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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추석 특선영화 물렸다면‘나가라, 가족과 함께’

TV 추석 특선영화 물렸다면‘나가라, 가족과 함께’

추석 연휴를 알차게 보내고 싶다면 문화 행사를 찾을 것을 권한다. 서울시내 곳곳에서 뮤지컬,전시가 풍성하다. 대부분 상반기부터 인기를 끈검증된 작품이 주를 이뤄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 매년 비슷한 TV 추석 특선영화에 지쳤다면 가까운 영화관을 찾아보자. 자녀와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도 많으니 온 가족이 오랜만에 영화 한 편 보는 건 어떨까.




내게 꼭 맞는 영화 골라보기
◇가족 극장 나들이에 나선다면 -

메리다와 마법의 숲‘애니메이션은 어린이 관객 전용’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관객이라도 디즈니-픽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 관객까지 감동의 눈물을 뚝뚝 흘리게 하는 것이 디즈니-픽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의 마법이다.

올 추석에는 빨강 머리 공주님 메리다가 관객을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화려하게 차려입고 파티를 즐기고 왕자님의 키스를 기다리는 요조숙녀 공주님은 없다.틈만 나면 활을 들고 숲을 누비는 말괄량이 공주 메리다 때문에 골치 아픈 여왕은 이웃 나라 왕자들을 초대해 딸의 짝을 찾아주려 하지만, 메리다는 왕자들 골탕먹이기 바쁘다. 엄마와 다투고 궁을 나온 메리다는 부모님이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던 마법의 숲으로 향하고, 간절히 원하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도깨비불을 쫓아가다가 마녀의 집에 당도한다. 엄마를 변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건만, 결과는 재앙. 마녀는 왕비를 곰으로 둔갑시켜버리고, 왕비는 온 왕국의 실력 좋은 전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메리다는 곰이 된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 마녀의 마법을 풀어야만 한다. 동화 같은 줄거리만 보고, ‘역시 아이들 영화’라고 코웃음 쳤다간 큰 코 다친다. 탄탄한 스토리로 깊은 울림을 남기는 동시에 입이 떡 벌어지는 기술력을 자랑하는 디즈니-픽사의 작품답게 영화의 완성도는 놀라운 수준이다.


◇스트레스 해소용 영화를 찾는다면 - 테이큰 2
원빈 주연의 ‘아저씨’가 ‘아저씨’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했다면, 리암 니슨 주연의 ‘테이큰’은 ‘중년 아빠’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했다. 이 중년 아빠의 가족을 건드리면, 죽는다. 파리로 여행 갔다가 납치당한 딸을 찾기 위해 맨주먹 하나로 악당과 맞선 지 2년이 흘렀다. 평화롭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던 브라이언에게 전편의 악당들이 겁도 없이 복수의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번에도‘복수의 상대를 잘못 골랐다’. 이스탄불로 출장을 떠난 브라이언. 아내와 딸과 함께 이스탄불에서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이, 악당들이 브라이언과 아내를 납치한다. 가까스로 납치범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딸이 이번에는 아빠를 도울 차례. 1편이 파쿠르 액션을 통해 화려하고 스피디한 영상을 선보였다면, ‘테이큰 2’는 스케일에 집중한 블록버스터에 가깝다. 택시를 타고 도심을 질주하는 스펙터클한 추격전(제작자 뤽 베송 감독은 ‘택시’ 시리즈로 일찌감치 ‘질주하는 택시’의 가공할 스피드를 보여준 바 있다)과 팽팽한 긴장감이 압도적인 총격전은 눈의 쾌감을 극대화한다. 분명 전편보다 진화한 영상미다. 액션도 새롭다. 현역 군무기 전문가에게 조언을 얻어 구현한 육탄전은 실감난다. ‘트랜스포터-라스트미션’(2009) ‘콜롬비아나’(2011) 등 스타일리시한 액션 영화를 선보였던 올리비에 메가턴 감독은 자신의 전공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세상만사 다 잊고 원 없이 웃고 싶은 관객이라면 - 19곰 테드깜찍하고 귀여운 곰 인형이 영혼을 얻었다. 여기까진 아름다운 동화 같다. 하지만 이 녀석이 입만 열면 육두문자를 남발한다면? 미국에서 개봉해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한 ‘19곰 테드’의 매력은 이러한 ‘반전’에 있다. 영화의 첫 장면, 1985년 보스턴 변두리 마을에 사는 외톨이 소년 존이 크리스마스 소원대로, 말하는 곰 인형 ‘테드’를 진정한 친구로 맞이하는 과정은 흡사 아름다운 동화 같다. 그러나 다음 장면에서 아름다운 동화는 순식간에 성인 코미디로 뒤바뀐다. 약 30년 뒤, 존과 테드는 소파에 파묻혀 TV 시리즈 재방송을 보고 또 보며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다.

