튀는데 이제 중학생입니다.”

10년 후 미래에셋은 어떤 회사가 돼 있을까요.
“창업 이후부터 제 머릿속에 박혀 있는 기업관은 ‘투자자에게 좋은 회사’가 되자는 겁니다. 즉 투자자의 부를 창출해 주는 것이죠. 지금까지 그렇게 노력해 왔고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고 자부합니다. 최근에는 투자자의 부를 창출하는 것에 더해 어떻게 하면 한국 자본주의 시장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과연 고령화, 양극화, 세계화 등으로 치닫는 한국 자본주의 시장에서 미래에셋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10년 동안 이 고민을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성공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 주시죠.
“젊음의 특권 중 하나가 꿈을 갖는 겁니다. 근데 요새 젊은 사람들은 꿈을 갖지 않는 것 같아요. 신이 내린 직장에만 똑똑한 젊은이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 답답합니다. 현재의 조건보다는 꿈을 생각해야 해요. 그리고 글로벌 시대에 맞게 영어든 중국어든 하나 정도는 꼭 익혀 둘 것을 제안하고 싶어요.”


명리학자 남덕 선생이 본 박현주 회장


“지금이 인생 호기…사업 안 했으면 교수 됐을 것”
“현재 박현주 회장은 기가 충만한 상태다. 명리학에서 기가 충만하다는 것은 하는 일마다 행운이 따르고 잘된다는 의미다. 또 건강상 별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명리학자인 남덕 역학연구원장이 풀어낸 박현주 회장의 사주다. 명리학은 개인의 사주(생년월일시)를 분석해 일생의 기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다. 박 회장은 1997년부터 호기(好機)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97년은 박 회장이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한 때다. 남덕 역학연구원장은 “박 회장은 이 기운 덕분으로 별 탈 없이 회사를 세울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남 원장은 “그의 호기는 2012년이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가 닥치면 후계자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박 회장은 매우 신경이 예민하고 까다로운 인물이다. 또 다혈질이라고 남 원장은 설명했다. 남 원장은 “박 회장의 후계자는 그와 반대 성격을 가진 인물이 가장 적당하다”고 말한다. 즉 덜 예민하고 포근한 사람이 가장 적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심경변화가 적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일이 워낙 달라 충돌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박 회장이 아랫사람을 잘 믿는 편이라 그리 큰 충돌은 없을 것”이라는 게 남 원장의 해석이다. 박 회장이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무엇이 돼 있을까? 남 원장은 “아마 대학교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뛰어난 집중력을 갖고 있으며 학계에서 연구하는 운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집중력 하나만 놓고 보면 박 회장은 발명가 에디슨이나 고 강원용 목사와 비슷한 사주를 갖고 태어났다. 박 회장은 일생 동안 ‘공직’과 ‘아랫사람’을 신경 쓰며 살아야 할 운명이다. 또 태어날 때부터 두통 증세를 갖고 있다는 것이 남 원장의 말이다. 최남영 기자·hynews01@hanmail.net


박현주 회장의 재테크 특강


“주식투자는 장기로, 부동산 신화는 잊어라”
‘투자의 달인’ 박현주 회장의 투자비법은 무엇일까. 주식투자와 관련, 박 회장은 “복잡하게 생각하면 본인만 손해”라며 “심플하게 좋은 기업에 오랫동안 묵혀 두라”고 말했다. 또 종합주가지수에 현혹되지 말라는 충고도 했다. 좋은 기업은 종합주가지수와 상관없이 제값을 하게 마련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일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미래에셋의 광고카피 중 하나인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를 떠올리면 된다. 돈 잘 벌고, 누구나 알아주는 기술력을 가지고 미래를 선도하는 회사가 투자자에게 좋은 기업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내 가계자산이 주택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어 개인적 재앙은 물론, 잘못하면 국가적인 재앙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6년 한국의 가계자산에서 주택ㆍ토지ㆍ건물 등 부동산자산의 비율은 77%에 달했다. 이는 36%의 미국, 50%의 캐나다는 물론 62% 수준의 일본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기형적 구조다. 그는 “부동산을 통해 부를 증식하는 시기는 지났다”며 더 이상 부동산 신화는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도 부동산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차라리 상가ㆍ호텔 등 수익성 부동산이나 중국 등 해외 부동산에 눈을 돌리라고 제안했다. “부동산 투자도 눈을 돌리면 더 좋은 투자기회가 있어요. 상업용 시설이나 수익성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면 더 안전하게 고수익을 얻을 수 있죠. 물론 개인이 직접 하기 힘들다면 펀드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여담 하나. 과연 “부동산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박 회장은 보유 부동산이 얼마나 될까. 그는 서울 집과 상속받은 시골 집이 보유 부동산의 전부라고 말했다. 5억~7억원 정도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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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펫보험 1위’ 메리츠화재, 네이버·카카오페이 비교·추천 서비스 동시 입점

4네이버페이, ‘펫보험 비교·추천’ 오픈…5개 보험사와 제휴

5카카오페이, ‘펫보험 비교’에 업계 1위 메리츠화재 입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