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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외국계 보험사 ‘Bye Korea’

[Business] 외국계 보험사 ‘Bye Korea’

독일계 보험사 에르고그룹이 한국 자회사인 에르고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에르고다음)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독일계 보험회사 에르고그룹이 한국에서 철수한다. 2008년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을 인수한 지 3년6개월 만에 회사를 내놓았다. 에르고다음은 인수 첫해인 2008년 285억원, 2009년 167억원, 2010년 388억원의 손실을 봤다. 누적 적자가 1000억원에 이른다. 지급여력 비율이 130%대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이 권고하는 150%를 맞추기 위해 에르고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715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결국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미국계 생명보험사 뉴욕생명도 올 초 AEC그룹에 간판을 넘기고 한국시장에 들어온 지 21년 만에 떠났다. 뉴욕생명은 2008년 733억원, 2009년 43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정 상품만 팔다가 적자 늘어자금력과 브랜드를 무기로 한국시장에 진출했던 외국계 보험사가 한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뉴욕생명과 에르고다음이 철수 결정을 내린 가운데 차티스손보는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티스손보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계획명령을 받았다.

외국계 보험사 가운데 손해보험사의 사정이 좀 더 열악한 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17개 외국계 손해보험사의 2010 회계연도 상반기(2010년 4~9월) 순이익은 344억원에 그쳤다. 악사다이렉트와 에르고다음의 적자 규모만도 281억원에 이르렀다.

수익에 악영향을 주는 손해율이 높아진 탓이 컸다. 2009년 상반기 77.1%였던 손해율은 1년 만에 85.7%로 8.6%포인트 올랐다. 에르고다음 관계자는 “국내 대형사는 장기손해보험과 자동차보험 등 여러 상품을 판매하지만 온라인 자동차보험은 특정 상품만 판매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외국계 생명보험사는 손해보험사보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다. 국내시장에는 현재 알리안츠, 메트라이프, 푸르덴셜, PCA, 에이스, ING, 카티프, 라이나, AIA 등 9개사가 진출해 있다. 이 중 알리안츠와 푸르덴셜, ING생명 등은 중형 보험사로 국내시장에서도 입지를 꽤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개 외국계 생명보험사가 거둬들인 수입보험료는 16조7947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20.7%를 차지했다. 보험사별 수입보험료는 ING생명이 4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메트라이프 2조9000억원, 알리안츠 2조8000억원 순이었다.

다만 이들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예전만 못하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2000년 처음으로 5%를 넘은 후 2007년 20%를 넘어서는 등 해마다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한때 23%였던 외국계 생명보험사의 시장 점유율은 2009년 20.8%로 떨어졌다.

은퇴, 변액, 종신보험 등을 앞세운 외국계 보험사의 진출로 국내 보험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1990년 후반 건강보험과 종신보험이 등장했다. 2001년부터는 투자 개념이 접목된 변액보험을 선보였다.

푸르덴셜생명은 2007년 상반기 85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당시 23개 보험사 중 4위였다. 삼성, 교보, 대한 등 국내 ‘빅3’를 제외하면 외국계 보험사로는 1위였다. 메트라이프생명이 처음 선보인 변액유니버설보험은 투자와 저축, 보험까지 아우르는 퓨전 상품의 전형으로 ‘보험도 저축’이라는 개념을 소비자에게 각인한 상품이었다.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아줌마가 보험설계사의 전부였던 국내시장에 대졸 남성 설계사를 처음 도입하며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들의 운명이 달라졌다. 본사가 도산 위기에 놓이면서 영업이 크게 위축됐다. AIA생명이 대표적이다. AIG그룹이 미국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아시아권 사업 부문을 AIA그룹으로 분리시켰다. 이름도 AIG에서 AIA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 외국계 금융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AIA라는 이름도 낯설어 신규 영업이 부진했다. 2009 회계연도 3분기 누적(2009년 4~12월) 341억원이었던 순익은 2010 회계연도 같은 기간에는 113억원에 그쳤다. AIA생명 관계자는 “금융위기 전 4%대였던 시장 점유율이 3%대로 떨어졌다”며 “AIA생명뿐만 아니라 외국계 보험사의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최대 금융사 ING그룹도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 받았다.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보험과 자산운용 부문을 그룹에서 완전히 분리한다.



모회사 투자 줄어 영업 위축ING생명은 2009년 기준으로 수입보험료 4조3939억원을 기록해 국내 시장점유율 5.7%를 차지하고 있다. 2008년 ING생명의 시장점유율은 6.3%였다. 수익성도 떨어지고 있다. 2009년 297억원이었던 영업수익은 279억원으로 줄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는 본사나 현지법인의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철수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상대적으로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보험사의 영업행태도 어려움을 겪는 배경 중 하나다. 설계사 조직에 힘을 쏟기보다 방카슈랑스나 텔레마케팅, 온라인 등의 채널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시장 특성에 맞추기보다 자신들의 고유한 판매정책을 고집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 상품의 특색이나 차별성이 없기 때문에 과거처럼 외국계 보험사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지 않다”며 “외국사도 외형 성장에 대한 속도를 늦추는 대신 유지율, 자산운용 수익률, 지급여력 관리 등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삼성, 교보, 대한생명 등 국내 대형 보험사의 점유율이 60%로 워낙 막강하다 보니 영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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