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회계법인도 울상
경기 침체에 회계법인도 울상
금융감독원이 회계법인들의 2011사업연도 (2011년 4월~2012년 3월) 실적을 발표했다.3월이 결산법인인 회계법인은 6월 말까지 금감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125개사의 회계법인(금융위원회 등록 회계법인 기준)은 지난 사업연도에 총 1조842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592억원(3.3%) 증가한 수준이다.주목할 만한 점은 삼일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 삼정KPMG, 언스트앤영한영 등 4대회계법인의 시장 장악도가 2011사업연도 들어 떨어졌다는 점이다. 최근 3~4년간 57%를 상회했던 점유율(매출 기준)은 55.3%로 떨어졌다. 또 인수합병(M&A)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회계감사 매출이 컨설팅 매출을 다시 앞질렀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컨설팅 업무는 세무 및 회계감사 외의 주식가치평가, 경영자문 등 기타 용역 업무를 뜻한다.회계법인들의 업무별 매출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회계감사 부문이 7018억원(38.1%),세무 부문이 4606억원(25.0%), 컨설팅 부문이 6805억원(36.9%)을 기록했다. 회계감사와 세무 부문은 각각 6.9%, 11.0% 성장한 반면, 컨설팅 부문은 4.5% 줄었다. 컨설팅 부문 매출은 2009년 이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회계감사 매출보다 많았지만,M&A시장이 부진한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재역전됐다. 올해 컨설팅 매출은 더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 다수의 M&A가 좌초되는 등 시장 환경이 나쁘기 때문이다.현재 진행되는 딜(deal) 중에서도 쌍용건설 매각이 무산됐고, 우리금융지주 등의 매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얘기는 쏙 들어갔다.M&A시장 부진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다. 국제회계기준(K-IFRS) 채택에 따른 특수도 예상보다 적었다. 한 회계사는“K-IFRS 특수가 몇 년간 이어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식었다”며 “지난해 초만 해도 IFRS 자문과 교육 수요가 많았는데, 벌써 정착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K-IFRS 매출도 저조회계감사 부문의 수익성은 컨설팅 부문에 비해 낮은 편이다. 컨설팅 업무는 한두 명이 맡을 수 있는데 반해 회계감사는 열명 이상
지난 사업연도 4대 회계법인의 매출은 줄었다. 삼일과 삼정, 한영의 매출은 각각 63억원, 70억원, 46억원 감소했다. 안진만이 매출이 79억원 증가하며 빅4 중에서 유일하게 체면을 지켰다. 전체적으로는 매출이 0.9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4대 법인의 비중도 줄었다. 4대 법인의 총 매출은 1조187억원으로 전체의 55.3%에 그쳤다. 회계감사 부문과 세무 부문 매출이 4197억원, 2064억원으로 전년보다 7.6%, 4.7% 늘어난데 반해 컨설팅 부문매출이 4389억원으로 11.1%나 급감한 영향이다.
경기 악화가 특히 4대 회계법인에 영향이 컸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4대법인의 당기순이익도 137억3900만원에 불과했다.그나마 연결 재무제표 감사가 4대 법인을 살렸다. 올해부터 자산총액 100억원 미만회사, 사모펀드 등에 종속회사가 신규 포함되면서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했는데,이 기업들이 상당수 4대 법인의 고객으로 유입된 것이다.
지난 사업연도 중 회계법인이 수행한 개별재무제표 감사는 1만7292건으로 전년보다 871건(5.3%) 증가했고, 연결 재무제표 감사는 2544건으로 506건(24.8%)이나 증가했다. 연결 재무제표를 감사 받아야 하는 기업은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 규모에 따라 K-IFRS를 적용해야 하는 기업 대상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전체 외감법인 수를 기준으로 4대법인의 점유율은 개별감사는 29.1%, 연결감사는 51.4%로 기록됐다. 지배회사에 대한 연결감사 업무는 4대 법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특히 상장회사의 장악도는 더 높았다. 상장법인에 대한 4대 법인의 점유율은 개별 56.9%, 연결59.9%에 달했다.
비록 지난해엔 4대 법인이 부진했지만, 일감이 4대 법인에 쏠리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소형 회계법인이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회계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으면서 대형사 선호 현상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감독당국도 부실 상장기업들에 인지도 높은 회계법인에서 감사 받으라고 지정해주는 추세다.결국 중소형 회계법인은 신규시장 개척이꼭 필요하다. 전문적인 분야인 컨설팅이 오히려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요즘 컨설팅 업무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라 기업 가치가 낮아지면서 상속이나 증여, 지주회사 전환 등에 집중되는 추세다.
특히 지주회사 전환은 주식 현물출자, 교환으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과세특례가 원래 올해 말 끝날 예정(2012년 세법개정안에서 2015년까지 연장됐음)이었기때문에 올 상반기 관련 매출이 급증했었다.전문가들은 중소형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하나의 분야에 전문가가 돼야 경쟁사들이 난립하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중소형 회계법인에 소속돼 있는 한 회계사는 “결국 컨설팅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감원은 회계산업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일단 회계법인 수, 회계사 수는 큰폭으로 늘고 있다. 감독 당국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회계법인간 인수합병을 유도하고 있지만, 최근까지 적은 인원의 회계사를 두고 있는 소형법인 수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01년 3월말 34개였던 회계법인은 2009년 104개, 2010년 113개, 2011년 123개, 올해 125개로 증가했다. 회계법인
에 소속된 회계사 수도 2010년 3월 7858명에서 2011년 3월 7956명, 올해 8468명으로 늘었다. 다만 4대 법인의 회계사는 정체 양상에 접어들었다. 특히 2010년에서 2011년으로 넘어갈 땐 소속 회계사 숫자가 되레 줄어들기도 했다. 2010년 전체 회계사수는 738명 늘었는데 회계법인 소속은 98명(1.2%) 증가하는데 그쳤고, 4대 법인은 오히려 104명(2.2%) 감소했었다.
회계법인·회계사 수는 늘어법적 분쟁에 대비해 손해배상책임 준비에도 적극적이다. 회계법인들의 준비 재원은 총 1조3665억원으로, 법정 외부감사 보수총액(5735억원)의 2.4배에 달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적립된 손해배상공동기금은 386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늘었고, 27개 회계법인이 전문가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보험금액은 1조1493억원으로 1.5% 증가했다. 내부에 유보하는 손해배상준비금은 1786억원으로 7.3% 늘었다.
이는 최근 들어 소액주주, 기업과 회계 감사를 놓고 갈등을 벌이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엔 저축은행 고객들이 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고 하는 등 으름장을 놓고 있다. 상장하자마자 퇴출 위기를 맞고 있는 중국고섬, 성융광전투자 등 중국 기업들도 회계법인에겐 골치거리다. 패소사례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회계법인은 최근 3년간 회계감사 등과 관련한 6건의 소
송에서 패소 및 합의조정으로 총 57억원의 손해 배상 책임을 부담했다. 대표적인 사건으론 현대투자신탁증권의 자산가치 뻥튀기
(27억원), 네오세미테크 상장폐지(19억원)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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