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경영으로 일군 강소기업
특허경영으로 일군 강소기업
혈압계는 건강관리의 기본적인 의료기기다. 의료기관 및 공공기관, 휴게시설, 건강관리시설 등 어느 곳에서나 자동혈압계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사용법 또한 간단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우리는 이렇게 매일 혈압 측정을 통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때론 예방도 한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혈압이 높은 것이 병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당장은 통증이나 이상징후가 없더라도 혈압이 정상범위에서 조절되지 않는다면 뇌혈관이나 심장혈관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안다.
이러한 예방의학과 의식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곳이 바로 자원메디칼이다. 경북 경산에 위치하고 있는 이 회사는 1993년 자동혈압계를 만들면서 출발했다. 현재 국내 혈압계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4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혈압계 시장 90% 차지박원희(58) 대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우리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료의학이 아닌 예방의학을 위해 꾸준한 기술개발로 미래지향적인 진단 의료기기 제조업체로서 세계적인 입지를 굳히겠다”고 말했다.
혈압계는 박 대표의 예방의학에 대한 철학이 반영된 제품이다. 규모는 작지만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원메디칼은 자동혈압계뿐 아니라 체성분분석기 시장도 석권하고 있다. 2005년에는 체성분분석기로 기술정밀 분야에서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이는 체성분 분야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수상이다.
자원메디칼의 성공비결은 박 대표의 특허경영에 있다. 박 대표는 “특허는 돈이자 곧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덩치가 작은 기업이 글로벌 기업들과 맞설 수 있는 최고의 경쟁력은 바로 기술자산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특허를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높은 수익을 창출해내는 기업의 핵심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원메디칼은 제품 개발 전 특허 출원을 우선으로 한다. 박 대표는 직접 특허 관련 분야를 꼼꼼하게 챙기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는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 왔다.
박 대표는 국내 무분별한 의료복합단지 개발에 일침을 가했다. 이는 특허관리의 취약점과 제대로 갖추지 못한 특허전략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그는 “단지만 조성하고 무엇을 만들 거란 실체가 없는 것에 의료기기 제조업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며 “미국, 유럽과 같은 의료기기산업 강대국의 특허 우선 출원은 이들이 대부분의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정부 지원하에 특허만을 전문으로 출원하는 단체들이 많다. 박 대표는 “의료복합단지 이전에 특허단지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사업인 만큼 보여주기식 사업보다는 특허를 위한 단지 조성과 관련 인프라 구축, 그 다음 단지를 조성하는 순서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국내 의료기기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이 대부분 모방과 원천기술 특허에 묶여 로열티를 지불하는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의료기기 시장에도 진출자원메디칼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2001년 일본에서 의료기기 제조공장 허가를 획득했다. 2008년에는 일본 현지법인 공장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갖추기 위해 증축했다. 대부분의 국내 중소기업이 중국, 동남아로 진출할 때 자원메디칼은 국내 최초로 일본에 의료기기 회사 OWA메디칼을 설립한 것이다. 그가 설립한 OWA메디칼은 현재 일본의 병·의원, 스포츠센터과 자위대 등 주요 국가기관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는 신용과 신뢰를 목숨처럼 여긴 박 대표의 경영철학이 이뤄낸 성과다.
손해도 많이 봤다는 그는 그러나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단다. “단기간의 성공을 보고 설립한 회사가 아닙니다. 우리의 경험이 후배들이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사명으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자원메디칼의 이러한 경쟁력은 바로 ‘사람’에 있었다. 자원메디칼은 100여 명의 직원 중 80% 이상이 10년 이상의 장기근무자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것은 인간이고, 세상에서 가장 적은 것은 바로 인재라는 말이 있죠. 자원메디칼은 인재들로 구성된 기업입니다.”
박 대표의 이러한 성공적인 경영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그는 ‘스피드’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스피드광이다. 경산상공회의소 회장 등 지역의 크고 작은 단체활동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와중에도 박 대표는 일주일에 하루는 시간을 내어 자신의 애마 아우디 R8로 스피드를 즐긴다. 스포츠카에서 울리는 굉음소리가 커질수록 자원메디칼의 세계 일류기업으로의 비전 실현이 한 걸음 더 가까워 질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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