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고 머리로 꼼꼼히 분석하라”
“발로 뛰고 머리로 꼼꼼히 분석하라”
송형섭 아카데미경매학원 원장은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제대로 배우는 것이 무엇일까. 그는 “지식만 머리에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처음 배울 때 투자에 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제대로 갖춰야 실수를 덜 한다”고 말했다. 송 원장이 강조하는 투자 자세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꼼꼼하게 물건분석을 한다. 둘째, 권리분석을 철저히 한다. 셋째, 수익분석을 제대로 한다. 넷째, 미리 자금확보를 한다. 말하자면 경매의 기본기다. 그가 말한 바로는 이 네 가지 원칙을 지키지 않고 경매 투자에 나서는 것은 기름통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경매의 사전적 의미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법원에 매각을 의뢰하고 법원이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입찰에 부치는 것이다. 운이 좋아 싼값에 좋은 부동산을 얻었다고 하지만 운 뒤에는 많은 노력이 숨어 있다. 최근에는 소액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재테크 수단으로서 경매가 떠오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경기 침체로 경매 신청에 들어간 물건들이 올해 많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때 경매의 기본기를 미리 익혀두면 투자할 때 남들보다 한걸음 더 앞서 나갈 수 있다.
1. 물건분석은 꼼꼼하게
“현장답사는 많이 할수록 좋아”단독주택, 상가, 토지, 아파트, 연립 등 경매에 나오는 물건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입찰에 들어가기 전에 이 물건들이 쓸 만한지 조사하는 것이 물건분석이다. 입찰물건명세서만 보고 응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다. 입찰물건명세서는 권리관계 등을 적어 입찰하기 일주일 전에 법원 경매계 사무실에 비치한다.
입찰물건명세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도 법적 책임이 없으므로 직접 조사하는 것이 현명하다. 물건분석을 하려면 우선 어떤 종류의 물건을 낙찰 받을지 정해야 한다.
물건에 따라 살펴야 할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가령 아파트는 남향인지 계단식인지, 도로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 등을 보고, 연립주택은 주차시설이 제대로 돼 있는지,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신축인지, 다가구주택은 용도변경이 가능한지 등을 조사한다. 공통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쉬운지, 학교와 가까운지, 혐오시설은 없는지, 실제 평가가 시세와 일치하는지 등은 필수적으로 살핀다.
둘째, 앞으로 활용도를 검토한다. 지역적으로 유망한 곳에 있는지 분석하는 것. 예를 들어 상가에 투자하려는데 주변에 상권이 형성돼 있지 않다면 거저 준다 해도 절대 낙찰 받아서는 안 된다. 낙찰 받고서 세 놓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 경매는 항상 낙찰과 함께 처분할 것을 고려해야 한다.
겉으로 좋아 보인다고 속까지 좋은 물건은 아니다. 이용 가치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건물만 매각 대상이고 대지는 대상이 아니라면 대지 지분을 매수하든지 대지 지분권자에게 건물을 팔아야 하는데 물건을 둘러싼 주변 상황, 거래액을 검토해 손익을 미리 따져 봐야 한다.
공장이 경매 물건으로 나왔는데 공장 부지 외에 건물, 창고, 기계가 경매 대상에 포함돼 있다면 별도로 허가를 받지 않아도 돼 꽤 이득이다. 이때 함께 나온 기계가 실제 도움이 되는 물건인지 알아보고 낙찰 받고 나서 빠진 것은 없는지 잘 살펴야 한다. 물건분석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장답사다.
현장답사는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 방문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처음에 보이지 않던 단점들도 하나 둘 눈에 보인다. 또 시세가와 감정평가기관의 감정가를 100%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중개업소의 평가가 더 정확할 수 있다. 물건을 낙찰 받으면 급매물로 내놓겠다는 식으로 주변 중개업소와 친분을 다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2. 권리분석은 철저하게
“소송보다 타협이 유리할 때 있어”아무리 조건이 좋은 경매 물건도 낙찰 받은 후에 인수되는 권리가 있으면 함부로 투자해서는 안 된다. 전 주인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매 사고의 절반 이상이 권리분석을 제대로 못해 발생할 정도로 권리분석은 경매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낙찰 받으면 기존 권리가 다 소멸하는데 없어지지 않는 권리가 있다.
입찰물건명세서를 보고 소멸하는 권리와 낙찰 뒤 인수되는 권리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는데 말소기준권리보다 선순위 권리가 있으면 낙찰 받은 후에 소유권을 잃을 우려도 다분하다.
말소기준권리가 되는 등기는 경매 진행으로 무조건 소멸되는 권리를 말한다. (가)압류,(근)저당권,담보가등기,강제경매 기입등기 등이다. 특히 예고등기는 말소기준권리보다 늦게 설정됐다 해도 낙찰자가 무조건 인수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권리분석에서 투자자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이 유치권이다. 유치권이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는 사람이 물건으로부터 발생한 채권에 관해 그 채권을 변제할 때까지 물건의 반환을 거부하고 유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유치권이 있는 사람의 채권액을 부담해야 하고 이를 갚지 않으면 물건은 완전한 내 것이 될 수 없다.
