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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의 장미살롱] 윌리엄 동 호주 핸드픽트 와이너리 CEO

[이원복의 장미살롱] 윌리엄 동 호주 핸드픽트 와이너리 CEO


‘찜 와인’으로 알려진 핸드픽트의 CEO 윌리엄 동(34). 전통 와인과 달리 포도 품종별로 세계 최고의 산지에서 선별된 포도로 와인을 만든다. 지난해 와인 생산량의 70%가 중국에 팔렸다. 이원복 교수가 윌리엄을 만나 핸드픽트의 매력을 맛봤다.

손바닥 레이블이 인상적인 핸드픽트(Handpicked) 와인. 손으로 정성스럽게 수확해 만든 고급 수제 와인이란 의미다. 별칭이 하나 더 있다. ‘찜 와인’. 손바닥이 ‘내 꺼’ 또는 ‘찜했다’는 상징성을 가져 발렌타인 와인으로 잘 팔린다. 가장 먼저 이 와인을 찜한 호주 핸드픽트 와이너리 CEO 윌리엄 동을 4월6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와인바 ‘라비앙로즈(LA VIE EN ROSE)’에서 만났다. 아담한 체구에 수더분한 인상인 그는 마치 순박한 시골 총각 같았다.

이원복 교수가 먼저 자신의 책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을 건네며 인사를 했다. 이 교수는 “특별히 읽기 편하도록 중국어판을 가져왔다”고 하자 윌리엄은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주지 않으셨네요”라며 재치 있게 응수했다. 윌리엄은 이 교수의 와인 만화에 연신 감탄했다. 이 교수는 흥에 겨워 자신이 다녀온 각국의 와이너리 얘기를 들려줬다. 윌리엄은 “좋은 직업을 가지셨네요”말하며 웃는다.

윌리엄 동은 중국인이다. 중국 광둥성(廣東省) 어촌마을 하이먼(海門)에서 태어났다. 14살에 싱가포르로 유학을 갔다. 이후 영국 리즈대학에서 금융수학을 전공하고 워릭대학에서 금융수학 석사를 마쳤다. 영국에서 공부만 한 게 아니라 와인도 배웠다.

와인 문화가 발달한 영국에선 세계 각국의 와인을 손 쉽게 먹을 수 있어서다. 이때 가족이 호주로 이민을 갔다. 윌리엄의 부친은 중국

에서 석유, 담배, 금융, 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으로 돈을 번 자산가였다. 가족을 따라 호주로 온 윌리엄 눈에 들어온 건 와이너리. 당시 영국에서 가장 잘 팔린 와인이 호주 와인이었다. 와인 시장의 가능성을 본 그는 2003년 와인 사업에 나섰다. 핸드픽트의 시작이다.

이날 윌리엄이 선보인 와인은 핸드픽트의 최고가 와인인 롤프 빈더(Rolf Binder) 시그니처 시라즈와 피터 더글라스(Peter Douglas) 시그니처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가격은 각각 18만원 대. 호주를 대표하는 두 명의 와인 메이커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와인이다.

롤프 빈더는 호주에서 ‘왕의 남자’로 불린다. 그가 만든 와인이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에게 5번 연속 99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시라즈 품종으로 유명한 호주 바로사 밸리에서 약 29년간 와인 양조를 했다. 피터 더글라스도 마찬가지. 그의 와인도 와인 평론가에게 매번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이 뛰어난 호주 쿠나와라 와이너리에서 24년간 와인 메이커로 일하고 있다. 이 교수는 롤프 빈더 시그니처 시라즈부터 시음했다.



이원복 (와인 레이블을 보며) 2008년산이군요. 항상 느끼는 건데 호주 와인은 빈티지가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아요. 프랑스 와인에 비하면요.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 음~맛있네요.



윌리엄 (맛있다는 얘기에 윌리엄의 얼굴이 환해졌다)고맙습니다. 이 교수 얘기가 맞아요. 호주 바로사 밸리에서 생산한 와인들은 매해 퀄리티가 일정해요. 2006년 전까지는 이곳에서 만든 와인은 파워풀 한 스타일이었어요. 요즘엔 여기에 조금 더 우아하고 섬세함이 더해졌습니다.

바로사 밸리는 애들레이드에서 북쪽으로 약 70km 떨어진 곳이다. 동쪽에 머레이 강이 흐른다. 호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다. 이곳에서 자란 시라즈 품종을 갖고 롤프 빈더가 만든 와인이 핸드픽트 롤프 빈더 시그니처 시라즈다. 와인은 깊고 진한 검붉은색을 띈다. 풍부한 과실 아로마는 물론 오크 향이 깊게 배어난다. 2년 동안 프랑스 오크통과 미국산 오크통에서 숙성했다가 블렌딩 했기 때문이다.



왕의 남자 ‘롤프 빈더’가 와인 메이커

이원복 핸드픽트 와인의 특징은 뭔가요.



