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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ORTS] 한류, ‘메이드 인 코리아’를 춤추게 하다

[EXPORTS] 한류, ‘메이드 인 코리아’를 춤추게 하다


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말하나? K-팝,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세계인들이 한국제 상품에 푹 빠졌다. 가히 ‘코리아 프리미엄’이라 할 만하다. 신흥시장에서 ‘경제 한류 붐’을 주도하는 생활용품 11개의 분투기.

“2010년 가장 기억에 남는 한류 뉴스는 무엇인가?”

지난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등 5개국에서 모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한류 핫 이슈 TOP 10’을 알아보려는 목적이었다. “아이돌 그룹, K-팝, 드라마”라고 가장 많이 답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가장 많은 사람이 “경제 한류 붐”을 꼽았기 때문이다(2위는 한국음식, 3위는 일본 내 K-팝 열풍, 그리고 10위는 의료관광 순이었다).

지난해 10월 관세청은 ‘국산 소비재 수출 동향’에서 한동안 자동차와 같은 내구소비재에 편중됐던 수출 품목이 생활용품, 화장품, 식품, 의류 등 비내구소비재로 다양화되는 추세라고 밝혔다(승용차, 휴대전화, 가전제품이 2010년 전체 소비재 수출의 약 74%를 차지했다). 지난 6월에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한류 열풍이 부는 국가의 한국산 소비재 수입이 더욱 두드러졌다.

초기 한류는 ‘겨울연가’ ‘대장금’ 등 드라마를 중심으로 중화권, 일본의 중·장년층에서 이뤄졌다. 그들은 승용차·가전제품 같은 내구소비재나 한국 문화를 보고 듣고 즐기면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 내의 드라마 촬영지를 직접 방문하는 등 관광에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의 K-팝이 일으킨 경제 한류는 동남아시아·중동·중남미 등에서 10~2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화장품·담배·음료와 같은 비내구소비재 구매율을 높였다[관세청은 올해 5대 수출 유망품목으로 화장품, 액세서리, 여성의류, 휴대전화, 기호품(과자, 음료, 담배)을, 코트라는 대(對)아세안 10대 유망수출 품목으로 석유제품에 이어 화장품을 꼽았다].

일본의 아줌마 세대에서 시작된 한류는 요즘 전 세계의 소녀 세대로 확산됐다. 그들은 한류 스타들이 즐겨 먹고 마시고 입는 ‘K-스타일 따라 하기’에 푹 빠졌다. 지난 6월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중화권 프리미엄 수출 상담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중국 유통업체 화룬완자(Vanguard)의 샤오링 구매총괄 부장은 “한국 연예인이 입는 옷, 바르고 나온 화장품, 먹는 음식을 곧바로 대형마트에 들러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김주연(경희대 국제관광연구소) 교수는 한류를 경험한 후 한국상품 구매 의사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알아보고자 지난해 11월 4개국(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들은 한국의 “화장품, 전자제품, 자동차” 순으로 구매 의사를 밝혔다. 여배우와 걸그룹 등 한국 여성의 미모가 주목 받으면서 화장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그들은 한국 대중가요 선호 이유로 첫째 ‘가수의 수려한 외모’를 꼽았다). 특히 베트남에서 구매 의사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화장품은 한류의 가장 큰 수혜 품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화장품 수출액은 2001년 96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억9900만 달러로 10년 새 6배 이상 늘었다. 화장품 수출은 지난해 태국에 4000만 달러 상당을 수출했다. 전년에 비해 211% 성장했다. 그 밖에도 베트남에선 129%, 말레이시아에선 166%, 필리핀에선 112%가 늘어나는 등 K-팝 열풍이 부는 동남아 지역에 한국제 화장품 붐이 인다. 국내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화장품의 위력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을 비롯해 유럽으로도 이어지길 기대한다.

