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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로 ‘에너지 다이어트’

아이디어로 ‘에너지 다이어트’

고유가 시대를 맞아 기름값을 아끼려는 기업들의 모습이 눈물겹다. 에어컨 사용을 줄이고 출장을 화상회의로 돌리는 것은 기본이다. 영업용 차량을 배기량 1000cc의 경차로 교체하거나 포상금을 내걸고 에너지 절약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기업도 있다. 그 실태를 소개한다.


# 사례1 오비맥주 광주공장은 6월 초부터 주 4일 24시간 가동체제에 들어갔다. 오비맥주는 그 전까지는 주 5일 하루 16시간 가동했다.

기계를 가동하기 시작할 때와 멈출 때 비용이 많이 드는 점을 고려해 시스템을 바꾼 것이다. 오비맥주의 김기화 홍보팀장은 “회사로서는 에너지를 아껴 좋고, 직원들도 화끈하게 일하고 쉴 수 있어 좋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 사례2
신한은행은 지점의 창구 직원부터 지점장은 물론 신상훈 행장까지 티셔츠 차림으로 근무한다. 신한은행 직원만족센터 조윤호 부부장은 “티셔츠를 입으면 넥타이를 맬 때보다 체온이 내려가기 때문에 실내 온도를 그 전보다 섭씨 2도 높은 섭씨 26~28도로 유지할 수 있다”며 “그래서 냉방비가 덜 든다”고 말한다.

신한은행이 티셔츠로 근무 복장을 통일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엔 약 2억원을 아꼈다. 티셔츠 구입 비용은 8억원이었고, 전력 요금 절감액은 10억원이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기업들의 묘안이 백출하고 있다.

고유가로 항공료가 인상되자 해외 출장을 화상회의로 대신하는 기업이 늘었다. 주로 해외법인이나 지방 지사가 많은 삼성물산, 포스코, SK텔레콤, LG전자 같은 회사들이 화상회의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LG전자는 해외 출장뿐 아니라 창원·평택 사업장 미팅도 화상회의로 해결한다. 신한은행은 2개월 전에 설치한 화상회의 시스템을 가동해 시간과 기름값을 아끼고 있다.

화상회의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면서 화상회의 시스템 공급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대기업에 화상회의 시스템을 공급해 온 폴리콤코리아는 “최근 들어 중소기업에서도 제품 문의가 늘고 있다”며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정도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 주요 고객이던 시스코코리아는 금융권과 통신회사를 찾아 다니며 자사의 화상회의 시스템을 홍보하고 있다. 최근 STX는 시스코코리아와 미국 시스코를 연결하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해외에서 지원한 입사 희망자 면접을 진행했다.

▶좌 신한은행 직원들이 티셔츠를 입고 근무하고 있다.
우 LG전자에서는 노타이 패션이 대세다.



일과 후 네 차례 자동 소등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호소하기보다는 시스템적으로 전력을 아끼는 기업도 많다. 삼성생명은 일과 시간이 지나면 서울 태평로 본사 건물의 조명을 일괄적으로 네 차례 끈다. 일을 해야 하는 직원은 불을 켜고 계속 업무를 보면 된다. 나머지 불필요한 조명은 남김없이 아끼게 된다.

현대해상과 한화손보는 점심 시간에 사무실의 조명을 끈다. 금호생명은 출근 직후와 퇴근 직전 30분 동안 냉방을 하지 않는다. 실내 온도는 국내 대기업 중 최고인 섭씨 29도에 맞췄다. 그 결과 지난해보다 전력 사용량을 10% 정도 줄이는 데 성공했다.

SK텔레콤은 평일 저녁 9시 이후 서울 을지로 본사 건물 전체의 냉방을 중단한다. 주말에는 19층 회의실만 냉방을 유지한다. 주말에 일하는 직원이나 야근을 하는 직원들은 일명 ‘냉방존’이라고 불리는 19층 회의실로 노트북을 들고 와서 일한다. SK텔레콤은 본사 건물 지하 주차장의 조명 밝기도 이전보다 절반 정도로 낮췄다.

신세계첼시가 운영하는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의 랜드마크 야외 분수도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고 있다. 전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쉬지 않고 물을 뿜었지만 이제는 2시간 간격으로 30분씩 쉰다. 신세계첼시는 아웃렛 매장의 출입문을 절반만 열리도록 조정했다. 출입문을 여닫을 때마다 새나가는 냉방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좌 시스코코리아는 실물 크기의 상대와 화상회의를 하는 시스템을 사용한다.
우 현대해상화재의 점심 시간에는 사무실 조명이 꺼져 있다.


GS칼텍스는 전국 3800여 개 주유소 및 충전소를 비롯한 영업 현장에서 ‘에너지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24시간 운영하는 주유소와 충전소의 조명을 절반만 사용키로 했다. GS칼텍스 홍보팀의 김정민 차장은 “주유소 조명 끄기 운동으로 연간 38억3000만원의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시중 은행이다. 깔끔한 정장을 선호하던 은행원들이 이제는 티셔츠를 입고 근무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처음 티셔츠 패션을 시작한 신한은행에 이어 국민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에서 티셔츠로 복장을 통일했다. 하나은행은 노타이에 반팔 차림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기업에서도 노타이 패션이 대세다. 삼성, 현대, LG, SK, 포스코 등에서 ‘하계 에너지절약 노타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최근 들어선 대기업 본사의 모습도 바뀌었다. 대기업 본사에는 주요 고객들이 자주 찾아오고 중역 회의도 종종 열린다.

그래서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을 철저히 지켜 왔다. 하지만 지난해 LG전자가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노타이를 시행했다. 올해는 서울 태평로의 삼성 본관에서도 노타이 직원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자동차 사용을 줄여가며 기름값을 아끼는 사례도 있다. 차량 10부제는 기본이고 5부제, 심지어 2부제를 시행하는 기업도 있다. 그 중 대상이 돋보인다. 대상은 배기량 1000cc의 모닝 400대를 구입해 영업사원들이 사용하게 한다. 기존에는 직원 소유 차량에 대해 회사에서 기름값을 지원했다.

하지만 기름값이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아예 경차를 생각하게 됐다. 대상의 신동광 대리는 “유류비가 조금 나갈 뿐 아니라 통행료, 주차료 할인, 경차 유류비 10% 환급까지 감안하면 매월 4000만원 정도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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