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1조원 세계 환경시장을 잡아라
[Company] 1조원 세계 환경시장을 잡아라
환경부는 세계 환경시장 규모가 2008년 7800억 달러에서 2020년 1조90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잘나가는 삼성전자의 2020년 매출 목표가 4000억 달러다. 국내 환경기업으로선 매출을 올릴 여지가 많은 시장이다. 현실은 다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환경 관련 기업의 2009년 수출액은 2조5000억원에 그쳤다.
희망은 있다. 지난 5년 사이 수출증가율은 연평균 26%가 넘었다. 사업 여건도 좋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4월 28일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을 공포했다. 정부 차원에서 환경산업의 육성 근거를 마련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지원 근거를 만들었다. 기존 ‘환경기술 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이미 수출로 성과를 거둔 기업도 있다. 그린엔텍과 에코프론티어가 대표적이다. 그린엔텍은 수처리 전문 기업이다. 알제리에 수처리 시설을 수출했다. 이 회사는 환경부에서 시행한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을 2005년부터 4년간 수행했다. 에코프론티어는 신재생에너지 및 탄소배출권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세계 바이어를 대상으로 열린 환경기술 글로벌 비즈니스 설명회에서 맹활약했다.
우리나라는 전국 곳곳에 하수처리 시설을 갖추고 있다. 윤경(50) 그린엔텍 대표는 국내 하수처리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본다. 윤 대표는 “노후화된 시설을 교체하는 것 빼곤 별다른 수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체된 시장에서 살아남을 해법은 두 가지로 봤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과 물 재이용 시설 등 새로운 기술을 시장에 제시하는 것이다.
그린엔텍은 알제리의 정유시설 현대화 프로젝트인 스킥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린엔텍은 여기서 정수시설 시공을 맡았다. 설계대로 시공하면 그만이었다. 그린엔텍은 한발 더 나아갔다. 기존 하수처리 설계를 개선한 설계안을 제시했다. 효율이 좋을 뿐만 아니라 공사비도 더욱 저렴한 방식이었다. 윤 대표는 “우리 안을 받아들인 건 기술력을 인정한 것 아니겠느냐”며 활짝 웃었다. 이 폐수처리 시설은 5월 말 납품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전체 2조8000억원 규모다. 그린엔텍의 수주 규모는 약 210억원이다.
수처리 전문 그린엔텍그린엔텍은 이 밖에 중동지역 사우디 국영제철소 수처리 시설을 성공적으로 시공했다. 러시아 사할린의 정유시설 시공도 마쳤다. 현재 해외수주 매출 비중은 국내 대 해외가 3대7 정도다.
그린엔텍의 기술력은 단순 하수처리 이상이다. 충남 서산의 한 자동차공장은 무방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린엔텍이 3년 전 시공한 시설이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철제판이 들어오면 이를 세척하고 폐수가 생긴다. 철제판이 녹스는 걸 방지하기 위해 우지를 발라놓는데 이것을 씻어내야 한다. 이 물을 전량 재처리해 산업용수로 다시 공급한다. 환경업계에서는 폐수의 절반만 재처리해도 기술력을 인정받는데 그린엔텍에서는 전량 재처리한다.
이런 기술은 오랜 노하우가 쌓인 결과다. 그린엔텍은 이미 제철소 수처리 분야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제철소는 물을 가장 많이 쓰는 곳 중 하나다. 뜨거운 철판에 물을 부어 식히는 과정에서 폐수가 발생한다. 뜨거운 철과 물이 만나면서 물에 철이 섞인다. 그린엔텍은 시간당 1만t씩 나오는 물을 처리할 수 있어 규모 면에서도 경쟁업체에 밀리지 않는다.
그린엔텍은 4월 21일 지식경제부로부터 NET(New Excellent Technology)를 받았다. NET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기술에 주는 인증으로 IT분야 기업이나 대기업이 주로 받는다. 윤 대표는 “중소기업이 환경기술로 인증을 받은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260억원, 수주 400억원을 달성한 그린엔텍은 올해로 창사 2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웅진코웨이가 그린엔텍을 인수했다.
윤 대표는 “웅진의 일원이 되면서 재정적 안정감과 신뢰도가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해외 진출을 위해 전략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글로벌 수처리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에코프론티어는 신재생에너지 및 탄소배출권 전문기업이다. 일본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탄소배출권이 다시 화제가 됐다. 세계 각국이 안전성 문제로 원전 대신 석탄화력발전을 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탄소배출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탄소배출권 시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에코프론티어는 국내 최초로 해외 탄소배출권 사업을 따냈다. 2006년 이 회사는 중국 기업 차이나플루오르테크놀로지과 탄소배출제어 계약을 했다. 차이나플루오르테크놀로지는 에어컨 냉매를 생산하는 회사다. 에코프론티어는 에어컨 냉매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물질을 없애는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청정개발체제) 사업에 참가했다. CDM은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와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를 감축할 의무가 있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수행해 얻게 된 감축 실적을 자국의 감축량으로 인정받거나 개발도상국이 달성한 감축 실적을 감축 의무가 있는 선진국에 탄소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06년 후성과 손잡고 차이나플루오르테크놀로지에서 발생한 HFC(수소불화탄소)를 소각했다. HFC 1t은 이산화탄소 1만1700t 분량의 온실효과를 발생시킬 정도로 강력한 온실가스 물질이다. 에코프론티어가 감축한 HFC를 이산화탄소로 계산하니 모두 400만t이었다. 당시 구매 시세로 400여억원에 달했다. 에코프론티어는 탄소배출권 40만t을 획득했다.
탄소배출권 딴 에코프론티어1995년 출범한 에코프론티어는 10년간 녹색경영, 기후변화 등 환경컨설팅 분야에 주력했다. 정해봉(54) 대표는 “환경 컨설팅을 해주다 보니 탄소배출권 사업이야말로 블루오션 사업이라고 판단했다”며 탄소배출권 사업에 뛰어든 계기를 들려줬다. 규모가 작은 회사가 이 분야에 뛰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다. 정 대표는 컨설팅을 하며 차근차근 쌓아온 전문성을 믿었다. 이후 산업은행, 한국인프라자산운용 등과 손잡고 말레이시아, 중국, 태국, 필리핀에 진출했다. 현재까지 획득한 탄소배출권만 해도 2000만t에 이른다.
환경부 환경산업팀 박연재 과장은 “에코프론티어는 탄소배출권 분야를 실제 사업화한 국내 선두 기업”이라며 “앞으로도 CDM 분야를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도 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론티어의 회사명은 환경(Eco) 분야에서 개척자(Frontier)가 된다는 뜻이다.
에코프론티어는 2007년 환경전문컨설팅 기업 최초로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2007년엔 128억원, 2008년엔 137억원, 2009년엔 62억원, 2010년엔 7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미 확보한 탄소배출권 매출까지 합치면 2011년엔 150억원, 2012년엔 320억원, 2013년엔 31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본다. 영남대를 졸업하고 KAIST 경영과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정해봉 대표는 “선후배 5명과 시작한 사업치고는 결과가 좋지 않으냐”며 “앞으로도 탄소배출권 사업에 매진해 2020년엔 2000억원대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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