농림수산식품의 수출액도 지난해 58억8000만 달러로 2009년 48억1000만 달러보다 22.3% 증가했다. 담배, 라면 등 10개 품목은 각각 1억 달러 이상을 수출했다. 국가별로는 중국 수출이 2009년보다 39.2% 증가한 7억8670만 달러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담배의 경우는 지난해 아프리카(524%)와 중남미(140%)에서 높은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한류 열풍이 부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국산 소비재 수출 실적도 크게 달라졌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관세청이 소비재 수출 증가율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한류국가군의 수출증대 효과가 월등히 높았다. 이라크는 2005년에 비해 지난해 7716%, 페루는 320%, 이란은 234% 증가했다. 이라크의 경우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과 ‘대장금’을 비롯한 한류 드라마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반면 비한류국가로 분류되는 베네수엘라와 인도의 수입은 오히려 줄어 각각 -84%와 -43%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류를 등에 업은 수출 실적은 중국, 러시아,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 등 신흥시장에서 큰 상승세를 탄다. 이들 신흥국가의 중산층은 생필품 소비를 넘어 ‘최소한의 사치’를 누리려는 신소비계층이 됐다. 통신과 미디어의 발달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접하면서 이들의 소비패턴은 점점 서구를 닮아 간다. 우리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대응해 저가제품이 아닌 프리미엄 제품으로 ‘기본’을 뛰어넘어 ‘기능’으로 신흥국가의 소비자를 공략한다. 중국의 대형마트 다룬파(RT-Mart)의 리춘더 구매총괄 부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져 값싼 제품 수요가 점점 줄어든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하송 연구원은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 파워가 생겼기 때문에 저가 제품보다는 가격에 걸맞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제품의 연구개발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뉴스위크 한국판은 최근 들어 신흥시장에서 ‘코리아 돌풍’을 일으키는 일반 소비재 제품 11개를 선정했다. 대상의 조미료, 도루코의 휴대용 면도기, 락앤락의 밀폐용기, 매일유업의 분유,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에뛰드 하우스의 화장품, LG생활건강의 치약, OB맥주, 유한 킴벌리의 아기 기저귀, KT&G의 담배, 한국야쿠르트의 컵라면 등이다(가나다순). 이들 기업은 한류 열풍이 불기 이전에 품질을 앞세워 해외로 진출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근 들어 한류 열풍을 타고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이들 제품은 어떤 판매전략으로 신흥시장 소비자의 눈에 들었을까? 그들의 전략을 살펴봤다.



1 삼바의 열기를 식힌다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메로나’(브라질)브라질 사람들은 한국의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다. 상파울루의 거리 곳곳엔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든 사람이 자주 보인다. 특히 아시아 거리 리베르다지의 식료품점이나 커피전문점에는 예외 없이 메로나 전용 냉동고가 있다.

메로나는 2008년 브라질에 상륙했다. 브라질 사람들이 한국에서 맛을 본 후 고국으로 돌아가 퍼트린 입소문이 수출로 이어졌다. 메로나는 브라질에서 원화로 쳐서 3000원 정도의 비싼 가격인데도 매달 수백만 개씩 팔린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메로나가 “1990년 한국에서 첫 출시된 이래 많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고 소개할 정도다.

브라질 사람들은 자신들의 식생활에 큰 변화를 불러온 외국 음식으로 일본의 ‘스시’를 꼽는다. 당초 그들은 날 생선을 “못 먹는” 음식으로 쳤지만 그 맛에 푹 빠졌다. 2008년 5월엔 브라질 국영TV EBC가 메로나 판매점을 찾았다. ‘MELONA’라는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세 명의 여성을 상대로 메로나의 맛과 인기 비결을 취재했다. 당시 방송리포터는 메로나가 ‘스시’처럼 브라질의 디저트와 기호식품 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도했다.

메로나는 텁텁한 우유 맛에 멜론 맛을 첨가한 상큼하고 풍부한 맛으로 해외 30개국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다. 다른 수출품목과 달리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맛의 변화를 주지도 않았다. 포장지만 다르지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맛이 똑같다. 다만 멜론 맛 이외에도 딸기,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 등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을 추가로 개발해 수출한다.

빙과류 유통에 걸림돌이 많지만 전량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현지 냉동차량업체와 계약을 맺고 수송을 하는데 차량 외부에 메로나를 크게 인쇄해 길거리 홍보도 겸한다. 수출 초기에는 샘플용 50박스(박스당 40개)를 싣고 남부 상파울루주에서 북서부 아마조나스주까지 보름 동안 2000km를 달려가기도 했다. 광활한 남미 대륙을 누비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열악한 물류체계와 현지 해운사의 부주의로 냉동고의 전선 코드가 뽑히는 바람에 싣고 간 아이스크림이 모두 녹아버리는 ‘사고’도 겪었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해외 시장은 급속히 커졌다. 2008년 35억원이던 매출이 2009년 50억원을 넘어 지난해 100억원을 돌파했다. 회사가 목표한 올해 수출액은 300억원. 국내 판매량 20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 4월 말 브라질 월마트에도 입점하기로 했지만 성화 때문에 한 달 앞당겨 제품을 보내줬다고 한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등 다른 도시의 월마트에서도 입점 요청이 쇄도하지만 원거리에 따른 물류장벽 때문에 다 물량을 대지 못할 처지다.



