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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움이 즐거운 한밤의 관광 명소

어두움이 즐거운 한밤의 관광 명소

어둡다고 관광을 못한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세계 곳곳에서 늦은 밤까지 문을 여는 관광지가 늘고 있다. 멕시코 카리브 해안에 접한 툴럼의 고대 유적지를 찾는 관광객들은 밤 8~10시 15개의 피라미드를 관람할 수 있다. 그 성곽도시를 비추는 조명이 피라미드들을 빨간색·파란색·황색으로 물들인다(gzarpa.com).



카이로

반짝 즐기기


헬리콥터 관광은 라스베이거스 중심가를 새로운 각도에서 보여준다.
물론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있다. 이 이집트 수도를 둘러보면 우선 유적들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압도당한다. 그러나 중동의 메트로폴리스로 꽃을 피울 동안 사치와 고급 취향도 생겨 그동안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들을 품고 있다.

Cruise: 모터보트를 빌려 타고 나일강 위를 초고속으로 달리며 이 유서 깊은 강을 바라보면 뭍 위의 풍경들이 눈 깜짝할 새 멀어져 간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꿈에서도 보지 못했을 광경이다.

Savor: 작은 미국식 이집트 식당 루실에서 세계 최고의 버거(정말이다)를 맛보자. 현지인들과 국제적인 미식가 모두가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곳에선 버거를 통해 세계인이 하나가 된다(아니면 서로 최고라고 다투거나).

Stroll: 고대 이슬람 문화가 살아 있는 카이로의 6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장터 칸 알-칼릴리. 색깔과 활기가 넘친다. Shop: 뉴 카이로의 시티 스타스 쇼핑센터에서 현지 제품들뿐 아니라 미국·유럽·일본의 유명 브랜 드들을 함께 판매한다(2 Aly Rashad Street). Watch: 카이로 타워는 높이 178m로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손꼽힌다. 회전식 바에서 칵테일을 음미하며 해 질 무렵 활기를 되찾는 시내를 내려다보자.


MOLLY ANDERS



예루살렘의 옛 시가지도 야간투어를 시작했다. 고대 유대계와 기독교계 주거지뿐 아니라 다윗 망대와 테쿠마 파크로 관광객들을 안내한다. 가이드의 역사 해설, 라이브 뮤지컬 공연, 현지 주민들과의 만남이 포함된다(tour. jerusalem.muni.il). 라스베이거스의 스트립(카지노와 호텔 밀집 지대) 야간비행도 있다.

관광객은 고급 헬리콥터를 타고 샴페인을 홀짝이면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도심과 스트라토스피어 타워를 내려다볼 수 있다 (looktours.com/las-vegas-helicopter-tour.html). 런던의 관광객들은 세기적인 살인마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가며 이동한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달밤에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따라 그가 희생자들을 살해한 장소에 다다른다(jack-the-ripper-walk.co.uk). 관광객들은 이스트엔드에서 105분 동안 한 가지 실마리로부터 다음 실마리로 이동하면서 경찰이 그 연쇄살인범을 추적한 경로를 되밟아 간다. 싱가포르 동물원은 시가 전차를 타고 40ha의 열대 정글을 도는 야간 사파리 투어를 마련했다. 관광객들은 은은하게 비치는 조명 아래 1000종이 넘는 야행성 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nightsafari. com.sg). 부족한 잠은 낮에 보충하면 된다.


SILVIA SPRING



The Maximalist


이보다 더한 사치는 없다
깊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100년 넘은 샴페인 10병


때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1907년산 하이드시크사의 모노폴 샴페인을 실은 배가 러시아 황제 니콜라스 2세의 황실을 향하던 중 독일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았다. 기적적으로 2000병이 멀쩡한 상태로 보존돼 80년 동안 전혀 손때 묻지 않고 고이 숙성되다가 1998년 핀란드만에서 인양됐다. 그 후 다수가 경매로 팔려 나갔지만 아직도 10병이 남아 모스크바의 리츠-칼턴 호텔에서 병당 3만5000달러에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ritzcarltonmoscow.ru).


GEORGI GEORGIEV





Recording Studios at Home


음반도 DIY


과거 전문 음악 스튜디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디지털 음향 워크스테이션이 이젠 일체형 컴퓨터-소프트웨어 패키지로 나온다. 인기 록밴드의 음반에 뒤지지 않는 음악을 집에서 제작하고 녹음하고 편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 표준인 디지디자인이 제작한 프로 툴스 LE 003 모델 8판이 곧 출시될 예정이다.

