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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면 걸린다! 온통 ‘개점 휴업’

모이면 걸린다! 온통 ‘개점 휴업’

신종플루가 이미 사람을 넘어 경제에 치명적인 병이 되고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개점휴업’이고, 기업활동에도 큰 제약을 주고 있다. 국가경제를 후퇴시킬 수도 있는 신종플루의 파괴력을 현장에서 알아봤다.

신종플루의 국내 감염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지난 10월 29일 하루 동안 신종플루 감염이 확인된 사람이 9766명으로 지금까지 누적 감염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신종플루는 사람의 건강뿐 아니라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 등을 가족으로 둔 소비자들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되도록 가지 않으려 하는 바람에 여행업계를 비롯해 학원, 음식점, 영화관, 유통업체 등 서비스업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우선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교육계다. 지난달 29일 기준 신종플루로 인해 휴교 조치를 내린 학교는 유치원 46개, 초등학교 164개, 중학교 64개, 고등학교 25개, 특수학교 9개 등 전국적으로 311개다. 학교뿐 아니다. 학생이 많이 모이는 학원도 문을 닫는 곳이 급속히 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을 집계한 결과 지난달 28일 현재 임시 휴원 중인 학원 수는 전국적으로 총 333곳으로 지난달 21일 집계(135곳)와 비교해 일주일 만에 배 이상 늘어났다. 현재 휴원하고 있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문을 닫았던 학원의 누계는 총 1424곳으로 집계됐다.

신종플루가 학교를 중심으로 학생들 사이에 급속히 번져 나가면서 학원뿐 아니라 교육 관련 사업은 사실상 신종플루 영향권에 들고 있다. 우선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학교급식 납품업체들이다. 전국 학교에 급식재료를 납품하는 한 업체는 지난달 19일부터 주문 취소가 잇따르더니 26일부터는 급속히 휴교하는 학교가 증가해 영업손실을 빚고 있다.

평소 한두 건에 불과하던 주문 취소가 신종플루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최근 들어 하루 평균 20건 이상 잇따르고 있는 것. 이 회사 관계자는 “음식 재료의 특성상 선주문을 받아 학교에 납품하는데 갑작스레 신종플루를 이유로 휴업하는 학교가 늘면서 주문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사교육산업도 신종플루 영향권에서 비틀가을 막바지에 들며 수학여행 단체손님을 예약해 뒀던 숙박업체와 관광버스 업계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수학여행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지방의 숙박업소 및 리조트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리조트 업체인 D사의 경우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예정됐던 수학여행 예약 중 취소율이 90%에 달하며 일반 단체 예약도 10% 정도 취소됐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개인 회원들의 주말 예약은 아직까지 큰 변동이 없지만 중·고등학생들의 수학여행 취소로 영업 손실이 크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학원 역시 학부모들이 꺼리고 있어 신종플루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한 보습학원 관계자는 “11월 수강생 모집은 평소와 큰 차이 없이 이뤄지고 있지만 집단 휴교 조치가 취해지면 학원도 휴원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이 얼마나 악화될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 교육업체는 학교와 학원을 꺼리는 학생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신종플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한 인터넷 교육업체 간부는 “신종플루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 10일 이후 신규회원 가입자 수가 급격히 증가해 전년동기 대비 7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수능을 열흘 정도 앞둔 시점이라 학원 등이 집단 휴원할 경우 인터넷 교육업체의 수강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신종플루로 학원가에 찬바람이 불면서 교육관련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이는 실제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교육서비스업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0.1% 감소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분기(―0.3%)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교육서비스업은 지난해 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1.7% 성장한 뒤 올해 1분기 1.5%, 2분기 1.0% 등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나 홀로 강세’를 이어간 분야다. 교육서비스업이 3분기에 갑자기 침체된 데는 ‘학파라치’ 도입 등 정부의 사교육 규제 효과가 컸지만 신종플루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신종플루 영향의 폭을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기피함에 따라 학원을 비롯해 음식숙박업, 여행업 등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 외에도 일반 여행과 숙박업 등은 단체 고객들의 예약 취소가 속출하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올 들어 환율과 신종플루의 여파로 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가 추석 이후 다소 회복세를 보였는데 지난 주말부터 갑자기 상황이 악화되면서 해외여행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모두투어의 한옥민 전무는 “9월 이후 해외여행을 떠난 고객이 예년의 50% 수준”이라며 “미국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지난 주말 이후부터는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국내여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여름철까지만 해도 국내 신종플루의 유행 정도가 해외에 비해 크지 않아 해외여행 취소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었는데 10월 중순 이후 국내 전염이 본격화되면서 국내여행 취소율도 동반상승하고 있다.

국내 상품을 취급하는 한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단풍철은 국내 여행사들의 호황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주 들어 단체 고객들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관광버스와 음식점·숙박 등의 취소로 연결돼 회사가 위약금까지 물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놀이공원 역시 9~10월 입장객 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20~30%가량 줄어들었다.