2 중동의 틈새시장 노렸다



KT&G의 ‘파인’ ‘에쎄’(중동·중앙아시아)
1990년대 중반 국내 담배시장은 외제담배의 잠식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시장 개척이 절실했다. 하지만 해외시장은 다국적 담배기업이 거의 장악했기 때문에 KT&G의 해외 진출은 가시밭길이었다. 그러나 선진국 시장보다는 소득수준은 낮지만 인구증가율과 흡연율이 높은 신흥시장에서 틈새시장을 찾아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은 담배 생산시설이 없어 흡연자 대부분이 수입품에 의존한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들 지역의 소비자들이 반미감정과 같은 정치·종교적인 문화 때문에 서방 기업들의 진출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KT&G는 이 지역을 주요 판매거점으로 삼아 그들이 선호하는 담배 맛과 디자인 등 전반적인 시장조사를 마치고 1999년 수출전용 제품인 ‘파인(PINE)’을 처음으로 출시했다. 수출품 담뱃잎은 주로 국산을 사용하지만 해외 소비자 입맛에 맞추고자 수입산을 조금씩 섞는다. 특히 국내에서 나오지 않는 오리엔트종 담뱃잎은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강한 맛을 좋아하는 중동과 중앙아시아 사람들을 겨냥해 만든 ‘파인’ 담배는 시판 초기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프가니스탄을 시작으로 판매 시장도 이라크,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확대해 갔다. 지난해엔 추가로 선보인 ‘에쎄(ESSE)’의 인기몰이가 더 커졌다. 그 밖에 ‘시마(CIMA)’ ‘제스트(ZEST)’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해 글로벌 담배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

KT&G는 현재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40여 개 나라에 한국산 담배를 수출한다. 지난해 수출실적은 5억3000만 달러(수량으로 394억 개비이며 그중 중동과 아시아에 300억 개비를 판매한다). 이는 KT&G의 총 담배 생산량(923억 개비)의 43%에 해당한다.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서 해외공장 건설에도 박차를 가했다. 2008년 터키에 첫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2009년엔 이란(이란 전매청과 현지합작), 2010년에는 CIS 국가와 러시아 시장을 공략할 생각으로 러시아에 공장을 건립했다.



3 시베리아 철도여행의 필수품

한국야쿠르트의 컵라면 ‘도시락’(러시아)
러시아 사람들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탈 때나 주말농장에 갈 때 꼭 준비해 가는 음식이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생산하는 컵라면 ‘도시락’이다. 1986년 출시된 이 도시락은 부산항을 드나들던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이 대량 구입해 현지에서 판매하면서 러시아에 알려졌다. 출시 5년 뒤인 1991년 러시아에 처음으로 2만1000박스를 수출했지만 90년대 중반까지 판매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러시아 수입상들이 부산에서 직접 들여가는 물량이 연간 100억원(1996년)에 이를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

‘도시락’이 러시아인이 즐겨 먹는 국민음식으로 자리 잡는 데는 한국야쿠르트의 특별한 전략이 있었다. 바로 한국인의 ‘의리’다. 한국야쿠르트가 러시아에 본격적인 수출을 시작한 때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사업소를 개설한 1997년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년 뒤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바람에 철수 위기를 맞았다. 한국야쿠르트는 다른 한국기업과는 달리 법인 철수 없이 러시아 시장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오히려 국내시장 매출감소를 러시아 시장의 매출을 통해 메울 작정이었다. 큰 모험이었지만 러시아 소비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한국야쿠르트 러시아 현지법인의 매출은 1650억원을 넘어 국내 전체 매출과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제품라인도 더 늘렸다. 주력제품인 라면 말고도 까샤(귀리죽)나 러시아 전통음식 감자퓨레 등 모든 제품에 도시락 브랜드를 사용해 러시아에서는 종합식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08년부터 ‘도시락’ 제품은 전량 현지공장에서 생산해서 판매한다. 러시아에서 ‘도시락’의 인지도는 국내 대기업의 백색가전 제품의 유명세와 맞먹을 정도다. ‘도시락’ 라면은 현지인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끄는 닭고기 맛을 비롯해 쇠고기, 돼지고기, 버섯, 새우, 야채 등 다양한 국물 맛과 퍼지지 않고 쫄깃함이 오래 지속되는 면발의 가공기술로 더욱 사랑을 받는다.

TV광고도 음식 맛을 강조하기보다 한국 특유의 가족 사랑을 담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군인인 아버지가 헬기를 타고 귀향해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도시락을 먹는 스토리인데 현지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도시락 라면의 다음 공략 시장은 몽골이다. 몽골은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지나가는 길목으로 러시아문화권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라 기대가 크다.



