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53년 서울 출생 1972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1980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무역학과 졸업 1986년 동양증권 입사 1998년 동양선물 대표 2000년 동양투신운용 대표 2004년~현재 동양종합금융증권 대표 | |
7월 25일 오후 3시. 종합주가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역사적 최고점인 2000포인트를 돌파한 바로 그 순간, 전상일(54) 동양종금증권 사장과 인터뷰가 시작됐다. 인터뷰 첫머리는 자연스럽게 증시 2000 돌파가 화제였다. “한국 증시 2000시대가 열렸다”며 다소 흥분한 기자와 달리 전 사장은 이미 예견이라도 한 듯 덤덤하기만 했다. 21년 증권업력의 내공일까. 아니면 가파른 상승장이 불안해서였을까.
- 증시가 2000포인트를 돌파했습니다. 오랫동안 증권업에 몸담으신 만큼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은데요. “솔직히 말해도 될까요? 그냥 어제와 같은 기분입니다. 덤덤해요. 한국 증시와 주변 환경의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2000포인트 돌파는 그냥 과정일 뿐입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죠.”
- 변화라면 시중의 넘치는 돈이 증시로 급속히 유입되고 있는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최근 예금에서 투자로 돈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죠. 시장에서는 이를 ‘머니 런’이라고 표현하더군요. 하지만 우리가 진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왜 돈이 증시로 유입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할 때죠.”
- 무슨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시장이 변화할 리는 없죠. 글로벌 저금리 기조, 고령화, 기업체질 변화, 경기회복, 투자 마인드 변화, 대북관계 개선 등 다양합니다. 이런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증시 생태계를 뒤바꿔 놓고 있어요. 과거 잣대로 주가를 평가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가 됐죠.” 전 사장은 사계절(지수 등락 사이클)이 뚜렷했던 한국 증시가 최근 아열대(대세상승)로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겨울, 즉 주가 조정 또는 폭락의 시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유 없는 주가 하락도 없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태계가 아열대로 변하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동식물이 생겨나고, 숲도 더욱 풍성하게 되는 법”이라며 “한국 증시에도 그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이런 긍정적인 현상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금 투자해도 늦지 않을까요. “증시 변화를 이해했다면 종합주가지수에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요? 또 주식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입니다. 이제는 주가 변동 등 투자 리스크도 줄어든 만큼 금융자산의 일정부분은 주식으로 구성해야 해요. 문제는 투자전략인데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종목과 시기를 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초보 투자자라면 펀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최근에는 증권주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동양종금증권 주가도 많이 올랐는데요. “힌트를 하나 줄까요. 동양종금증권은 지난 3년간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이익을 올릴 만큼 재무구조와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됐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내년 계열사인 동양생명이 상장되면 회사 곳간은 더욱 풍부해질 거예요. 동양종금증권은 직간접적으로 동양생명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힌트가 됐나요?”(웃음) 동양생명은 상장조건을 충족하는 내년 상반기께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양생명이 상장할 경우 대주주인 동양종금증권은 대규모 상장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종금증권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동양생명 지분은 14.6%. 여기에 자회사인 동양파이낸셜의 지분(40.4%)까지 합하면 55%에 달하다. 현재 동양생명의 장외 주가는 3만원.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1조5000억원 정도다. 따라서 현재 가치로만 따져도 7000억원 이상 상장차익을 얻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전 사장은 “동양생명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보유주식을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 및 신규 영업에 활용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화제를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동양종금증권의 경영전략과 목표로 돌렸다. 