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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고공행진 속 ‘묻지마 투자’ 경계령

수익 고공행진 속 ‘묻지마 투자’ 경계령

‘핫 핸드(Hot Hand)’ 오류는 어떤 농구선수가 계속 골을 넣으면 그 선수가 다음에도 골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예측하는 성향을 말한다. 핫 핸드란 연속적으로 골을 넣는 선수를 가리키는 말. 하지만 이전에 골을 넣었다는 사실만으로 앞으로 계속 그럴 것이라고 확신할 순 없다.

펀드 투자자들이 높은 관심을 갖는 펀드는 주로 최근에 수익률이 많이 오른 펀드다. 이는 최근의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 때문인데 이런 오류가 자칫 장기적인 자산관리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러시아펀드 1689억원 자금 늘어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0월 19일 기준 연초 대비 평균수익률이 러시아펀드 112.64%, 브라질펀드는 115.91%에 달한다. 연초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10개월여 만에 2000만원이 된 셈이다. 마땅히 투자할 만한 곳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눈길을 ‘확’ 끄는 수익률이다.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들 러시아·브라질 펀드에 몰리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데도 러시아·브라질 펀드는 자금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3개월간 러시아펀드와 브라질펀드에 각각 1689억원, 18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에서 무려 1조2806억원이 빠져나갔으며 국내 투자자가 많이 투자하는 중국펀드와 인도펀드에서는 각각 2085억원, 568억원이 유출됐다. 이처럼 두 나라가 고공행진을 하는 데는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 크다. 이들 두 나라의 증시에서 에너지와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훌쩍 뛰어넘는다.

러시아는 원유 등 원자재와 관련 있는 에너지·원자재 업종 비중이 각각 54%, 16%를 차지한다. 결국 ‘유가 상승=러시아 주가 상승’이라고 할 만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러시아 증시가 지난해 여름 폭락한 점도 급등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최근 급격한 주가 상승에도 이제 5년 평균 수준으로 러시아 증시가 제값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는 것. 주가 상승과 반대로 경기 침체 국면은 정점에 달하는 모습이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8.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원유 수요 감소 등으로 올해 2분기 GDP 성장률은 -10.9%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가 경기 회복에 우선순위를 두고 당분간 경기 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4개 국가 중 최근 3년간 주가 변동성이 가장 안정적인 브라질 역시 에너지와 원자재 비중이 크다.

브라질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인 기업은 석유회사인 페트로 브라스, 2위는 철강업체인 발레두 히우도시로 각각 18%, 16%를 차지한다. 전체 주식시장에서 에너지·원자재 업종의 비중은 51% 수준으로 세계적인 원유, 철광석 등 상품 가격의 상승세가 브라질 기업의 실적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게다가 브라질은 경기 침체의 정점에 있는 러시아와는 다른 입장이다. 2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9% 성장하면서 침체 국면에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 지역 넓을수록 투자 위험 낮아

또 올해 무디스가 두 차례 신용등급을 높이면서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모두 투자적격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4년에 월드컵을, 2016년에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기로 결정돼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다만 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했다는 점과 급격한 금리 인하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등 부정적인 변수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도 두 나라의 주가가 오를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정확하게 알 순 없다. 2010년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으로 이어질지, 혹은 더블딥(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 양상으로 변해갈지 전문가마다 전망이 엇갈린다. 단순히 과거 수익률만 보고 덥석 뛰어들었다가는 지난 경제위기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알려진 대로 러시아펀드는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80%의 수익률로 투자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따라서 종합적인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러시아·브라질 펀드는 특정 국가 펀드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투자 위험 역시 매우 높다.

해외펀드는 투자지역을 기준으로 전 세계 주식에 골고루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형’, 특정 지역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지역 투자형’ 펀드로 나뉜다. 투자 지역이 넓을수록 투자위험은 낮아진다.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투자위험이 낮은 펀드부터 가입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또 해외펀드 투자는 한 가지만 보고 결정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설사 높은 성과를 올렸다 하더라도 이는 운이 좋아서일 뿐 결코 바람직한 투자라고 할 수 없다. 우선 해외펀드 투자의 비중, 투자 시기, 구체적인 펀드상품의 선정, 투자 후 성과평가 등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해외펀드 투자에 앞서 개인자산 전체에 대한 자산배분을 정해야 한다. 개인자산을 주식, 채권, 부동산, 현금자산으로 구분하고 각 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먼저 결정한다. 축구에서 공격수와 미드필드, 수비수의 수를 미리 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나서 주식의 경우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채권의 경우 국내채권과 해외채권으로 구분해 투자비중을 추가로 세분화한다.

이 과정에서 해외투자의 비중을 결정하고 나면 비로소 해외펀드를 선택하는 과정으로 넘어가게 된다. 물론 자산배분을 정하는 과정에서 투자위험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런 결정은 투자자 혼자 하기보다 펀드판매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단순히 많이 올랐다고 투자했다간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엄격한 투자설계를 한 뒤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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