4 공주 마케팅 효험 있었네!

에뛰드 하우스의 ‘틴트’ 립스틱(태국)
“사 워스 디 카 자요 잉(어서 오세요, 공주님)”

태국의 에뛰드 하우스 매장에 들어서면 점원은 이렇게 고객을 맞는다. “어서오세요”는 어디에서나 흔히 듣는 인사말이어서 그냥 지나치지만 ‘공주님’이라는 말은 여자 손님들의 맘을 움직인다(우리나라 매장에서도 이렇게 인사한다). 대부분의 여자가 꿈꾸는 환상을 짧은 인사말로 환기시킨다. 에뛰드 화장품의 ‘공주 마케팅’ 전략은 모든 여성을 공주처럼 귀하고 예쁘게 받든다는 의미를 담았다.

에뛰드의 태국 진출은 2004년에 시작됐다. 한동안 화장품 편집숍에서 판매됐지만 2007년 첫 단독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4년 만에 매장이 30개로 늘었다. 방콕 시내의 시암 파라곤 등 10개 백화점과 시암 센터 등 10개 쇼핑몰, 시암 스퀘어 등에 진출했다. 이렇게 다양한 유통망이 태국의 여러 소비자를 잡는 데 한몫했다. 올해 안에 40호점을 돌파할 계획이다. 에뛰드 화장품은 태국 말고도 싱가포르,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9개국에서 승승장구한다.

에뛰드의 ‘귀족 마케팅’ 전략은 우연한 기회에서 비롯됐다. 2007년 왕세자비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에뛰드의 ‘디어 달링 틴트(Dear Darling Tint)’를 사용하면서 태국 여성들 사이에 ‘왕실 화장품’으로 알려졌다. 에뛰드는 그 기회를 활용해 ‘여성 소비자는 공주’ ‘왕세자비 파우치 속 에뛰드’라는 카피를 만들어 고급화 전략을 꾀했다.

에뛰드 화장품 가운데 태국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제품은 단연 틴트다. 일반 립스틱과 달리 액체로 된 틴트는 착색력이 뛰어나 입술의 볼륨감을 높여주고 촉촉함을 유지해줘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누린다. ‘디어 달링 틴트’와 ‘앵두알 맑은 틴트(Fresh Cherry Tint)’는 화장이 쉬 지워지는 현지 날씨를 고려해 좀 더 오랫동안 착색이 유지되도록 했다. 가격은 오히려 한국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1.5~2배가량 비싸게 팔린다. 2007년 1억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100억원을 바라본다. 현재 119개국으로 수출되지만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로의 수출 비중(87%)이 절대적으로 크다.

국내에서는 중저가 브랜드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에게 인기를 끌지만 태국에서는 프리미엄 화장품으로 20~30대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다. 태국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걸그룹 2NE1의 산다라박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올해는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끌어올리려고 ‘태국 에뛰드 하우스 프린세스 선발대회’도 개최했다(4년마다 열 예정이다). 최종 1명을 선발하는 이 대회는 메이크업 경연대회와 사진촬영을 통해 에뛰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태국 공주’를 선발했다.



5 몽골의 원조맥주로 섰다

오비맥주의 ‘카스’
술꾼들은 특히 평소 마시는 술을 고집하기 일쑤다. 특정한 브랜드의 술맛에 길들여지면 다른 제품으로 갈아타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오비맥주가 몽골 맥주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큰 문제는 맥주시장이 거의 불모지에 가깝다는 사실이었다. 브랜드를 알리는 일도 중요했지만 맥주 자체를 알려야 했다.

카스가 몽골에 처음 들어간 1998년만 해도 현지에는 제대로 된 맥주회사가 없었다. 기껏해야 수입맥주인 싱가포르의 타이거와 일부 독일맥주가 팔리던 시절이다. 회사는 맥주라는 술을 알림과 동시에 그 맥주는 반드시 카스여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현지인을 중심으로 판촉팀을 짰다. 몽골어로 된 전용캔도 제작했다(CASS는 영어 그대로 사용했다). 울란바토르 등 도시의 번화가에서 휴대용 티슈 등 판촉물을 나눠주며 이곳 사람들에게 한국 맥주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곧 그들은 “신선하고 톡 쏘는” 카스에 취하기 시작했다. 카스 레드는 얼마 안 지나 몽골 전 지역에서 유통되는 유일한 수입맥주가 됐다. 500mL짜리가 1350~1400 투그릭(약 1400~1500원)에 팔린다.