초보자에게 안성맞춤이다. 음악 제작용 사운드 플러그인(기능확장 소프트웨어)이 60종 이상이나 되며 매킨토시용뿐 아니라 PC용도 있다(1295~ 2495달러, digidesign.com). 애플의 로직 스튜디오는 음악의 제작·녹음뿐 아니라 랩톱을 이용해 무대 연주도 가능하다. 매킨토시용에 한해 사운드 표본 추출 기능을 갖춘 애플 루프스, 라이브 연주용 메인스테이지, 동영상 조합용 사운드트랙 프로 같은 애플 프로그램들이 딸려 나온다(499달러부터, apple.com).

애블턴 스위트는 음악 작곡·제작·연주용 다기능 워크스테이션이다. 맥이나 PC 모두 되며 애블턴의 간판 프로그램인 제작·연주용 라이브 7, 사운드 플러그인, 음악 표본 추출 장치, 디지털 드럼 머신을 포함한다. CD 또는 파일로 판매된다(799~999달러, ableton.com).




WINE IN NEWS


‘와인 미라클’ 신세계 와인 바람 부를까



1976년 5월 24일 프랑스 파리. 와인 판매상인 영국인 스티븐 스퍼리어가 와인 테이스팅 자리를 열었다. 당시 초청된 프랑스 측의 레드 와인은 샤토 무통 로쉴드 1970년산을 비롯해 샤토 오브리옹 1970년산, 샤토 몽로즈 1970년산, 샤토 레오빌 라스카스 1971년산 등 누가 봐도 최고급 보르도 와인 일색이었다.

화이트 와인 역시 뫼르소 샤름과 바타르 몽라셰 등 부르고뉴의 손꼽히는 명품 와인이 선보였다. 반면 캘리포니아 레드 와인은 스태그스립 와인 셀러스 1973년산, 릿지 몬테벨로 1971년산, 클로 뒤발 1972년산, 하이츠 마르타스 빈야드 1970년산 등 이름조차 생소한 와인 일색이었다. 화이트 와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막상 시음회의 뚜껑이 열리고 나니 뜻밖의 결과가 쏟아졌다. 레드 와인 중 1위를 차지한 것은 미국산 스태그스립 와인 셀러스 73년산이었고, 화이트 와인에서도 캘리포니아 출신의 샤토 몬텔레나가 1위에 오른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타임’지의 파리 특파원 조지 테이버는 ‘파리의 심판’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실을 타전해 세상에 알렸다.

오는 11월 13일 국내 개봉을 앞둔 ‘와인 미라클’은 이 파리의 심판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당시 화이트 와인에서 1위를 차지한 ‘샤토 몬텔레나’의 양조장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와인에 대한 열정을 담았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 ‘와인 미라클’이 파리의 심판을 배경으로 했지만 ‘공식적으로’ 판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조지 테이버는 2005년 자신이 참여했던 ‘파리의 심판’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했다. 할리우드에선 그의 원작을 토대로 휴 그랜트와 주드 로를 섭외해 영화 제작에 착수했다. 하지만 ‘와인 미라클’이 선수를 친 것이다. ‘와인 미라클’ 측은 2004년에 이미 대본이 완성됐고, 영화가 방영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파리의 심판은 영화뿐만 아니라 테이스팅 결과도 여전히 논란 대상이다. 당시 프랑스 와인 비평가들은 “숙성되지 않으면 제 맛이 나지 않는 프랑스 와인의 특징이 무시된 시음회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스퍼리어는 파리의 심판이 있은 30년 뒤인 2006년 5월에 전 세계 와인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당시와 똑같은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하는 ‘파리의 심판 재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여전히 캘리포니아 와인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레드 와인 중 캘리포니아 와인이 1~5위를 휩쓴 것이다. 이에 대해 유럽 와인전문가들은 “1970년대 초반의 보르도 와인들은 대체적으로 품질이 낮았다”며 “무엇보다 이벤트는 이벤트일 뿐”이라며 애써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파리의 심판을 통해 전 세계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시 시음회에 참가했던 캘리포니아 와인들은 현재 시장에서 프랑스 1등급 못지않은 위상과 가격을 자랑한다. 영화 ‘와인 미라클’이 ‘신의 물방울’에 이어 또 한번 국내 와인업계에 와인 바람을 불러올지 지켜볼 일이다.


손 용 석
[필자는 포브스코리아 기자이며 와인 평론가로도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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