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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부호 뜨고 건설 부자 기울어

에너지 부호 뜨고 건설 부자 기울어

▶(왼쪽부터) 구본무 LG 회장, 허창수 GS 회장, 이수영 동양제철화학 회장

올해 한국 100대 부호는 업종별로 진퇴가 뚜렷하게 구별된다. 동양제철화학, 동국제강, 고려제강 등 철강 부호들은 대거 순위가 올랐다. 특히 동양제철화학의 태양광에너지 사업이 주목받으면서 이수영·복영·화영 회장 삼형제의 재산이 많이 늘었다. 반면 건설 경기 부진으로 건설 부호들은 대거 순위에 탈락했다.
지난 한 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몰고 다닌 회사 중 하나가 동양제철화학이었다. 먼저 공장이 자리 잡은 인천 송도에 아시안 게임이 유치되고 자유무역도시로 지정되면서 보유 부동산 가치가 뛰었다. 태양광전지의 원료가 되는 폴리실리콘까지 생산하며 말 그대로 ‘태양주’가 됐다. 지난해 4월 초만 해도 주당 6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4월 중순 현재 37만원을 넘나든다. 동양제철화학의 약진은 대주주인 동양제철화학 2세들의 평가액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집안의 장남이자 현재 동양제철화학을 이끄는 이수영 회장의 평가액은 지난해 1400억원에서 올해는 9448억원으로 무려 7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복영 삼광유리 회장은 926억원에서 5285억원, 이화영 유니드 회장은 708억원에서 5048억원으로 증가했다. 순위는 이수영 회장이 지난해 111위에서 17위, 이복영 회장은 191위에서 38위, 이화영 회장은 258위에서 41위로 껑충 뛰었다. 올해 부호 순위에선 동양제철화학을 포함한 철강 부호들이 약진했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대주주인 정몽구 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정 회장은 이들 주가가 뛰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위를 지킬 수 있었다. 형제가 나란히 100대 부호에 이름을 올린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장세욱 부사장도 마찬가지. 장세주 회장의 재산은 3552억원으로 지난해의 2156억원에 비해 60% 이상 급증했고, 장세욱 부사장도 2377억원으로 지난해 1472억원에 비해 큰 폭 상승했다. 지난 60여 년 동안 철강 한 우물을 파온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의 재산은 지난해 2232억원에서 올해는 두 배가 넘는 4546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철강 부호들이 속출한 이유는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이 최대 수혜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반면 건설 부호들은 대거 100대 부호에서 밀려났다. 지난해 엄석오 일레븐건설 회장(지난해 76위), 전상표 현진 회장(지난해 87위), 김영춘 서해종합건설 회장(지난해 97위) 등은 이번 리스트에서 탈락했다. 최근 건설 경기 부진으로 순자산 가치가 하락하며 지분 평가액도 줄었기 때문이다. 제과 업계 부호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64위와 72위에 각각 이름을 올린 이화경 미디어플렉스 사장과 담철곤 오리온 회장 부부는 보유주식 가치가 지난해 수준에 머물며 순위에서 탈락했다.

▶(왼쪽부터) 신준호 롯데우유 회장, 이민주 전 C&M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

최근 실적 부진과 ‘쥐머리 새우깡’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농심그룹의 신춘호 회장과 신동원 부회장도 순위에서 밀려났다. 재벌가(家)에선 LG와 GS의 약진이 돋보인다. LG와 GS의 주식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구본무 회장의 재산은 지난해 5552억원에서 올해 1조4000억원으로 8500억원이나 불어났다. 올해 12위에 오른 구본준 LG상사 부회장도 평가액이 두 배 이상 늘어 올해 처음으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마찬가지. 재산이 지난해 5434억원에서 올해는 9200억원으로 증가했다. 순위도 지난해 27위에서 여덟 계단이나 상승했다.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30) 씨는 5815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돼 30세 이하에서 최고의 부자로 꼽혔다. GS의 허씨 집안 역시 선전했다. 허씨 집안의 수장인 허창수 GS 회장(10위)을 비롯해 허정수 GS네오텍 대표(30위), 허진수 GS칼텍스 대표(45위), 허명수 GS건설 회장(71위), 허용수 GS홀딩스 상무(68위) 등 대부분 지난해에 비해 50~100% 증가했다. 이들 부자 재산의 총액은 지난해 1조8003억원에서 올해는 3조876억원으로 70% 이상 불어났다. 금융 업계 부자로는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37위)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40위)이 눈길을 끌었다. 지주회사로 변신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김남구 사장 재산도 지난해에 비해 소폭 증가해 5314억원이 됐다. 한국 증시의 ‘큰손’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의 주가 상승으로 재산이 크게 올라 5058억원을 기록했다. 벤처 부자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게임 부호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과 김정주 넥슨 사장은 재산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인터넷 부자는 활짝 웃었다.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은 2811억원에서 올해는 5771억원으로 100% 이상 뛰었다. 교육 부자 손주은 메가스터디 사장의 재산은 지난해 1521억원보다 160% 이상 증가한 4023억원으로 평가됐다. 재계 2, 3세들의 경영승계도 가속화되고 있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씨는 상속을 통해 지분평가액이 3872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김 회장의 ㈜한화 지분은 종전 20.97%에서 16.97%로 낮아진 반면 장남 김동관 씨의 지분은 4.44%에서 6.44%로 높아졌다. 동관 씨를 포함해 현재 100대 부호 중 40세 이하 재계 2~3세 부호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비롯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정의선 기아차 사장, 설윤석 대한전선 과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조현준 효성 부사장, 김남정 동원산업 상무 등 모두 17명이다. 이 중 이재용 전무와 정용진 부회장의 주식 재산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17명 전체의 재산은 지난해 7조827억원보다 1조5000억원 이상 많은 8조5525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서울·경기 지역 최대 케이블TV였던 C&M의 이민주 전 회장은 이 회사 지분을 국내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가 설립한 컨소시엄 KCI에 1조4600억원을 받고 팔아 순식간에 16위로 뛰어올랐다. 대선주조의 대주주였던 신준호 롯데우유 회장 역시 한국금융지주 산하 사모펀드인 코너스톤에 지분을 팔아 7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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