놀이공원의 한 관계자는 “9~10월은 학생 단체 성수기인데 8월 첫 사망자 발생, 행정안전부의 각 학교 수학여행 및 체험학습 자제 요청 등으로 예약 자체가 지난해 수준에 못 미쳤다”며 “신종플루 확산이 지속되면 수능 이후 수험생 단체 소풍이나 크리스마스 시즌 특수까지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해외 이어 국내 여행산업도 위축 추세백화점 문화센터의 어린이 강좌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롯데백화점 수도권 주요 점포들이 가을 시즌을 맞아 진행하고 있는 유아 및 아동강좌의 취소·환불 사례는 전년동기 대비 7%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점포에서 500여 개의 아동강좌를 운영하는 신세계백화점도 가을학기 아동강좌의 취소율이 5% 수준에 달하고 있다.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처음 발생했던 지난 추석연휴 전후에는 강좌 취소율이 7~10%대로 높아지기도 했다. 반면 신종플루 확산의 최대 수혜업종은 제약업계다. 국내 유일의 백신 제조업체인 녹십자는 계절독감과 신종플루 백신 등의 생산실적이 더해지면서 매출목표를 당초 61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이 덕분에 제약업계 5위 수준이던 녹십자는 올해 2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이며 주가 역시 신종플루 본격 확산 이후 2배 이상 올랐다. 녹십자 측은 “내년 초까지 신종플루 생산예정 물량은 3200만 도즈(1회 분량)로 도즈당 8000원으로 계산 시 2560억원 정도의 신규 매출이 발생한다”며 “신종플루를 계기로 국내외에서 ‘한국의 유일한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기업’으로 확실하게 부각됐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는 신종플루로 일단 수혜를 보고 있다. 특히 온라인쇼핑몰에서는 감기부터 조심하자는 고객이 몰려들면서 유·아동 및 임산부들을 위한 내복, 수면양말 등 실내용 보온용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G마켓에서는 신종플루로 인한 두 번째 어린이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달 16일 이후 열흘간 아동 내의 판매건수가 총 7만여 건에 달해 전년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또 수면양말과 조끼 등 아동용 숙면 도우미 상품도 같은 기간 전년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만여 건이 팔렸다. 신종플루에 대한 임산부들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보온효과가 뛰어난 임산부 내의 역시 지난해보다 66%가량 판매가 늘었다. 박지은 G마켓 유아동패션팀장은 “유아 내복상품은 보통 11월 중순 이후가 성수기지만 올해는 신종플루 여파로 10월 중순부터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는 신종플루 예방을 위한 위생용품 판매가 다시 불붙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신종플루 사망자가 속출하기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손세정제와 마스크 매출이 전주 대비 각각 89.4%, 122.1%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경우 신장률은 무려 1124.1%와 1416%에 달한다. 체온계 매출도 전주 대비 131.2%, 전년동기 대비 2767.3%나 치솟았다.



발열체크장치 설치이런 흐름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분기 보건 및 사회복지 GDP는 전년동기 대비 8.8%나 급증했다. 서비스업 전체가 1년 동안 0.8%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보건 부문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병원을 찾거나 신종플루 관련 예방상품을 구매한 사람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경제현장과 별도로 기업들도 신종플루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자체 방역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임직원 및 가족 간의 감염을 막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서울 서초동 사옥을 포함한 각 사업장에 고열 환자를 감지할 수 있는 열영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건물 입구에서 신종플루 의심환자를 가려내고 있다.

포스코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는 물론 주력 사업장인 포항과 광양 제철소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발열 체크장치를 설치해 이상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기업들은 또 해외출장 대상자의 경우 발열 등 건강점검을 실시해 발열 증상 등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출장을 허용하지 않고 정상인 사람들에게는 구급약 등을 출장 시 반드시 챙기도록 지시하고 있다.

해외 현장이 많은 건설업계도 신종플루 예방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GS건설은 9월 중순부터 신종플루 확산에 대비해 본사 21층에 사내 비상대책위원회 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상황실에서는 임직원들과 협력업체 근로자, 발주처 직원 및 가족들의 신종플루 발생 여부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만일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보고체계를 갖춰 추가 피해가 없도록 대응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신종플루 유행 이후 해외근무자나 출장자가 귀국할 경우 본사 의무실에 먼저 들러 신종플루 검진을 실시하도록 지침을 정했다. 검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열흘간은 휴대전화 등으로 직원의 활동경로를 추적 관리한다. 롯데는 직원 중에 신종플루 감염 의심자가 있을 경우 최장 7일간 재택근무를 하면서 병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한 뒤, 감염자로 확진될 경우 완치될 때까지 재택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신세계는 직원들이 해외 출장 때 신종플루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출장 후 귀국 시 병원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진단서를 받아 제출해야 출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본인이나 가족이 신종플루에 감염됐을 때는 즉각 회사에 보고하고, 신종플루에 감염됐다면 완치 때까지 유급휴가 개념으로 집에 쉬도록 하고 있다. 또 많은 승객을 상대하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는 체계적인 감염 예방 및 기내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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