지난해부터는 몽골 최대의 석탄과 금속광산인 오유톨고이 광산(캐나다와 호주 합작회사가 개발 중)과 몽골 국영항공사에 카스를 독점 공급한다. 몽골에서 술 광고가 허용되기 시작한 2~3년 전부터 현지 모델을 기용해 TV광고도 내보낸다. 몽골 내에서 맥주 판매량이 급증하자 현지의 한 기업이 “카스는 중국산”이란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퍼트려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몽골에서는 중국산에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부랴부랴 현지 방송 관계자를 한국으로 초청, 생산・출하 과정을 촬영해 몽골에서 방영하도록 했다.

몽골의 겨울 날씨가 워낙 추워 매출이 타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한국 사람이 추운 겨울에도 시원한 냉면을 즐기듯 그들도 추운 날씨에서도 맥주를 즐긴다. 영하 30~40도에서도 맥주가 얼지 않도록 ‘보온 운송’ 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카스가 몽골 맥주의 대명사가 될 즈음, 현지 정부가 특별소비세를 차별부과해 시장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아무리 남의 나라에서 하는 장사지만 현지의 차별 대우에 넋 놓고 당할 수는 없었다. 오비맥주는 몽골 헌재에 이를 제소했다. 먼저 진출해 있던 다른 수입맥주회사는 패소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비웃었지만 오비맥주는 보란 듯이 승소했다. 회사는 현지에서 사회활동에도 나선다. 지난 5월엔 NGO단체인 ‘푸른 아시아’와 함께 환경개선 사업의 첫 단계로 ‘몽골 희망의 숲’ 조성 발대식을 가졌다. 앞으로 몽골 내 카스 판매금액의 1%를 적립해 15만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프로젝트다. 카스맥주는 이제 몽골의 국민맥주로 자리 잡았다.

지난 3월 말 현재 오비맥주의 전 세계 누적 수출 물량은 총 314만 상자(500mL×20병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4만 상자에 비해 63%나 늘어났다.



6 중동 남성들이 반했다

도루코의 휴대용 면도기
중동지역 남성의 수염은 권위와 전통을 뜻한다. 또 남성을 상징하는 패션이다. 하지만 조금씩 서구화가 진행되고 매스컴을 통해 남성의 멋내기가 보편화되면서 이들도 전통보다는 개성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요즘 두바이의 젊은 세대들은 두건을 쓰고 덥수룩한 수염에 하얀 전통의상을 입는 대신 깔끔하게 면도한 얼굴에다 첨단 패션으로 거리를 활보한다. 그 패션의 변화에 한국의 면도기 제품도 한몫 거들었다. 도루코 말이다.

이 회사는 중동의 변화하는 남성 패션에 주목하고 면도가 보편화하기 시작한 1994년 발 빠르게 진출했다. 중동 시장의 거점인 두바이에 해외법인을 설립해 시장 개척에 나서 현재는 질레트보다 오히려 판매율이 앞선다. 터키에서도 현지의 조직적인 판매상들을 활용해 작은 골목상점에서도 도루코 면도기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중동 남성의 수염은 유달리 굵고 뻣뻣할 뿐만 아니라 빨리 자란다고 한다. 전기 면도기로는 쉽게 깎이지 않고 깎아도 개운치 않다고 느끼는 그들은 습식 면도기를 선호하게 됐다. 습식 면도기는 일회용과 보통 2중 날, 3중 날로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 면도기로 분류된다. 도루코의 시스템 면도기는 언제든 날을 교체할 수 있어 중동 남성들에게 가장 큰 인기다.

특히 도루코의 면도날(곡선과 톱날 형태)은 밀착력과 절삭력이 좋아 수염을 미세하게 깎아줄 뿐만 아니라 수명도 길다. 중동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도루코의 이런 유명세는 이 지역에서의 한국 드라마 유행도 한몫한 듯하다. TV 드라마 ‘대장금’(2006년) ‘주몽’(2009년)의 시청률이 각각 90%, 80%를 웃돌 정도로 대박을 터트렸다. 도루코도 승승장구해 지난해 중동지역에서만 1600만 달러의 대박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 성장한 수치다. 회사 관계자들은 “드라마 한류가 한국과 한국산 제품의 호감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낳은 듯하다”고 평가했다. 도루코는 올해에도 그 돌풍을 이어갈 기세다. 5월말 기준으로 휴대용 면도기의 해외 수출액 가운데 중동지역의 비중이 33%를 차지했고 아시아지역의 매출(24%)이 그 뒤를 이었다.



