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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등’이 세계 일등

‘한국 일등’이 세계 일등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월 러시아에서 열린 ‘세계일류 한국상품전’을 둘러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월 러시아에서 열린 ‘세계일류 한국상품전’을 둘러보고 있다.

고려인삼, 조립식 화장실, 내화금고, 터지지 않는 부탄가스, 오토바이용 헬멧….

이들의 공통점은? 우리 기업들이 내놓은 ‘일등상품’들이다. 그것도 국내를 넘어서 세계무대에서다. 올해로 10년째 매년 지식경제부가 선정한 ‘세계일류상품’ 이야기다.

세계일류상품은 지경부가 2001년부터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상품 인증·지원 제도다.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발굴해 세계시장에 알리고 이를 생산하는 기업을 밀어줘 수출 시장을 확대하려는 목적이다.

선정 상품에는 정부 인증 마크를 쓸 수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 5% 이상—5위 이내’를 충족시키면서 ‘연간 세계시장 규모 5000만 달러 이상’ 또는 ‘연간 수출규모 500만 달러 이상’인 제품 가운데 뽑는다.

부문은 두 가지다. 현재 세계 점유율 5위권 내에 있는 ‘현재 세계일류상품’과 앞으로 5년 이내에 세계 점유율 5위권 내로 진입할 가능성이 보이는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이다.

지난 10년간의 성적표를 보면, 첫해인 2001년에는 세계일류상품이 120개 품목이었다. 그 수가 10년 만에 553개로 늘었다. 올해에도 58개 상품이 새로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았다. 이 가운데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품목은 119개에 이른다.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된 기업엔 기술개발부터 해외 홍보까지 정부 기관이 직접 나서서 종합 지원을 해준다. 산업기술평가원에서는 기술개발 지원을, 금융기관에선 보증한도나 신용대출 우대를 받을 수 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선 해외 전문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세계일류상품 전시회를 여는 등 해외홍보에 주력한다. 2010년 5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 앞의 마네쥐 전시장에서 ‘모스크바 세계일류 한국 상품전’을 열었다.

한국생산성본부에서는 상품 선정을 총괄한다. 또 선정 뒤 우수사례를 발굴하거나 일류상품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등 사후 관리까지 챙긴다.

가장 중요한 단계랄 수 있는 상품선정 과정은 만만치 않다. 기업이나 단체에서 신청을 하면 업종별 간사기관에서 추천위원회에 상정을 하고 이 중 추천된 상품을 일류상품발전심의위원회가 심의해 최종 선정한다.

현재일류상품은 선정 후 1년, 차세대일류상품은 선정 후 3년이 지나면 다시 자격심사를 거쳐 인증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한번 선정됐다고 해서 안주하지 않고 계속 기술개발과 시장 확대에 노력하도록 기업에 동기부여를 하려는 취지다.

지난 10년 동안 자격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한 상품만도 현재일류상품 198개, 차세대일류상품 122개나 된다. 그만큼 ‘일등’ 자격을 유지하기가 녹록지 않다.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게 되면 중소기업들로서는 큰 날개를 다는 격이다. 세계시장에 자사 브랜드의 이름을 알릴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되고, 국내시장에선 ‘정부인증업체’라는 ‘훈장’을 달게 돼 도움이 된다고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말한다. 현재 세계일류상품 인증 상품 553개 중에서도 중소기업 제품(359개)이 대기업 제품(183개)보다 더 많다.

중소기업인 ‘대륙제관’은 올해 처음으로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았다. ‘터지지 않는 부탄가스’로 알려진 맥스를 생산하는 업체다.

▎(왼쪽부터)지난해 7월 7~9일 러시아 바르샤바 문화과학궁전에서 열린 ‘세계일류 한국상품전’. 세계일류상품 기업, 수출기업 55개사가 참여한 이 전시회에는 유럽지역 바이어 1000여 개사가 초청됐다.‘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은 대륙제관의 부탄가스.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은 선일금고의 내화금고.

▎(왼쪽부터)지난해 7월 7~9일 러시아 바르샤바 문화과학궁전에서 열린 ‘세계일류 한국상품전’. 세계일류상품 기업, 수출기업 55개사가 참여한 이 전시회에는 유럽지역 바이어 1000여 개사가 초청됐다.‘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은 대륙제관의 부탄가스.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은 선일금고의 내화금고.

이 회사 홍보팀의 사정환 과장은 “재정적인 지원도 무시 못하지만 정부가 인증한 상품이라는 브랜드 효과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수출 확대뿐 아니라 국내 소비자에게도 제품 신뢰도가 올라 내수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효과를 본 업체도 있다. 화재에 강한 내화금고를 생산하는 ‘선일금고’의 경우다. 선일금고는 2005년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았다.

이 회사 홍보팀의 권영석 대리는 지난해 한 TV홈쇼핑에서 금고를 판매할 때 “효과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홈쇼핑 업체와 계약을 할 때는 물론 방송에서도 정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해 2회 방송에 500대를 팔아 목표 판매량을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회사 매출도 2005년 연 1500만 달러에서 2008년에는 약 2500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며 “기업 고객뿐 아니라 개인 고객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경부 무역진흥과의 김상곤 사무관은 “중소기업 중에는 우수한 상품을 생산하고도 재정 부족이나 홍보 시스템이 미흡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많다”며 “세계일류상품 지원제도가 특히 중소기업들에는 이름을 알리고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이들 대기업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가장 많은 일류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가스절연개폐기(GIS), 선박 냉동컨테이너 전력공급반을 새로 인증받아 모두 31개 세계일류상품을 보유하게 됐다. 이 가운데 15개 제품은 세계시장에서도 1위다.

그 밖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메모리 반도체, 대상F&F의 김치, 한국인삼공사의 고려인삼 등 183개 제품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로 세계일류상품 시행 10돌을 맞은 지경부는 내년부터 지원제도를 더 늘리기로 했다. 박영준 차관은 12월 7일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 인증서 수여식에서 “내년부터는 ‘세계일류 한국상품전’을 연 1회에서 2회로 확대하고 중소·중견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맞춤형 사업인 월드챔프 사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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