유치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있으면 언제부터 점유했는지, 적법한지 등을 조사한다. 그보다 더 정확하게 유치권의 성립 여부를 확인하려면 직접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는데 관리인의 진술을 녹음하는 등 탐문조사가 필요하다. 이렇게 철저하게 조사해야 하는 이유는 위장 유치권자가 많기 때문이다.
위장 유치권이란 해당 물건에 발생한 채권이 아닌데 채권이 그 물건으로부터 발생한 것처럼 꾸미거나 채권액을 부풀리는 것을 말한다. 유치권자 중 절반 이상이 위장 유치권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래도 돈이 되는 부동산이 걸린 일이니 속이고자 하는 사람으로서는 못할 짓이 없기 때문.
가령 공사를 하지 않고 한 것처럼 꾸미거나 공사비가 1억원 들었는데 5억원이 든 것처럼 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허위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공사도급계약서, 시방서, 설계도면, 세금계산서 등 서류가 유치권 권리신고서에 포함됐는지 살피는 것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수집해야 한다.
이처럼 반증을 확보해 소송에서 주장을 뒤집을 수 있지만 때로는 대화를 통해 타협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소송에 휘말리면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 낙찰 받은 물건을 내버려둬야 해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대항력과 확정일자의 개념도 확실히 익혀둬야 한다. 대항력이란 주택·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건물을 매수한 사람이 기존 임차인이 누리던 권리나 보증금에 대해 양도인의 지위를 승계하고 임차인이 새로 매수한 사람에게 권리나 보증금의 유효성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대항력을 가지려면 주민등록의 이전, 주택의 인도라는 조건을 갖춰야 하고 말소기준권리 이전에 이 요건을 충족하면 대항력을 갖게 된다.
확정일자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주민등록전입신고를 하고 실제 거주하면서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인을 받으면 등기된 것과 같은 우선변제권, 즉 물권적 효력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이런 세입자와 관련한 권리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위에서 말했듯 의도적으로 속이려고 기획만 엿보는 이른바 ‘상습범’이 많아서다.
위장임차인도 조심해야 하는데 위장임차인이란 허위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임차인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은 보증금의 일정 부분을 변제 받고 이사비를 뜯어내거나 소유자와 짜고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낙찰 받으려는 목적으로 임차인 행세를 한다. 이 역시 명도소송을 제기해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허위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 타협을 유도하는 게 유리하다. 때로는 형사고소도 고려해 볼 수 있다.
3. 수익분석은 제대로
“낙찰 한 건에 집착하면 안 돼”경매에 투자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부동산을 싼값에 낙찰 받아 비싼 값에 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것 아닌가. 즉,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다. 입찰 전에 시세차익이 얼마나 될지 분석해봐야 한다. 10건을 낙찰 받아 이익을 1000만원밖에 못 냈다면 1건을 낙찰 받아 1억원을 버는 게 더 낫다.
그만큼 시세차익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5억원에 경매에 나온 물건이 현 시세가 6억5000만원이라면? 그렇다. 5억원보다 입찰가를 더 높게 쓰더라도 낙찰 받는 게 유리하다. 권리분석을 잘못하거나 물건에 흠이 있거나 낙찰 받은 물건을 되팔 때 비용을 너무 많이 쓰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수선, 수수료, 리모델링 비용 같은 생각지 못한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낙찰가가 낮아도 수익성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잊지 말자. 목적은 낙찰 받는 게 아니라 수익을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상권이 있는 상가를 싸게 낙찰 받았다. 과연 지료(토지 사용의 대가)와 관리비를 내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그래서 대지 지분이 없는 상가는 주의해서 투자해야 한다. 물론 경기가 좋을 때는 주변 환경에 관계없이 절로 수익이 난다. 하지만 경기 침체기에는 절대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실제 거주할 목적이 아니라면 시세가에 거의 가까운 낙찰가로 낙찰 받는 것은 시세차익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낙찰 한 건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쓸데없는 승부욕을 버리라는 얘기다. 경매 물건은 얼마든지 있으므로 다른 입찰자가 훨씬 높은 가격으로 응찰했으면 바로 포기하는 것이 자신과 투자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4. 자금 확보는 미리미리
“비용의 20~30%는 내 손에 있어야”응찰하기 전에 응찰가부터 매도가까지 계획을 세워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금 계획이다. 최소 총 비용의 20~30%는 미리 준비해 놓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경락잔금 대출 규모가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 또 치러야 하는 잔금이 처음보다 늘어날 수 있어 딱 맞게 준비하면 위험하다.
간혹 빌려준 돈을 경락잔금 최종일에 받아서 치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한마디로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다. 잔금 납부기한을 넘기면 입찰보증금을 떼이거나 소유권을 잃어버릴 수 있으므로 꼭 미리 자금을 확보해 놓는다. 낙찰자가 잔금을 내지 않으면 재경매에 부쳐지는데 재경매 날짜 3일 전까지 재경매 비용, 잔금, 연체이자를 내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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