7 소황제의 명품 기저귀

유한킴벌리의 ‘하기스’(중국)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엔 태극기가 아닌 다른 나라의 국기가 펄럭인다. 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매번 바뀌는 국기에 한번쯤 궁금증을 느꼈을지 모른다. 사연은 이렇다. 이 회사는 해외 수출분을 생산할 때는 늘 수출국의 국기를 공장에 내건다. 그 나라에 보내는 존중과 감사 그리고 겸손의 표시다. 유한킴벌리의 진재승 상무는 “우리 제품을 믿고 사줘서 고맙고 그 고마움에 최고 품질로 보답하겠다는 다짐”이라고 설명했다.

하기스는 1872년 설립된 미국의 킴벌리 클락이 생산한다. 한국에선 1970년부터 유한킴벌리가 같은 브랜드를 생산해 왔다(유한양행과 킴벌리 클락이 합작했다). 198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팬티형 아기기저귀를 생산하는 등 국내 기저귀의 과학화를 이끌었다고 평가 받는다. 지금은 하기스라는 해외 브랜드만 사용할 뿐 모든 제품을 국내에서 연구·개발해 생산한다.

유한킴벌리가 2003년 중국에 진출하면서 내건 키워드는 ‘프리미엄’이었다. ‘하오치(好奇)’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하기스는 “뛰어나게 또는 기이하게 좋다”는 뜻이다. “당신의 특별한 자녀에게는 오직 하기스뿐”이라는 품질 자신감으로 승부했다. 한 자녀 갖기 정책 이후 독자로 태어난 ‘소황제’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주는 중국 부모들의 심리를 이용해 최고급 제품 전략으로 중국을 공략했다. 아기 기저귀 품질을 상위 1~5등급으로 나눈다면 중국에선 1·2등급만 판매한다.

유한킴벌리의 중국시장 지역별 점유율 증가는 괄목할 만하다. 상하이가 75%, 베이징이 65%를 차지한다. 전 세계 54개국으로 수출되는 유한킴벌리 제품은 지난해 수출액 2376억원을 돌파했다(기저귀 해외 총매출은 1545억원). 그 가운데 중국 매출이 981억원을 차지한다. ‘ 메이드 인 코리아’는 유한킴벌리의 가장 큰 자산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한국산임을 강조해 소비자의 신뢰를 받는다.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펄프 말고는 모든 재료를 한국산으로 쓴다. 그것이 중국 프리미엄 아기 기저귀 시장에서 8년째 1위를 고수하는 비결이다.

중국 진출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현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려고 4년의 시간을 투자했다. 2003년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전 5년 동안 회사 내에 직원들이 중국 문화를 익히고 중국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차이나 스쿨’을 개설했다. 모든 직원이 중국 산업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회사는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 엄마들은 얇고 뭉치지 않는 아기 기저귀를 원하는 반면 중국 소비자는 강력한 흡수력을 원한다. 배설물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막는 이중 고무줄도 한국은 느슨한 제품을 선호하지만 중국은 탄탄하게 조여주는 방식을 좋아한다. 기존의 중국산 제품이 대부분 조악하고 투박했다면 유한킴벌리의 제품은 아기 피부 같은 부드러움으로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회사는 중국에 남아·여아용을 구분한 기저귀를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패키지 디자인도 현지 문화를 모르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하기스 골드 제품을 출시할 때 곡선의 골드 라인을 제품 패키지의 하단에 디자인했지만 중국 바이어가 샘플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단다. 골드 라인이 바닥에 있으면 중국에서는 ‘황천길’을 의미한다는 뜻이어서 판매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충고했다. 마침 시험 단계에서 지적된 덕분에 곧바로 수정했다. 회사는 수출에 앞서 그 나라의 현지문화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유한킴벌리는 수출 초창기부터 유아전문점, 이마트 등 중국의 고소득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문점과 외국계 대형매장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프리미엄 제품의 위상을 유지했다. 특히 이마트와 협력해 ‘이마트-한국산 명품 특설매장’ 행사를 실시하면서 그 이름을 널리 알렸다. 2004년 CJ홈쇼핑이 중국에 진출할 때도 아기 기저귀 제품으론 처음으로 소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한킴벌리는 1년에 3~4차례 중국의 대형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와 간호사를 초빙해 대전공장을 견학시켜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기도 한다.



8 중국인들의 외출 휴대품



락앤락의 차(茶)통
중국에서 택시를 타면 운전석 옆에 짙은 녹색 뚜껑의 휴대용 물통을 보게 된다. 라벨에는 ‘茶’란 글씨가 선명하게 보인다. 여느 물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유독 좋아하는 차(茶)통이다. 바로 락앤락 제품이다. 이 제품엔 차를 마실 때 찻잎이 입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해주는 ‘거름망’이 있다. 락앤락은 “중국인은 차를 즐겨 마신다”는 평범한 사실을 듣고 ‘거름망’ 아이디어를 접목해 히트상품을 탄생시켰다.

