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프로젝트 지휘자 >> '美 시스코 S+CC 사업 부문 등 새 투자자 곧 발표'
송도 프로젝트 지휘자 >> '美 시스코 S+CC 사업 부문 등 새 투자자 곧 발표'
텅 빈 땅을 보며 머릿속으로 마천루를 그릴 줄 알아야 하는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자)는 훌륭한 스토리텔러다. 스탠 게일(61) 게일인터내셔널 회장도 그랬다. 10년 전 수심이 최대 4.6m였던 바다 위에 미래의 도시 송도를 그려냈던 그를 3월 21일 송도 게일인터내셔널 본사에서 만났다.
한때 바다였던 이 회사 본사 회의실 한쪽 벽에는 뉴욕타임스 1면이 걸려 있었다. 미군을 촬영한 흑백사진 위로 포항에서 반격을 준비 중이라는 헤드라인이 보였다.
- 몇 십 년은 돼 보이는 뉴욕타임스 1면인데, 부친 얘기가 실려 있나?
“내가 1950년 9월 6일 태어났다. 한국전쟁이 벌어진 해다. 내가 자란 뉴욕에서는 ‘당신이 태어난 해의 뉴욕타임스 1면이 당신의 미래’라는 말이 있다. 처음 송도 프로젝트에 관해 들었을 때 왜 내게 온 것일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신문의 발행일을 가리키며) 저 날 이후 9일 만에 월미도와 송도 지역에서 인천상륙작전이 시작됐다. 사진이 찍힌 곳은 포항이다. 내 파트너인 포스코가 있는 곳 아닌가.”
“병원 설립 계획도 곧 발표할 것”- 송도국제도시가 삼성이 투자를 결정한 후 많이 거론되고 있다. 오랜 기간 준비해온 프로젝트에 다시 봄바람이 불고 있는 셈인데 소감은 어떤가?
“삼성 투자는 무척 기쁜 일이다. 송도 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2001년이다. 4~5년 동안 청사진을 만들었고 실제 공사가 시작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제 제대로 뭔가가 보이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 도널드 트럼프와 3년 전 인터뷰했다. 한국에 관심이 많았고, 과거 여의도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얘기를 한참 했다. 당신이나 트럼프 같은 국제적 디벨로퍼가 한국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2001년 정부 초청으로 한국에 처음 왔다. 이후 직접 경험한 한국과 한국인의 특징은 열정과 높은 교육수준 그리고 가족애다. 한국은 특히 최근 몇 십 년간 무척 뛰어난 성장을 해왔다. ‘한강의 기적’ 아닌가. 무엇보다 송도의 뛰어난 지리적 입지가 인상적이었다.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아시아 지역의 중심지다. 세계적 수준의 인천공항을 보면서 투자를 결정했다.”
- 국제적으로는 좋은 입지다. 그러나 서울과는 거리도 있고, 교통상황도 그다지 좋지 않다. 해결책을 찾고 있나?
“(게일 회장은 취재진이 강북에서 왔는지 물었다) 제3 경인고속도로가 개통돼 강남에서는 40분 정도 거리로 단축됐다. 많은 부분이 개선됐지만, 도로 상황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삼성도 강남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데 바이오메디컬 부문을 송도에 두는 이유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다만 강북은 아직 좀 번거로운 부분이 있지만, 생각만큼 멀진 않다.”
- 지난 10년간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몇 년 전부터 송도 주민으로 살고 있다. 내가 한국에 온 의도가 무엇이고 스탠 게일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한국 국민에게 잘 전달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처음에는 프로젝트를 잘하는 데만 몰두했다. 내 자신을 소개하는 부분은 잘 못한 것 같다. 나에 대한 의문도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감사원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이어진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 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오해에서 비롯됐는데, 이 또한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 송도의 컨셉트는 어떻게 이끌어냈나? 정확한 도시 개념을 설명해 달라.