‘ 사고친 후에’(2007) 행오버’ 시리즈 같은 미국식 코미디와 마찬가지로 ‘19곰 테드’의 주인공 존과 테드 역시 정신연령은 일곱 살배기나 다름없다. 술, 마약, 성적인 농담을 즐기는 ‘철없는 어른’인 것. 더욱이 대형 할인점 창고에서 여자 동료 타미린(제시카 바스)과 섹스를 즐기는 곰 인형 테드는 ‘황당한 외계인: 폴’(2011)의 외계인 폴처럼 기존 이미지를 발칙하게 뒤집는 반전의 매력을 뽐낸다. 성적인 농담을 지껄이는 곰 인형이라니, 그 발칙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경험이다.


◇연인과 데이트용 영화를 고른다면 - 우리도 사랑일까?프리랜서 작가 마고는 취재차 방문한 루이스버그에서 우연히 대니얼을 만난다. 그리고 둘은 첫눈에 강하게 끌린다. 이 영화가 여행지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일탈과도 같은 로맨스에 그쳤다면, 아주 평면적인 작품이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도 사랑일까’는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들의 인연은 단순히 우연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비행기에서 다시 한번 마주친 마고와 대니얼은 알고 보니 이웃이다. 이들의 조용했던 일상은, 서로의 존재로 인해 전에 없던 낯선 파장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파장의 시작은 “나 사실결혼 했어요”라는 마고의 한 마디에서부터다. 영화는 일상에서 사소하게 권태를 느낀 결혼 5년 차 여성이 새롭게 찾아온 사랑 앞에 행복해하고 또 괴로워하는 과정을 그린다.

가장 놀라운 것은 특정 순간, 찰나의 감정에 대한 포착이다. 마고가 남편의 등을 쓰다듬는 클로즈업만으로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여 어쩔 줄 모르는 그녀의 감정이 느껴지는 식이다. 대니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마고의 시선, 수영장에서 절대로 서로의 몸을 건드리지않고 유영하는 마고와 대니얼의 모습에서는 안타까움과 애틋함이 묻어 나온다. 그러면서 영화는 마고에게 이사랑은 잠자리를 한 번 가지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남편에게 주었던 마음을 온전히 옮겨도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시킨다. 그리고 선택을 내린 이후의 마고의 심리까지 탁월하게 포착한다.




오랜만에 하는 뮤지컬 나들이


◇형제는 용감했다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 난 형제 이석봉, 이주봉. 아버지의 부고를 받고 고향집 안동으로 내려온다. 부자간의 연을 끊고 지내온 지난 3년. 형제는 보자마자 서로 다투기 시작한다. 이들에게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오로라가 찾아오고, 그는 형제에게 아버지가 죽기 전 무언가를 남겼다는 말을 전한다. 형제는 아버지의 유산과 미모의 여인 오로라를 모두 차지하겠다는 꿈에 부푼다. 뮤지컬‘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을 히트시키고 영화 ‘김종욱 찾기’로 충무로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장유정 연출과, 최근 MBC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의 자문위원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뮤지컬 음악의 대가 장소영 음악감독의 대표작이다. 10월 1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볼 수 있다.


◇메노포즈혜은이, 이영자, 박해미, 홍지민, 조갑경 등 매년 빅 스타와 함께해 온 뮤지컬 ‘메노포즈’가 올해는 노사연, 이은하의 만남으로 돌아왔다. 백화점 란제리 세일 코너에서 우연히 만난 네 명의 주부가 속옷 하나를 가지고 옥신각신하다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나 둘 털어 놓게 된다. 그들에게는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불치의 병 ‘폐경’이라는 공통된 고민이 있었던 것. 기억력 감퇴와 성형수술, 호르몬,홍조 등 폐경기가 가져다준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은 서로 얼마나 많은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폐경이 절망으로 가득 찬 인생의 막다른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10월 28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CGV팝아트홀에서 공연한다.