요즘 락앤락의 매출은 70%가량이 해외매출이다. 그중에서도 2002년에 진출한 중국이 최고 효자시장 역할을 한다. 지난해 중국 매출은 약 1436억원이었다. 락앤락의 중국어 상표는 ‘라쿠라쿠’. “닫히고 또 닫힌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라쿠’는 즐거울 락(樂) 자의 발음과 똑같다.

중국에서 락앤락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써 왔다. 현지인처럼 생각하고 현지인처럼 말한다. 중국의 경제수도라고 할 상하이에서 가까운 쑤저우에 있는 락앤락 생산공장엔 이곳 주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오자서(伍子胥, 중국 춘추시대의 정치가)의 동상이 우뚝 세워져 있다. 쑤저우의 초석을 다진 인물인 오자서를 내세워 현지인들과 교감을 시작했다. 락앤락의 주재원들은 2008년 쓰촨성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직접 헌혈에 나서는 등 피해자 돕기에 앞장섰다.

현지인들의 생각을 미리 읽는 것도 중요하다. 락앤락은 한동안 아산공장에서 생산한 한국산 제품을 판매했지만 베이징올림픽 이후 현지공장 생산체제로 방침을 바꿨다. 올림픽 이후 중국인들 사이에서 ‘made in China’라는 자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는 중국 내수용 제품은 전량 쑤저우공장에서 생산한다. 중국인들이 브랜드의 명성에 민감하기 때문에 초창기부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유통망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방송광고를 내보냈고, 명품 브랜드가 밀집한 상하이 중심가 화이하이루에 매장을 열어 프리미엄 제품의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TV광고엔 ‘대장금’의 한상궁을 모델로 내세웠다. 대장금을 키워낸 한상궁(양미경 분)은 스승의 가르침을 중히 여기는 중국인들의 문화와 일맥상통해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아시아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중국의 ‘타오바오’에서 판매를 시작하는 등 온라인 매출 증가에도 큰 기대를 건다. 중국의 주요 도시에 이어 충칭, 청두 등 중서부 도시 등에 1000개의 매장을 열어 중국 내륙도시 진출도 서두른다.



9 기능성 치약이라서 더 좋다다

LG생활건강의 치약(중국)
요즘 중국 소비자들은 품질만 좋으면 상대적으로 값이 좀 비싸더라도 구매에 주저함이 없는 듯하다. 생필품은 말 그대로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물건이지만 특별한 기능을 덧붙이지 않으면 고객의 선택을 받기가 어려울 만큼 다양해졌다. LG생활건강은 1996년 중국의 베이징일용화학1창과 합작투자를 통해 베이징일용화학유한공사를 설립하고 대도시의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2002년 하반기부터는 현지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죽염치약’이 기능성 치약으로 인기를 누리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가격은 콜게이트, 유니레버 등 다국적기업 제품에 비해 50% 이상 비싸게 팔린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2005년 죽염원생액(미백), 2006년 죽염청신원(리프레시), 2007년 죽염고치원(충치 예방), 2008년에는 죽염명약원(잇몸 건강) 등 기능성 치약을 잇따라 개발해 내놓았다. 그 결과 2009년엔 4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LG생활건강은 광고비 지출 등을 통한 간접 홍보보다는 소비자가 직접 사용해 보게 하는 ‘체험 마케팅’과 ‘공동 마케팅(co-marketing)’ 전략으로 소비자층을 넓혀 왔다. 중국 체육총국 산하 훈련국(한국의 태릉선수촌에 해당한다)과 계약을 맺고 2006~2009년 죽염 치약 등을 중국국가대표선수단에 독점 공급해 직접 사용해 보도록 했다. 그 결과 중국 정부도 인정한 공식 치약이라는 이미지로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였다.