전 사장은 “자통법 이후 우리의 경쟁 상대는 은행”이라며 ‘고객자산 300조원, 고객 수 500만 명’이라는 구체적인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또 해외진출을 통한 ‘아시아 투자벨트’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자통법 시행은 증권사에 호재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통법이 본격 시행되면 증권업계도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상됩니다. 업무영역이 파괴되면서 증권사 간 경쟁이 아니라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죠. 제 예상으론 현재 40개가 넘는 증권사 중 6~7개 대형 증권사와 소수의 전문화된 증권사만 생존할 것으로 보입니다. 말 그대로 승자독식 시대가 되는 셈이죠.”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동양종금증권도 많은 준비가 필요할 텐데요. “우리라고 경쟁에서 빼놓을 순 없죠. 동양종금증권의 경쟁 상대는 증권사가 아니라 은행입니다. 은행 예금의 경쟁상품이라 할 수 있는 CMA에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현재 동양종금증권은 CMA 부문에서 업계 1위(133만 계좌, 시장점유율 45.4%)를 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CMA 계좌를 300만까지 늘려 고객기반을 확대하고, 자산운용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고객 수 500만 명, 자산 300조원으로 커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동양종금증권은 지난해부터 해외진출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는데요. “글로벌 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영업 범위나 수익 구조도 글로벌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그 일환으로 지난해 미국·베트남·캄보디아 등에 현지법인 및 사무소를 개설했습니다. 오는 9월에는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할 예정이죠. 우선 동남아 네크워크를 활용해 ‘아시아 투자벨트’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아시아 자산운용 및 IB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죠. 이를 위해 다음달에는 글로벌투자본부를 신설, 본격적인 해외투자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회사로 낙인 찍혔던 동양종금증권은 최근 차세대 리딩컴퍼니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지난 3년간(2003년 4월~2006년 3월) 자산(2006년 3월 말 현재 8조9212억원)과 자기자본(7634억원)이 모두 배로 늘었고, 직원과 지점 수도 각각 2300명, 104개로 대폭 증가했다. 또 매년 1000억원 이상 벌어들일 만큼 수익구조도 탄탄해졌다. 액면가(5000원)를 밑돌던 주가도 2년여 만에 2만원을 넘어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은행과 경쟁하며 글로벌 증권사로 거듭나겠다”는 전 사장의 호언이 허언이 아닌 것으로 들리는 것도 동양종금증권의 저력 때문이다.
전상일 사장은… |
21년간 오직 한 우물 판 ‘동양맨’ 전상일 사장은 뼛속까지 철저하게 동양종금증권으로 무장한 ‘동양맨’이다. 86년 동양종금증권에 입사, 말단직원으로 시작해 18년 만인 2004년 CEO까지 올랐다. 그사이 동양선물, 동양투신운용 등 동양종금증권 자회사 대표이사를 거쳤다. 동양종금증권 경력만 21년. 따라서 조직에서 전 사장만큼 회사를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동양그룹이 전 사장을 CEO로 택하고, 지난해 주저 없이 연임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동양맨’이란 그의 오랜 경험과 타이틀이 그를 장수 CEO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직원들 사이에서 전 사장이 가장 존경 받는 인물이자 멘토로 뽑히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철저한 성과주의, 높은 이직률를 자랑하는 증권업종에서 말단으로 시작해 CEO까지 올랐으니 말이다. 그것도 동양종금증권 한 회사에서. 하지만 직원들이 전 사장을 존경하고 멘토로 여기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외환위기로 위기에 처했던 회사를 정상화시켰을 뿐 아니라 증권업계 대표 증권사가 될 수 있는 저력을 보였다. 동양종금증권은 외환위기 이후 수년간 실적 부진과 부실 계열사와의 합병 등으로 자본잠식 상태까지 갔다. 하지만 지금은 CMA, 채권영업 등 자산운용과 리테일 부문에 강점을 지닌 증권사로 거듭난 상태다.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니다. 지난 3년간 동양종금증권은 매년 1000억원을 벌어들이는 알짜 회사로 재탄생했다. 지난 5월에는 7년 만에 배당을 실시해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증권업계에서는 동양종금증권의 이런 성과가 전 사장의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특히 한 우물만 판 전 사장 특유의 리더십, 즉 CEO가 아닌 직장 선배와 동료로서의 리더십이 회사를 위기에서 건져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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