윌리엄 전통적인 와이너리는 포도가 잘 자라는 지역에 포도밭과 양조장을 만들고 와인을 유통하죠. 반면 핸드픽트는 포도 품종별로 최고의 산지에서 선별된 포도만을 사용하지요. 지금 마시는 시라즈는 호주 바로사 밸리에서 자란 포도지요.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은 호주 쿠나와라, 샤르도네는 호주 마가렛 리버에서 수확한 포도고요. 호주뿐 아니라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에서 자란 포도도 씁니다. ‘최고의 와인은 최상의 포도밭에서 나온다’는게 제 와인 철학입니다.

그 믿음으로 고객에게 ‘원스톱 플랫폼’을 제공하는 게 핸드픽트 와인의 특징입니다. 레스토랑에 비유하면 한 레스토랑에서 한국 음식부터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 각국의 최상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다는 거죠.



이원복 포도를 사서 와인을 만드나요, 각 포도산지에서 수확해 양조하나요.



윌리엄 경우에 따라 달라요. 제가 갖고 있는 와이너리는 바로사 밸리와 야라 밸리 두 곳입니다. 바로사 밸리에선 롤프 빈더와 의논해서 포도를 수확하고 양조해요. 양조는 롤프 빈더의 와이너리 시설을 이용하고요. 포도밭마다 와이너리를 짓는 것은 불가능해요.

와이너리 시설은 1년에 2주 정도 밖에 사용하지 않거든요. 대신 각국의 포도밭과 계약을 맺어 확장할 겁니다. 핸드픽트의 목표는 뛰어난 포도산지를 확보하는 겁니다. 요즘 관심 있게 보는 와인 밭이 호주 남부에 있는 지롱 지역입니다.

1830년대에 유럽인들이 호주로 이주해 이곳에 포도를 심었어요. 하지만 30년 뒤 포도나무 병충해(Phylloxera)로 황폐화되었지요. 요즘 이곳의 테루아가 다시 살아나고 있거든요. 더불어 롤프 빈더처럼 각국의 유명한 와인 메이커를 고용해 그들이 추구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할 겁니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와인을 만드는 게 와인 메이커들의 꿈이죠.

얘기하는 도중에 핸드픽트 피터 더글라스 시그니처 카베르네 소비뇽이 나왔다. 포도 산지인 쿠나와라는 비교적 추운 지역이라 포도 숙성이 가장 빨리 되고 맛 좋기로 유명하다. 이 와인은 2년간 프렌치 오크통에서만 숙성한다. 블랙베리와 스위트한 오크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며 자두 같은 과일 향이 느껴진다. 와인을 시음해본 이 교수는 역시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와인은 “공짜 와인”이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핸드픽트 와인의 70%는 중국에서 팔려



이원복 호주에서 와인사업을 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많나요.



윌리엄 와인사업에 뛰어든 2000년 초반만 해도 많지 않았어요. 최근 3년 새 부쩍 늘었죠. 호주에서 소규모 와이너리를 사는 건 그리 비싸지 않아 재력가들이 많이 삽니다. 하지만 경험상 와인 시장에 대한 이해와 양조에 대한 지식 없이는 쉽지 않아요. 많은 경험과 공부가 필요해요.



이원복 사실 중국이 세계 와인산지 중에서 9번째로 많은 양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어요.



윌리엄 앞으로 중국에서도 좋은 와인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무엇보다 중국은 구매력이 좋아요. 덕분에 와인 가격이 호주보다 2배 이상 높아요(웃음).



이원복 와인도 좋지만 중국 전통술이 좋지요. 예를 들어 중국 명주로 꼽는 마오타이(茅台)처럼요.



윌리엄 그래요? 제가 마오타이 술 판매권을 갖고 있어요.



이원복 마오타이를 생산한다는 건가요.



윌리엄 아니요. 저도 생산했으면 좋겠네요. 이탈리아, 호주, 뉴질랜드, 태국 4곳에 유통할 수 있는 판매권을 갖고 있어요. 마오타이의 매력은 만드는 과정이 무척이나 까다롭다는 거예요. 향수를 만드는 공정과 비슷합니다. 8번 발효하고 9번 증류하는 과정을 거치죠. 다시 3년간 밀봉해 숙성해야 합니다. 손목 안쪽에 마오타이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씻지 않으면 그 향이 48시간 유지돼요 .마치 향수처럼요.



이원복 당신의 꿈은 당연히 세계 최고의 와인 생산자가 되는거겠죠.



윌리엄 치어스~



이원복 의지만 있다면 꿈은 실현 됩니다.

윌리엄 요즘 핸드픽트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매출의 70%가 중국에서 나고 있어요. 3년 전만 해도 25%에 불과했는데요. 앞으로 아시아 와인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업을 보다 넓힐 계획입니다. 우선 핸드픽트를 알리고 인지도를 높여 줄 열정적인 인재를 많이 뽑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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