중국은 넓은 국토와 엄청난 인구만큼이나 시장이 커 대기업이라도 한 기업이 단독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이기는 쉽지 않다. 결국 이 회사는 브랜드를 노출시키고 제품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공동 마케팅’ 전략을 선택했다. 맥도널드, KFC, 중국 화장품 브랜드 ‘백초집’의 100개 매장 등과 연계해 일반 소비자에게 견본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주요 도시의 유명 치과병원과 제휴해 상류층 소비자에게 제품을 사용할 기회를 주면서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10 인니 주부들의 주방 친구



대상의 조미료 ‘미원’

1970년대 대상(구 미원)은 발효조미료를 놓고 제일제당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조미료의 주원료인 당밀 값이 급등하면서 물량확보가 어려워진 탓이었다. 당시 대상은 ‘동남아 직접투자’가 유일한 살길이라고 판단, 인도네시아에 직접 투자했다. 1972년 대상이 80%, 인도네시아의 레냐쟈야사가 20% 공동투자한 ‘PT. 미원 인도네시아’가 설립됐고, 3년 뒤 자카르타에서 700km 떨어진 수라바야만에 조미료 공장이 완공됐다. 하지만 일본의 아지노모도와 대만·인도네시아 합작회사인 사사의 방해공작과 치열한 로비활동으로 공장의 가동이 1년이나 미뤄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을 장악한 해외 유명 브랜드와의 한판 승부였다. 시장진출 초기엔 한국인 판매원들이 가가호호 직접 방문하는 ‘호별 방문판매’ 전략을 세웠다. 지금은 인도네시아 전역에 200개 정도의 지역대리점(그 밖의 지역은 위탁판매)을 운영하면서 롯데마트 등은 본사에서 직접 유통을 관할한다.

각 지역 주민의 선호도에 따라 조미료의 입자 크기도 달리했다. 수마트라섬은 큰 입자를, 수마트라섬 남쪽 지방은 중간 입자를, 공장이 몰려 있는 산업체에선 작은 입자의 제품을 선호한다.

현재 대상은 인도네시아 조미료 시장에서 사사에 이어 2위를 달린다. 지난해 3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0년 대 초반부터는 미원 위주의 단일제품 시장에서 벗어나 튀김가루, 빵가루, 커피 등을 생산 판매하는 ‘MAMA SUKA(엄마가 좋아한다는 뜻)’라는 종합 브랜드를 개발했다. 특히 장기간의 시험을 거쳐 탄생한 튀김가루는 튀김요리를 좋아하는 현지인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아 판매 1위를 고수한다. 인도네시아 전통식품을 가공한 제품도 줄줄이 내놓았다. 특히 인기를 끄는 트라시(새우젓)는 미원과 인도네시아 최대 식료품 회사 ABC 두 브랜드밖에 없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전통음식 가공제품의 시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인구의 95%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할랄(halal)인증 제품만 골라 먹는다. 지난해 대상은 한국산 식품으로는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의 할랄 마크 인증을 받았다.



11 아기보다 엄마가 더 반했네!

매일유업 ‘매일맘마’(중동, 중국)
중동지역에서 또 다른 한국산 인기제품을 꼽으라면 단연 ‘매일맘마’ 분유다. 중동지역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이곳에서 매일유업의 브랜드 파워는 실로 대단하다. 중동지역의 아기 5명 중 1명이 매일맘마를 먹고 자란다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다. 1981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처음 진출했던 시절에는 독자 브랜드와 판매망을 갖추지 못해 쓰디쓴 실패를 겪었다. 무역상을 통해 조제분유를 수출하던 시절이다. OEM 방식으로 ‘ABS-50’이란 상표를 달고 수출했지만 낮은 수익성, 무역상과의 잦은 마찰로 3년 만에 포기했다. 회사는 그때 자기 브랜드가 아니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불가능하고 수출의 발판조차 마련하기 어렵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마케팅 전략을 재정비한 뒤 매일유업은 1987년 자체 브랜드인 ‘매일맘마’로 재차 사우디 공략에 나섰다. 브랜드가 점점 알려지면서 소비자는 품질을 믿게 됐고 매일맘마를 찾게 됐다. 판매망도 사우디에서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요르단, 예멘, 시리아 등으로 점점 확대해 갔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매일유업이 거둔 총 매출은 680만 달러에 이른다.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시장에도 진출했다. 특히 2008년 중국산 분유에서 멜라민 검출소동이 벌어졌을 때가 큰 기회였다. 모든 중국산 제품이 리콜돼 중국의 대형마트에는 분유코너가 텅텅 비는 사태가 벌어졌다. 자국의 제품을 믿지 못하게 된 중국 엄마들은 수입품을 찾아 나섰고 덩달아 매일맘마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매일유업은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대형할인점의 매대를 넓혀 나갔다.

매일유업은 마침 2007년 프리미엄 제조분유 앱솔루트를 ‘금전명작(金典名作)’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뒤 TV·잡지 광고 등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던 때였다. 상류층 엄마들이 매일맘마를 사 먹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이 제품은 높은 값에도 불구하고 출시 2년 만에 중국에서 200만 달러의 판매액을 기록했다(2010년은 220만 달러어치를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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