“살기 좋은 도시,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보자는 컨셉트로 시작했다. 세계에서 뛰어난 도시의 장점을 모았다. 맨해튼의 센트럴파크는 뉴욕 시민이 사랑하는 곳이다. 이를 송도에 도입했다. 베니스의 운하도 적용했다. 무엇보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직장에서 일할 때와 여가시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시를 지향한다.”
- 도시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콤팩트 시티는 기업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 알려진 기업 외에 어떤 기업이 더 들어오게 되나?
“미래 성장을 준비하는 다국적기업이 송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라는 회사가 대표적이다. 오티스엘리베이터를 계열사로 뒀고 제트기 엔진, 헬리콥터 등을 만드는 기업인데 송도에 관심이 많다. 3M은 이미 이전을 결정했다. 우리가 3M이 입지할 만한 적당한 곳을 고르고 있다.”
- 한국 기업은 없나?
“얘기가 진행 중인 기업이 여러 곳 있다. 계약상 이름을 얘기해 줄 수는 없다. 금융기관에서 대기업까지 다양하다. 특히 삼성 투자 결정 이후 관심을 가지고 접촉을 시작한 곳도 많다.”
- 삼성 정도의 대규모 투자를 논의 중인 곳도 있나?
“삼성이 발표한 것과 무척 유사한 개발 컨셉트를 가지고 있는 곳이 있다. 삼성 규모의 다른 대기업도 투자를 고려 중이다. 삼성도 수도권에서 다른 곳을 알아봤지만 송도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삼성이 투자 결정을 하면서 송도에서 어떤 종류의 투자가 집행되면 상당한 세제혜택을 받게 되는지를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 대기업과 투자 유치 미팅을 할 때 송도의 어떤 점을 강조하나?
“입지와 접근성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15분 거리다. 한국 기업은 이제 다국적기업이다. 공항과의 입지가 중요하다. 직원들의 삶의 질도 얘기한다. 아직 발표는 안 했지만 곧 병원 설립을 발표할 것이다.”
- 뉴욕에서 3대째 사업을 해왔다. 뉴욕의 지인에게 송도를 추천해 실제로 온 경우가 있나?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이 있다. 시스코 본사는 캘리포니아지만 송도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됐을 때 나와의 친분으로 시스코가 투자를 결정했다. 곧 정식 발표될 예정인 기업 가운데 시스코의 최고 주력 사업인 S+CC (스마트 커넥티드 커뮤니티) 부문이 있다. 이 회사의 새로운 사업부문 본사가 송도로 올 예정이다. 수천 명의 고용창출이 이뤄질 것이다. 3M이나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도 나와의 친분으로 송도 투자를 결정했다.”
“나를 소개하는 데 그간 인색, 후회”- 당신은 송도에서 최근 몇 년간 거주했다. 당신 인생에서 송도는 어떤 의미인가?
“2001년 송도 투자를 결정하고 나서 당시 내 회사 중 한 곳을 매각해 이곳에 투자했다. 아시아가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사가 시작된 후 송도에서 거주하고 있다. 2016년까지 송도를 완성하려면 내가 현장에서 몸으로 겪어 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내가 한국을 떠난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는 유감이었다. 한국에서 부정적 기사를 접할 때마다 내가 송도 프로젝트와 내 자신을 좀 더 잘 설명하지 못했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송도라는 아름다운 도시를 한국민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 가족이나 친구의 반대는 없었나?
“송도 프로젝트는 내게는 무척 큰 변화였다. 다행히 96세인 아버지와 89세인 어머니는 여전히 건강하다. 내 아들은 중국 상하이에 살고 큰딸은 플로리다, 작은딸은 호주에 있다. 우리는 글로벌 패밀리다. 아이들이 한국에 자주 와 함께 만난다. 송도 프로젝트는 우리 가족이 글로벌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없나?
“처음과 지금이 달라진 것은 없다. 송도를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게 내 비전이다. 정부도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송도=한정연 기자 ja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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