◇두 도시 이야기‘두 도시 이야기’는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소설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런던과 파리를 넘나들며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한 남자의 운명적인 사랑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에는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세트와 의상이 그대로 사용돼 최고의 무대 퀄리티를 자랑한다. 라이브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로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공연 전반에 드라마틱한 군무를 등장시켜 ‘프랑스 혁명’이란 거대한 역사의 현장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10월 7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식구를 찾아서2011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소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로 관객의 눈길을 받은 식‘ 구를 찾아서’를 대학로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앙코르 공연은 기존의 웃음 코드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동시에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힐링’의 정서를 더해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비 내리는 고모령’으로 유명한 대구의 한 고개를 배경으로 박복녀, 지화자 두 할머니의 예상치 않은 동거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이다. 요양원에서 쫓겨난 화자와 시장에 팔려갈 뻔한 꼬(닭), 주인 잃고 헤매는 몽(개) 등 누군가에게 버림 받고 상처 입은 이들이 모여 식구가 되어 가는 과정은 가슴 한 켠을 뭉클하게 만든다. 12월 2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4관에서 공연한다.




전시 구경으로 더 풍성해지는 추석


◇“둥섭, 르네상스로 가세!”-이중섭과 르네상스 다방의 화가들8월 29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문을 연 서울미술관의 개관 기념전이다. 이 전시는 고난 속에서 예술혼을 불태운 우리의 모든 근대 미술가들에 대한 오마주다 1952년 르네상스 다방에서 열렸던 기조동인전 60주년을 맞아 고난의 한 시대를 거쳐 우리 미술사의 기틀이 된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기획됐다. 이중섭,한묵, 박고석, 이봉상, 손응성 5인의 기조동인전 작가들과 정규의 작품들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에는 70여 점의작품이 전시됐다. 출품된 작품 다수가 195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당시 경험을 중점적으로 공유해 보는 한편 그 이후의 정신적, 정서적 경험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음미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번 전시는 11월 21일까지 서울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크쉬슈토프 랍사 초대전
폴란드의 추상화가 크쉬슈토프 랍사 초대전이 열린다. 화려한 원색부터 파스텔 색까지 다양한 색을 캔버스에 가득채우며 오묘한 색의 조합을 선보인 그의 전시명은 몽‘ 환적 색채의 공간’이다. 랍사는 마치 색의 연금술사처럼 색채조형의 진수를 보여준다. 과감한 붓질과 겹겹이 바른 물감 흔적이 랍사 작품의 특징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그의 조형이 단순히 몽환적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 서도 서로 잘 어울리는 다양한 색의 조합을 이용해 삶속에서 겪는 수많은 경험과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랍사가 미술 분야뿐만 아니라 출판과 영화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는 작가인 이유다. 크쉬슈토프 랍사 초대전은 9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장은선갤러리에서 열린다.


◇함진: PLANET1cm 크기의 초소형 조각들로 자신만의 소인국을 창조해온 젊은 작가함진이 신작 'PLANET(행성)'을 선보인다. 이번에 공개된 신작은 작가가 두 달여간 현장에서 진행한 작업이다. 작가의 기존작업이 명료한 주제와 그에 상응하는 캐릭터들로 구성됐다면 그의 최근 작업은 기존과 달리 인물 형상과 같은 구성적 형태를 추상적으로 환기시킨다. 전시장 공중에 떠있는 거대한 점토덩어리 인간 두상에서 출발했지만, 제작과정에서 의식의 통제를 내려놓은 작가의 자유로운 손놀림으로 표면 아래의 구조와 형태를 끌어낸다.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검은색 점토만을 사용해 색의 역할을 최소화시키고 다양한 형태에 주목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 종로구 바틀비 비클 앤 뫼르소에서 10월 26일까지 볼 수 있다.


◇초상을 둘러싼 추측들‘초상을 둘러싼 추측들’전은 독일 소설가 우베 욘존의 소설 『야콥을 둘러싼 추측들』에서 영감을 얻어 기획된 전시다. 다양한 시점에서 여러 추측이 꼬리를 물며 진행되는 구조에서 착안하여 초상이라는 주제로 묶은 4인의 작품을 통해 초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회화적 시도를 발견한다. 사진이 발전하기 전까지 초상화는 초상화는 가장 보편화된 얼굴을 기록하는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초상을 시대를 읽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가들의 작업은 엄밀히 말하면 초상화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작업 속에 드러나는 인물을 통해서 시대의 내면을 표현하고, 시대를 관찰하고, 익명의 개인들 속에 숨겨진 시대의 얼굴을 포착한다. 전시는 10월 13일부터 두 달여간 금산 갤러리 헤이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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